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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소시에이트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존 그리샴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은 [어소시에이트]가 처음이다.
이 책이 존 그리샴의 22번째 소설이라니 내 편독현상도 어지간하다 하겠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존 그리샴뿐 아니라 다른 스릴러물에도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존 그리샴의 책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고, 왜 그가 법정 스릴러의 대가라 불리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스릴러에 열광하는 것을 보고 나도 스릴러에게 매료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저 범인 잡는 이야기라 치부했던 오만함을 버리고 법정 스릴러의 재미를 느끼고 싶었다는 게,
지독한 편독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는 게
[어소시에이트]를 읽게 된 동기다.
예일대 법대 졸업을 앞둔 카일은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하는 예비 변호사다.
그런데 FBI 신분증을 내밀며 카일에게 다가오는 베니 라이트와 엮이게 되면서 그의 꿈은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다.
그가 정말 FBI 요원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카일의 은밀한 과거를 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베니는 카일이 대학생 때 열었던 파티에서 취중에 여학생을 강간한 비디오 테이프를 빌미로 카일을 협박한다.
당시 남녀 합의에 의한 것으로 풀려난 사건이지만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카일은 정체불명의 남자의 요구대로 대형 법률 회사에 들어간다.
거기서 8천억 달러가 걸려 있는 군사 관련 소송 기밀 자료를 빼내오는 것이 카일의 임무다.
이 책의 백미는 거대 법률 회사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의 애환이라 할 수 있다.
10년 간 변호사 생활을 한 존 그리샴에 의해 공개된 대형 벌률 회사의 두 얼굴은 충격에 가깝다.
존 그리샴은 어소시에이트들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기업형 법률 회사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는
승진을 하려면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해야 하고,
침낭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을 예사로 알아야 하는 등 서글픈 현실이 숨겨져 있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30세 미만 어소시에이트의 이혼률이 72퍼센트에 달한다는 통계다.
그들의 생활을 알게되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지만
어쨌든 높은 이혼률과 밤낮없이 일하는 엘리트들의 로펌 생활은 씁쓸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로펌 생활과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정면에서 비판해주기를 바랐으나
아쉽게도 작가는 에둘러 묘사하는 선에서 그친다.
[어소시에이트] 한 권을 가지고 존 그리샴을 말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것이다.
책은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있다.
다만, 초반에서는 호흡 빠르고 숨막히게 전개하다가
중반부터는 늘어지는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서둘러 접어서 조금 황망하다.
존 그리샴의 전작을 찾아 읽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나올 그의 신작이나 다른 스릴러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
이만하면 지독한 편독에서 한 발 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