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아라비아반도의 최남단 예멘의 북쪽 하자 주 와디라 계곡이 있는 카르지는 커다란 나무 몸통과 둔중한 바위들, 움푹 파인 동굴들이 펼쳐진 곳이다. 그곳에서 태어난 누주드는 자연을 놀이터 삼아 깡충깡충 뛰놀다가 지쳐 숨을 돌릴 때면 싱그러운 풀밭에 머리부터 다이빙을 해서 그 푸르른 자리를 뒹굴고, 새들을 뒤쫓거나, 나무 막대기로 당나귀들을 짓궂게 괴롭히며 즐거워 하는 철부지 소녀다.

 

누주드는 숨바꼭질 놀이를 좋아하고, 초콜릿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아주 좋아하며, 웃으면 보조개가 파이는 열 살 소녀다. 순진무구한 누주드가 예맨의 조혼 풍습에 의해 열 살 나이에 자기보다 나이가 세 배 많은 남자와 강제 결혼을 했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순식간에  치른 강제 결혼과 참담했던 두달 여 결혼 생활, 그리고 목숨을 건 이혼과 다시 평범한 어린이로 돌아온 감동 실화를 [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에 담았다.

 

누주드의 기적 같은 이혼의 승리는 소녀를 '세상에서 가장 어린 이혼녀’로 만들었다. 그렇다. 누주드에게 있어서 이혼은 패배가 아닌 승리다. 밤마다 당하는 끔찍한 성폭력과 구타, 욕설로 부터 탈출한 승리다. 그러나 누주드에게 이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에게 흔해빠진 게 이혼 소송이라지만 예멘의 법에 따르면 아버지와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패소할 확률이 아주 높은데다가 누주드에겐 목숨을 걸어야할 만큼 위험천만한 일이다. 예멘에서는 아직 열 살의 아내가 이혼을 했다고 알려진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소녀도 법원에 발걸음을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누주드는 용기를 냈다. 아버지에게 매달리며 이혼을 애원했지만 너무도 강경하게 반대를 했고, 엄마에겐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만한 힘이 없었다. 누주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박차고 나가기로 결심을 굳힌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가문의 명예(샤라프)를 목숨처럼 중시하는 예멘의 풍습으로 볼 때 누주드의 이혼 소송은 명확한 가문의 흠집내기에 해당된다. 이런 이유로 누주드는 아버지와 집안의 남자들로부터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에멘에서는 명예를 더럽힌 딸을 죽인 아버지는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누주드의 가족들은 명예에 손상을 입혔다며 살해하겠다고 말했고 남편에게 돌아가라고 말했다. 아버지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가부장제도가 뿌리 깊게 내린 예멘에서는 자식은 더이상 끈끈한 가족이 아니라 아버지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으며, 자식보다 명에를 중시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모습인 것이다.

 

열 살이면 초등학교 3학년이다. 한참 친구들과 뛰어놀며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릴 나이다. 그런 나이에 생면부지의 남자와 강제로 살면서 악몽과 같은 밤밪을 보낸 누주드가 가여워 가슴을 여러번 쓸어내렸다. 누주드는 그 나이 또래답게 친구들과 놀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누주드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 것인지 그녀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기적 같은 이혼 승소 판결을 받았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용기있는 행동 하나가, 얼마나 다른 인생을 맞게하는지 누주드를 보며 또 한 번 배운다. 작은 소녀의 용기있는 행동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예멘의 '강제 조혼 폐지 법안'의 통과와 예멘의 다른 소녀의 암흑같은 인생에 빛을 비춘다니 대견하다. 변호사의 꿈꾸는 누주드는 작은 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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