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책만 읽는
이권우 지음 / 연암서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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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책을 딱 한 권 읽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을 내다보고 그것에 가치와 목적을 부여해 절대 진리로 받아들인 뒤 그 견고한 틀 안에 갇혀서 살기 때문에 무섭다는 것이다. 그런데 딱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궁금하다. 한 권의 책은 다른 책을 기웃거리게 만든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관련 서적을 찾게 하거나 작가의 다른 작품을 살펴보게 만든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권우 저자와의 인연은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가 다리를 놓아주었고 내심 그의 책을 기다리던 차에 [죽도록 책만 읽는]을 만났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책을 소개하는 책에 관심이 많다.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죽도록 책만 읽는]은 호모 부커스 이권우 작가의 네 번째 서평집이다. 저자는 죽도록 책만 읽는, 이라는 제목 그대로 죽도록 책만 읽었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그럴 것같다. 책을 펴자마자 문학,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 7개 부문의 110여 권을 소개하는 목차에서 벌써 나는 기가 죽었다. 내가 읽은 책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 듯 보였으니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으나 대학에서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강의교수이며, 도서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자와 나를 비교하는 것은 애시당초 어불성설이라 생각하니 크게 기 죽을 일도 아니었다. 아예 비교 상대가 안되니 기 죽을 일도 없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나갔다.

 

[죽도록 책만 읽는]안에는 110여 권의 책이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 서평 전문가에 붙틀린 책들은 저자의 단상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깊은 사유에 의해 스케치되고 있다. 내 서평과 저자의 서평이 한눈에 비교되어 이 책에 대한 서평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서평 쓰기를 머뭇거리게 했던 이유는 책을 소개하고 얄팍한 감상을 전하는데 그치는 나와 달리 저자는 왜 책을 읽는지 어떻게 읽는지가 분명했고, 깊게 읽기와 겹쳐 읽기를 통해 지은이와 책을 완전히 소화해 분석했으며,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있고 탁월한 글발의 위세 때문이다.  

 

독서는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기초 체력이며 독서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고 말한바 있는 저자답게 독서는 그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사회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여러번 느끼며 읽었다. 책읽기의 위력을 저자는 삶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죽도록 책만 읽고 싶은 열망이 그를 대학 강단으로 이끌었고 자신의 책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는 한 권의 책을 이야기하면서 그 책에 머물지 않는다. 전작주의 독서법으로 작가의 작품세계와 삶을 훤히 꿰뚫고 있어 작품 속과 이면을 놓치는 법이 없다. <고통을 이겨내는 법>에서 박완서의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다루면서 자신의 고통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가라고 박완서를 평하고 가족을 오로지 순서대로 떠나보내게 해달라는 절규를 [한 말씀만 하옵소서]에 잘 녹여냈다고 말한다. 작품을 보며 지은이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보는 능력은 내가 배워야 할 항목이다.

 

저자는 또한 한 권의 책을 이야기하면서 관련 주제의 책들을 소개해 심층적인 이해나 비교를 가능하게 해 독서의 폭을 넓혀준다. 이 책을 이야기하면서 저 책을 끌어오는 능력은 어지간한 독서광이 아니면, 여간한 바탕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러한 책 소개는 나에게 도전을 주며 독서법을 점검하게 한다. 또한 앎과 지혜의 고갱이가 가득 쌓인 곳간인'고전'을 읽으라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는다. 고전에 관한 저자의 사유는 책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귀 기울여 들을만 하다. 저자의 서평을 눈여겨 보다 내용을 과감히 삭제하고 주제나 상징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러한 서평은 책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해 결국 책을 읽게 만든다. 주절주절 책 이야기를 해대는 서평을 이제 마감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보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글쓰기인가에 생각이 미치니 마음이 무겁다.

 

[죽도록 책만 읽는]은 다양한 책에 대한 관심과 글쓰기에 대한 자기 반성을 불러온 책이다. 도서평론가의 방대한 독서 세계와 수준 높은 글쓰기의 진수를 맛보게 하는 이 책은 책읽기와 서평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무엇을 읽을 것이며, 어떻게 읽을 것이며, 왜 읽는지, 어떻게 쓰는지 궁금한 이들은 저자의 책에서 해답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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