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
쑨자오룬 지음, 심지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과학의 기원에서부터 첨단과학의 탄생까지 인류 과학의 발전사를 총망라한 과학 일대기를 다룬

시그마북스의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는 동서양의 과학의 역사를 모두 담고 있다.

자연의 역사를 탐구하고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 과학사는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정신적 , 사회 구조적인 발전과

세련된 삶의 양태와 첨단과학을 탄생시키며 과학과 문명이 나란히 발전했다.

이 책은 과학사의 흐름을 원류로,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과학 발전상을 지류로, 그 발전 양상을 지도 위에서 비교한다.

 

잠깐 딴얘기를 덧붙이자면,

우리는 흔히 서양에서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하려 했고

동양에서는 신화적인 혹은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생각했다고 보지만, 이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과학 이전의 서양에서는 신화적 설명이 많았던 반면,

동양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를 취해왔다.

조선시대 학자 여헌 장현광은 [우주론]에서 "왜 이 무거운 대지(大地)가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떠 있는냐?"라는 물음에

대지를 둘러싸고 기(氣)가 회전을 하면서 이것을 지탱해준다고 대답한다.

고대서양에서처럼 어떤 신화적인 거북이 떠받친다거나 어떤 신인(神人)이 들어올린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헌은 주변의 기가 밖으로 날아가지 않는 이유는 그 기를 받쳐주는 구각이라는 단단한 껩데기가

대지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그 구각 바깥쪽에는 다시 대원기라는 것이 있다는 논리를 진행시킨다.

동양의 사고가 비합리적이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책의 중국인 저자 쑨자오룬 역시 이 점을 증명하고 싶었는지 중국의 과학기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수학과 과학의 기초,인도의 의약, 화학 등 고대문명의 과학을 시작으로,

상고시대 중국의 과학기술과 고대 그리스시대의 과학을 지나 헬레니즘, 로마시대의 과학기술,

아라비아인의 과학 유산과 중국 봉건시대의 과학기술을 차례로 설명한다.

헬레니즘의 특징인 순수과학과 자연철학의 제도화가 두드러진 알렉산드리아 박물관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관한 글이 흥미롭다.

저자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서관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곳에 호메로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친필 원고 등 수많은 친필 원고가 소장되어 있다니 가고 싶은 곳이 하나 더 생겼다.

저자는 중국의 4대 발명품과 화약, 나침반, 제지술이 아라비아 상인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된 것,

중국인과 아라비안은 중세시대 과학 수준을 고도로 발전시켰으나 같은 시기 유럽은 암흑화되고 있었던 점을 대비시켰다.

 

그러나 실험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과학의 새로운 체계가 확립된 서양의 중세시대 후기가 펼쳐진다.

생명과학과 뉴턴의 시대를 지나 화학과 과학의 기초가 된 연금술에서 근대과학과 19세기 과학의 3대 발견과 천문학,

20세기 과학혁명과 첨단과학까지 과학의 발전사와 역사를 총망라해 다룬다.

또한 과학의 아버지 탈레스를 비롯해 피타고라스 정리로 유명한 피타고라스와 데모크리토스,히포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르키메데스, 코페루니쿠스, 플리니우스,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 등을 대략적으로 소개한다.

 

코페루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은 최초로 '지구인의 눈'을 벗어나 시각의 원점을 지구 밖에 세웠다.

그리고 이어 고전역학과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현대우주론 등은 우리의 시야를 다각도로 넓혀주었다.

백과사전을 방불케하는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는

과학이라는 것은 '우주인'의 눈을 빌려, 원자적 규모로 내려가 미세한 세계를 상세히 살펴보기도 하고

우주적 규모로 물러나 우주의 전모를 한눈에 담아내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주의 초기로 돌아가 그 시원의 모습을 살피기도 하고 이로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시간적으로

재현해내기도 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과학적 지식이다.

현대과학은 지구인의 눈에서 벗어나 우주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에 비친 영상을 통해 '우주인의 지혜'에 까지 이르러야 할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근시안적인 지구인의 눈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우주인의 지혜는 거리가 먼 이야기 같다.

우주인의 지혜, 그것은 지구인의 지혜와 무엇이 다를까?

이 책을 한 번 더 읽으면 알게 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