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엄마는 죄인인가?
실비안 지암피노 지음, 허지연 옮김 / 열음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에 입학하느라 집으로 데려오기 전까지 큰아이는 외가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일 때문에 바쁜 부모를 대신해 할아버지, 할머니가 육아를 맡았던 것이다.

당시 나는 평일에는 하루 걸러 친정에 가서 아이를 보고 주말에는 친정에 묵으면서 아이와 함께 지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졌지만 아이는 늘 조부모를 그리워했다.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고 난 후에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절대 부족했다.

아침에는 출근하기 바빴고 저녁에는 집안일과 작은아이를 보느라 큰아이에게 소홀했다.

내가 바쁘면 바쁠수록 큰아이는 할머니를 찾았고 혼자 방에 들어가 우는 횟수가 늘었다.

그때 나는 일과 아이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다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아이 곁에 있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아이에게 미안했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아직도 큰아이를 보면, 특히 작은아이에게 뭐든 지기 싫어하는 행동을 볼 때마다 내 탓인 것 같아 아음이 짠하다.

 

[일하는 엄마는 죄인인가?]는 일하는 엄마들을 힘들게 하는 죄책감을 분석하고

일하는 엄마들에게 용기를 주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엄마가 일하는 것은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말로 워킹맘들에게 죄의식을 갖게 하는 고정관념을 지적하는 책이다.

이러한 죄의식은 자녀뿐 아니라 남편이나 직장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나 일하는 여성을 더욱 힘겹게 만든다.

실비안 지암피노는 그 죄의식의 근원지와 등장하는 형태, 실제 사례를 통해 죄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일하는 여성이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는 것은

인간이 예수의 성배를 찾으려 애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여성들이 직장과 집안일, 그리고 육아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나 저자가 살고 있는 프랑스의 여인들은 이 중 어느 한가지라도 소홀하면 죄의식을 느낀다.

서양 여성들이 이런 죄의식을 느낀다는 건은 새롭고 흥미로운 발견이다.
다른 것보다 육아문제에 있어서 이런 죄책감을 갖는 엄마들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사실 엄마가 아이 곁에 있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종일 아이와 함께 지내더라도 엄마가 신경질적이라든가 우울한 성향을 갖고 있다면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런 엄마는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편이 오히려 낫다.

 

실비안 지암피노가 말하는 좋은 엄마란,

아이를 혼자 있도록 방치해 두지 않으면서도 아이와 떨어져 있는 법을 아는 엄마,
아이 옆에 있어주면서도 아이에게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엄마,

자녀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엄마라고 말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길이가 아니라 깊이라는 저자의 설명에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미안한 마음 때문에 잘못을 해도 야단을 못 치고  대충 넘어가거나

값비싼 선물을 안겨주며 미안한 마음을 대신 하는 것은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버릇만 나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자의 지적처럼 '행복한 엄마'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먼저 엄마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미안한 마음을 털어버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채워 엄마의 행복한 기운을 아이에게 흘려보내자.

엄마가 행복하려면 아빠와 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된다.

자녀문제는 엄마의 몫도 아빠의 몫도 아닌, 부부 공동의 몫이며 사회도 연대 책임이 있다.

사회와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일하는 엄마의 무거운 어깨를 가볍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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