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힘

다니엘
마르티 레임바흐 지음, 최유나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4월

시각과 자폐의 복합장애를 가진 아들 렉스를 헌신적으로 키워 세계적인 음악석학으로 만든 어머니의 감동 실화기

[렉스]를 떠올리게 한 책이다.

[렉스]를 읽으면서 장애아를 키우는 어머니들은 세상의 편견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고,

남편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불화와 마주해야 하고,

아이의 교육과 호전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녀야 하는,

육체적 정신적 물질적으로 힘겨운 삶이라는 알게 되었다.

그 앎은 책을 읽기 전 피상적으로 알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막연히 '힘들겠다'는 것에서 어떻게, 얼마나, 무엇이, 힘든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같은 실화는 같은 어머니로, 같은 여성으로 진한 연민을 느끼나 진도가 나갈수록 연민은 존경과 감동으로 바뀐다.

 

[다니엘]의 경우도 자폐증 아이를 가진 어머니의 위대하고 곡진한 사랑이 잘 녹아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오토바이 사고로 남자 친구를 잃은 소설 속 주인공 멜라니는 

꿈을 안고 건너간 영국에서 완벽한 영국신사 스티븐을 만나 결혼한다.

에밀리와 다니엘, 1남 1녀의 엄마가 된 멜라니에게 아들 다니엘의 자폐증 진단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다니엘은 18개월까지 완벽한 아이였고 정상이었으나 3살이 되도록 울기만 할 뿐 말 한 마디 못했다.

내 아이를 자폐아로 순순히 받아들일 부모가 몇이나 될까, 나라도 부정했을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을텐데,

자폐아를 둔 많은 가정의 정해진 수순처럼 멜라니와 스티븐은 갈등하고 상처를 주다 결국 남편이 떠난다.

 

많은 전문가들이 다니엘을 보고 가망이 없다고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어머니는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  사랑의 힘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다니엘이 그 세계를 박차고 나올 수 있게 되었고,

굳게 다문 입을 열게 되었다.

 

내 주위에도 비슷한 아이를 둔 젊은 엄마가 있다.

종일 아이에게 매달리느라 외출은 커녕 씻지도 못하고,

설거지나 빨래도 제 때에 하지 못해 항상 수북히 쌓여 있고,

잠을 안 자고 새벽녘까지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밤새 달래느라 늘 기진맥진한 상태로 지낸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좀처럼 그치지 않고 무섭게 울어댄다고 한다.

벌에 쏘이기라도 한 듯 심하게 울었던 다니엘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아이도 옷을 모두 벗기고 벌레에 물렸나 몸을 살피는가 하면,

혹시 체하지 않았나 해서 열 손가락과 열 발가락을 모두 따기도 했단다.

아이 치료를 위해 안 해본 것 없이, 안 먹여 본 것 없이, 안 가본 곳 없이 다 뒤지고 다녔지만,

엄마의 열성에 비해 치료효과는 상당히 더디게 나타났다.

앉지도 못하는 아이가 앉는데 걸린 시간은 2년, 걷기까지는 5년여 세월이 필요했다.

그러는 도중 그녀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홈쇼핑으로 물건을 마구 사들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때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돌아버렸을 것이라던 말을 나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지금 그 아이는 아주 잘 걸을 뿐 아니라 달리기도 잘하는 초등학생이다.

 

멜라니 역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 오직 다니엘을 위해, 다니엘을 위한 삶을 살았다.

하루가 백년 같다는 그녀의 고백은 그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겨웠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아들을 지켜주고 보호하고 홀로 서게 하려는 모성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내 전공은 김연아이고, 내 교과서는 김연아입니다.'라고 말했던 김연아 선수의 어머니처럼

멜라니의 전공은 다니엘이고, 멜라니의 교과서는 다니엘이었다.

멜라니는 다니엘을 치료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열정적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인데,

나는 엄마노릇을 날로 먹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