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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 - 동심으로의 초대 어른을 위한 동화
이세벽 지음, 홍원표 그림 / 굿북(GoodBook)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비통하고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던 지난 주말 아침에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의 서평을 쓰려다 실패했다.
토요일 아침은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아침부터 어두컴컴한 음울한 날씨를 보였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흩뿌릴 것 같았다.
하늘과 마음이 온통 음울한 날 서평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도저히 쓸 수 없어 포기하고 말았다.
[사랑 그리고 곷들의 자살]은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저자 이세벽은 오랜 세월 서로를 의지하며 하늘로 자라서 등꽃을 피우고 끝내는 몸이 붙어서 하나가 된 등나무를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혼자서는 하늘을 향해 일어 설 수 없고 혼자서는 꽃을 피울 수 없는 등나무는
예로부터 소원해진 연인과 부부관계를 회복하는데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아주 작고 여린 풀잎이 자라서 등나무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과 인생의 참 의미를 되새겨보는 책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부디 이 글로 인해 사랑을 회복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사랑으로 충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는 작고 여린 풀잎은 주변의 억센 풀들 사이에서 햇볕을 쪼이기 위해 풀들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여린 새싹은 억센 풀들과 싸우기에는 너무나 허약한 존재이다.
여린 풀잎은 햇볕을 쬐면 타서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과 혼자라는 외로움에 시달린다.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그저 새싹에 불과한 여린 풀잎은 주변의 풀이나 나무와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위로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만 자라는 자신의 모습에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그때 어디선가 고요히 들려오는 음성을 듣고 자신이 태어난 의미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사색적인 사람이 되게 해준다. 여행을 통해 훌쩍 철들었던 경험이 한 두번쯤 있을 것이다.
특히 홀로 떠나는 여행이 그렇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인생에 대해 숙고하고 자신의 삶을 객관화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모두 다르게 태어나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들을 추구하며 다르게 살아간다.
저마다 다른 이상을 가지고 다른 꿈을 꾸며, 다른 시련을 겪으며, 다른 슬픔을 맛보며, 다른 이별을 경험하며,
각자 생의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여행 중이던 등나무는 자신과 똑같은 등나무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사랑은 요술장이다.
사랑은 순식간에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내가 숨쉬며 살아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내 생을 의미있게 해주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샘솟게 한다.
두 등나무는 서로를 껴안고 하나가 되자 마침내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서로를 껴안은 채 굵고 튼튼해진 등나무는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등꽃을 주렁주렁 피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얽매이게 한 상대를 불평하고 둘 사이에 금이 가고 마침내 이별까지 생각한다.
두 등나무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잊은 것이다.
우리도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잊을 때가 있다.
생의 의미를 수시로 되새기지 않으면 그것이 희미해지거나 빛바랠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이 슬픔에 잠긴 이때 각자 삶의 의미를 선명하게 덧칠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