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치의 꽃 정쟁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잘 차려진 식탁 앞에 앉으면 먹기 전부터 셀레이고 가벼운 흥분이 인다.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이 풍성한 식탁은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준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음식 일색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은 읽기 전부터 포만감과 뿌듯함을 안겨 주는 책이 있다.

700 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에 조선의 당쟁으로 인한 세력 부침을 다룬 책이니 읽기 전부터 포만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파벌 간의 갈등과 그 갈등을 주도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환국의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먼저 식민사관에 의해 만들어진 '조선은 당파 싸움 때문에 망했다'라는 망국적인 사고가 '당쟁의 역사'를 낳은 것을

지적하며 '당쟁(黨爭’)'이라는 말을 '정쟁(政爭’)'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투는 정치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존재했는데, 왜 유독 조선의 역사만 다툼으로 망했다고 폄하하는지 반문한다.

당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정쟁의 역사를 주장하는 저자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 나 역시 조선은 당쟁으로 망한 나라라고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이는 나뿐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쟁은 임금 앞에서 간(諫)하여 다투는 것을 의미하므로 정쟁은 뛰어난 정책 결정의 과정이며,

수준 높은 토론이라며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아 준다.

우리가 조선사를 당쟁으로 폄하하는 것은 식민사관의 영향이며 이같은 사고를 버릴 때

긍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역사인식을 정립할 수 있고  21세기를 슬기롭게 헤쳐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은 조선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사화와 환국이 끊임없이 이어진 선조에서 순조에 이르는 230년 동안의

정치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본격적인 사림 정치의 시대가 열린 시기는 선조가 왕위에 오르고 부터다.

사림은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고,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나뉜다.

이후 영조조에 와서 노론, 소론, 남인의 병용을 주장하는 탕평책이 시행되나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붕당정치는 특정 정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산림의 의견을 국정에 발전 할 수 있어서 건전한 풍토를 조성한 면이 없진 않지만,

왕을 자기 당으로 끌어들이려 왕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고, 박세체 같은 참선비를 낳기도 했고,

나라나 백성보다는 자신이 속한 당파의 명분에 목숨을 걸게 하기도 했고, 사도세자 같은 정쟁의 희생양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당색을 떠나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은 위정자도 있다.

 

[조선 정치의 꽃 정쟁]에서 만난 수많은 정치인들과 임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박세채이다.

박세채는 문묘종사에 반대하는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핵하다가 효종의 꾸지람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 칩거한다.

그는 숙종에게 탕평책을 진언해 화합 정치를 주장할 정도로 정파를 싫어했던 인물이다.

남구만의 천거로 이조판서로 제수된 박세채가 숙종에게 사은의 예를 올리는 자리에서 올린 차자는,

오늘날 장관으로 임명 된 사람이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잘못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정부의 무기력함을 하나하나 지적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과연 이런 일이 오늘의 자식인들에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라고 저자는 물으며

역사를 읽으면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바로 박세채와 같이 배우고 익힌 바는 반드시 지행하는

조선 선비의 덕목이라고 덧붙인다.

 

숙종이 어떤 왕인가?

그는 자그마치 46년간 집권한 노회한 정치가다.

숙종대는 남인과 서인의 대립이 특히 심했고, 환국과 재환국, 폐출과 복위로 점철된 시대였다.

어느 정파도 신뢰하지 않은 숙종이 번갈아 가며 정당을 교체한 것은 그가 정파에 휘둘리지 않은 임금이라는 뜻이며,

마음대로 정권을 요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의 왕 중에 이렇게 마음대로 정치판을 주무른 왕은 폭군 연산군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생각할 때

박세체가 숙종의 얼굴을 붉그락 푸르락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더구나 숙종의 반응을 알고서 직언을 서슴치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소스라치게 한다.

우리는 그의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은 부끄럽고 안타까운 '당쟁'을 수준 높은 토론인 '정쟁'으로 수정해준 책이다.

늦게나마 나의 무지를 일깨워준 저자에게 감사하다.

그러나 당쟁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우선은 학교 선생님들이 이 책을 먼저 읽고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쳤으면 하고,

오늘날의 위정자들이 이 책을 읽고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바라는 마음이다.

두꺼운 부피만큼 유익하고 재미있어 역사를 좋아하는 일반들이 선택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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