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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ㅣ 마로니에북스 Art Book 8
로사 조르지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카라바조(? ~1610)의 출생이나 죽음은 불가사의하고 의문투성이다.
그의 출생과 초년에 관한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고, 죽음에 관해서는 엇갈린 추측만 전해질 뿐이다.
확실한 것은 천사장 미카엘의 축일인 9월 29일이 카라바조가 태어난 날이라는 것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혹자는 고열로 죽었다고 하고, 혹자는 암살당했다고 한다.
그의 죽음과 관련한 주장은 이렇다.
카라바조는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배를 타고 도망하다 잠시 정박한 항구에서 체포되지만 바로 풀려난다.
그는 자신이 타고 온 배를 찾아 해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이미 배는 떠나고 없었다.
배를 찾지 못한 그는 분노에 사로잡혔고 자포자기의 상태로 이글거리는 해변을 걷다가 어느 해변가에서 고열로 쓰러져
며칠 후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주장이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이 고의로 그를 죽였다는 설이 있다.
출생과 죽음이 의문이라면 그의 삶은 위험스럽고 불안하다.
카라바조의 삶은 싸움과 폭행, 말타툼과 살인, 소송과 투옥, 그리고 도망으로 점철된다.
한 고객은 카라바조를 '무분별하고 정신 나간 사람', '혼란스러운 사람', '싸우기 좋아하는 사람', '미친 사람'으로 묘사했다.
그런가하면 여성스럽고 도발적인 남성들이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고 하여 동성애자라는 추측을 낳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음악회>는 이러한 오해를 받은 그림 중 하나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피부나 얼굴, 헤어스타일은 남자로 보이지 않을 만큼 여성스럽다.
동성애자라는 주장은 그를 '저주받은 화가'라는 이미지를 갖게 한다.
청년기를 지난 카라바조는 종교적인 주제를 매우 혁신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한다.
종교적 주제를 가능한 가장 자연스럽게 다루며 명암 대비를 이용해 그림 전체에 빛이 배어들게 했다.
<이삭의 희생>, <마르타와 막달라 마리아>, <성 프란체스코의 법열> 등은 새로운 방식으로 빛을 다룬 작품이다.
나는 카라바조의 작품 중 유독 죽음과 관련된 그림이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성 마태오의 순교>, <성 베드로의 십자가 책형>,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세례자 요한의 참수>, <성모 마리아의 죽음>, 그의 최후작 된 <골라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등 많은 죽음을 그렸다.
이 중 내 관심을 끈 그림은 세례 요한의 죽음을 그린 <세례자 요한의 참수>이다.
이 작품을, 공간의 깊이를 강조하고 배경과 인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는 데 전문가임을 증명한 그림이라고 책은 평한다.
요한의 표정은 그림 속 인물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인간의 표정을 하고 있다.
그가 여러 작품에서 표현한 죽음과 고뇌, 내면의 고통과 죽음 너머의 안식은 그의 어두운 삶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폭력적인 성향으로 많은 문제를 달고 다니며 어두움 속에서 살았던 화가.
바로크 양식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화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만큼 혁신적이었던 예술가,
빛과 어둠의 대가 카라바조가 뒤늦게라도 거장으로 재평가 된 것을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