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착한 밥상 이야기]를 받고 표지를 한참 들여다 보다 바구니를 들고 텃밭으로 나갔다.

작년에 친정 어머니가 캐다 먹기 좋으라고 텃밭 한 귀퉁이에 심은 달래가 언제 올라왔는지 무더기로 올라와 있었다.

무심도 하지, 이렇게 자랄 동안 텃밭에 한번도 와보지 않다니.

달래를 캐고 들판에 널브러져 있는 냉이를 바구니에 가득 담았다.

씀바귀도 많았지만 먹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두었다.

민들레는 어느새 꽃을 필 채비를 하는 것과 막 올라오는 것들이 섞여 있었고, 취나물은 뾰족이 얼굴만 내민 상태고,

쑥은 부지런히 올라오는 중이다.

 

[착한 밥상 이야기]의 윤헤신 님은 마흔까지 살던 서울을 떠나 6년 전 시골에 내려와 지금은 시골 똑순이가 되어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계절의 변화를 모르는 도시, 빠른 속도로 살아가는 도시는 작가의 삶에 만족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저자는 시골로 내려와 자연의 속도에 맞춰 텃밭에 농사를 짓고 들나물을 캐고 꽃밭을 가꾸며,

'미당'이라는 한정식집을 경영하며 이웃과 정을 나누는 밥집 아줌마로 신나게 살고 있다.

시골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그녀가 부럽다.

마흔까지 살던 도시를 떠나 2년 전 어쩔 수 없이 시골로 내려온 나에게,

가끔씩 도지의 북적거림과 빠른 속도를 그리워하는 나에게 그녀의 글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착한 밥상 이야기]는 자연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자연 밥상 요리법 73가지를 알려준다.

그녀가 소개하는 자연 밥상은 건강 밥상이고, 건강 밥상은 생명 밥상이다.

그녀는 생명이 가득한 제철 재료를 정갈하게 손질해 그것이 가지고 있는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린다.

조미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양념은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그것이 ‘진정한 맛’이라고 생각한다.그녀는 양념과 소스가 더해질수록 재료의 맛은 사라지고 알맹이도 사라진다고 귀뜸해준다.

조미료 없이 음식 맛을 낼 수 없는 나에겐 불가능한 이야기, 아득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욕심나는 요리법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야한 사람과 야한 음식을 좋아한다.

그녀가 말하는 야한 음식이란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며 달콤한 맛이 아니라

질기고 거칠고 투실투실하며 거무튀튀하고 씁쓰레한 먹을거리다.

먹을면 먹을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음식이다. 흰쌀밥에 고깃국이 아니라 시커먼 잡곡밥에 구수한 된장찌게,

거친 밥에 슴슴한 나물이다.

거칠고 질긴 음식, 거무튀튀하고 울퉁불퉁한 음식, 벌레 먹고, 꼬부라지고, 자잘하고,

쇠한 것들이 진정한 생명이 있는 야한 먹을거리고, 야한 음식에 진정한 생명의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거친 껍질은 벗기고, 씨는 빼내고, 때깔이 안 좋고 윤기가 없으면 안 먹고,

모나고 삐뚤고 울퉁불퉁하고 벌레 먹은 건 죄다 버린다.

반듯하고 맛있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만 찾는다.

꼭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뜨끔하다.

농약 핑계로 과일 껍질을 두껍게 벗기고 반듯한 것만,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만 골라서 먹는 이제껏 불량 식품만 먹은 셈이다.

 

[착한 밥상 이야기]는 예전부터 먹어온, 할머니와 어머니가 차려주던 그대로의 밥상이 가장 좋다고 한다.

시커먼 보리밥에 배춧잎 넣은 슴슴한 된장국, 신 김치를 숭숭 썰어낳은 비지찌개, 남은 반찬 두어 가지 넣은 비빔밥,

이런 음식들이 가장 안전하고 자연스러우며 영양이 듬뿍 담겨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골고루 먹는다고 건강한 게 아니므로 일주일 중에 엿새는 채식하고 하루만 고기를 먹으라고 새로운 식단을 제시한다.

고기를 먹지 않아도 영양이 결핍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매일 먹는 된장 같은 콩발효 음식에 단백질이 충분히 들어있기  때문이란다.

 

[착한 밥상 이야기]가 전하는 음식 이야기는 맛깔스럽고 소박하고 정겹다.

짜게 해야 변하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다는 할머니의 음식 철학 때문에 밥 투정 했던 어린시절과

지금껏 할머니의 맛을 찾아다니며 그 맛을 내려고 끙끙거리는 이야기는

당진과 가까운 서산에 사시는 내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사는 것이 힘들어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매일 두 시간씩 기도하고 있다." 는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나를 울렸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밭일과 식당일을 도와주시는 연로하신 어머니의 이야기는 나를 울렸다 웃겼다 한다.

단순히 요리법만 소개하지 앟고 있어서 이 책이 좋다.

삶과 자연과 음식을 더불어 말하고 있어 좋다.

 

내가 사는 마을은 요즘

소를 몰아 밭을 가는 풍경과 이랑을 따라 감자 씨를 심는 농부들로 부산하다.

봄의 생기와 활기로 가득한 봄날 나 혼자만 집안에 들어박혀 있다.

나도 농부들처럼, 저자처럼, 작년에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돌아오는 장날에는 오이와, 가지, 토마토와  수박, 고추와 호박, 상추 모종을 사와 텃밭에 심을 참이다.

텃밭을 가꾸며 자연을 재료로 착한 밥상을 차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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