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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전 3 - 천추태후
문재인 글, 그림소프트 그림, KBS 한국사傳 제작팀 원저 / 세모의꿈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한국사傳 2 발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터라 고려의 여걸 천추태후를 다룬 3편은 게 눈 감추듯 읽었다.
TV에서 방영하는 천추태후를 봤더라면 읽는 재미가 배가 되었을텐데 TV가 없어서 함께 보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책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하다.
천추태후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여인이다.
나름 역사책을 꾸준히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천추태후라는 여인 앞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추태후는 왕건의 손녀이며 고려 제 7대 왕 목종의 어머니로 조선과 고려를 통틀어 처음으로 수렴첨정을 한 여인이다.
수렴청정 하면 떠오르는 여인이 있다. 바로 악명 높은 문정왕후.
문정왕후는 12세에 즉위한 명종의 모후이다,
문정왕후는 천추태후와 같은 여걸임이 분명했으나 천추태후처럼 세상을 바로 볼 줄 아는 식견이 부족했다.
그녀는 명종을 여염집 자식 대하듯 예사로 욕을 하고, 툭하면 뺨을 치고,
종아리를 때리며 아들을 무능한 왕으로 남긴 탐욕스럽고 표독한 어머니이다.
그녀는 왕권을 개인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악용하였으며 집안 단속을 소홀히 한 결과 백성들의 원성을 한 몸에 받았다.
반면 천추태후는 북진정책을 펼치며 급변하는 동북아정세를 이용하여 안정을 추구하는 실리외교를 펼쳤다.
실제로 천추태후가 섭정을 하던 시기에는 단 한차례의 외침도 없었다고 한다.
밖으로는 탁월한 외교를 펼치고 안으로는 백성들의 지지를 받으며
고려의 기상과 정통성을 살리기 위해 관료들과 당당히 맞선 천추태후 였으나,
연인 김치양의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하려고 아들인 목종까지 시해하려 한다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는 중국의 여황제 측천무후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자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킨 것을 연상하게 한다.
명민한 정치력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은 천추태후와 측천무후의 공통점이고,
자신의 욕심 때문에 아들의 인생을 불행하고 힘들게 했다는 점은 세 모후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명의 모후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는 천추태후에 대해 더 알고 싶게 한다.
나중에 그녀를 다룬, 그녀를 평가한 역사책을 뒤져봐야겠다.
[한국사傳 3 - 천추태후]는 고려의 사회 풍습과 여인들의 위상에 관해서도 알려준다.
딸도 아들과 동등하게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고,
여성이 집안의 호주가 될 수 있고,
이혼하거나 재혼한 여성에 대해서도 차별을 두지 않았으며,
심지어 재혼한 여성을 왕비로 삼는 것을 문제 삼지 않을 만큼 개방적인 사회였다고 한다.
지금보다 오히려 개방적이고 당당했던 고려 여인들의 삶이 놀랍다 .
[한국사傳 3- 천추태후]는 어린이들을 위한 학습만화이지만 전편과 마찬가지로 어른들의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2편을 통해서는 그다지 조명받지 못하는 발해의 인물 문왕과 정효공주를 알았다면,
3편에서는 여걸 천추태후를 안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중간 중간의 아사달 한국사전 교실은 책이 주는 보너스라고 생각될 만큼 유익하다.
이름과 지명, 연도를 외우지 않고 재미있는 만화로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우리 민족의 뿌리요, 근원인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그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스토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한 한국사전 제작팀이 고맙다.
이 책의 흠이라면 다음 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도 작은 설레임이다.
천추태후에 이어지는 4편을 기꺼이 기다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