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 그 찬란한 구들문화 - 자랑스런 우리의 문화유산, 개정증보판
김준봉.리신호.오홍식 지음 / 청홍(지상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오늘처럼 진눈깨비가 날리는 궂은 날씨에는 뜨거운 방바닥에서 지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뜨거운 방바닥에 누워서 '아~ 시원하다'라고 말하면서 땀을 흘리고 싶다.

두어 시간 그렇게 지지고 나면 한결 개운하고 몸이 가벼울 터. 이 맛을 아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 찜질방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설 좋은 황토찜질방이라고 해도 어렸을 적 외가 아랫목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

외가 아랫목엔 항상 이불이 깔려 있었는데 이불을 들추면 시커멓게 탄 장판이 보였고 이불 속은 그야말로 절절 끓었다.

그 이불 속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막내 외삼촌과 함께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때던 일과 어린 나이에도 나무타는 냄새가 참 좋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궁이 건너편에 꼬다랗게 쌓은 땔나무와 흙바닥 부엌, 가마솥 뚜껑을 열고 나무 주걱으로 밥을 푸던 숙모님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지금은 현대식으로 개축해서 외가에 가도 아궁이와 부뚜막를 볼 수 없어 아쉽다.

 

[온돌 그 찬란한 구들문화]는 빛나는 전통의 역사 속 문화유산인 온돌의 위대함과 우수성을 설명하는 책이다.

온돌은 김치와 금속활자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자랑거리에 속한다.

그러나 김치와 금속활자에 비해 그 우수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온돌이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 깊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국민이 100% 온돌 위에서 사는 민족은 우리나라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신비감이 떨어지고,

오래되었다는 것도 홀대받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온돌은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발명품이지만,

온돌 용어조차 정리되지 않고 있으며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인간문화재 제도도 없다고 한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자기들 중심으로 이미 바닥난방 설비의 독자적인 ISO기준을

우리를 배제한 채 만들고 있다니 너무 안타깝다.

독일에서는 바닥난방에 관심을 두어 보건위생과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차원에서 자금 지원 혜택을 받거나 시공 기술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가 마루를 여름용으로만 고집하고 발달시키지 못하는 동안 그들은 겨울용 온돌마루를 개발하여 일본과 함께 세계 온돌마루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고 한다.

온돌의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질 좋은 마루를 일본과 독일 등지에서 수입한다니, 서양보다 1000년 앞서 온돌의 발명했다는 사실이 무색하다.

저자의 지적처럼 우리가 온돌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지 못하면 김치가 기므치로 둔갑할 뻔한 역사를 재현할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도 비교적 따뜻한 중부로 이민간 친구는 우리의 온돌방이 그리워 집에 온돌을 깔려고 가격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비싼 가격을 제시해 집 전체에 온돌을 깔려는 계획을 바꿔 제일 작은 방 하나만 온돌을 시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돌 시공자를 미장공 대접하지만 미국에서는 전문기술자 대접을 한다는 친구의 말을 흘려들었는데,

우리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온돌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온돌 기술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한 것 같다.

아울러 온돌 기술자 양성과 온돌 교육을 널리 보급하는 일, 온돌 박물관을 만드는 일 등이 우리에게 맡겨진 과제이다.

 

[온돌 그 찬란한 문화유산]은 온돌(구들)에 대한 용어를 정의하고, 온돌난방의 변천사를 소개한다.

이어 구들의 재료와 구성을 살핀 후 다양한 구들방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구들과 인간의 상호관계와 문헌에 기록된 온돌 관련 내용과 구들의 과학적 우수성과 가치, 온돌의 미래를 전망한다.

책은 사진과 그림, 도면, 온돌(구들) 바닥을 놓을 수 있는 상세한 설명과 실제 시공 장면을 담고 있다.

 

인류 최초의 난방시스템으로 오랫동안 이용해 온 독창적인 우리의 발명품인 전통온돌이 사라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방관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라도 종주국의 구겨진 체면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위해 국제온돌학회는 온돌에 대한 연구와 교육에 온 힘을 쏟아야 하고

우리 국민들은 온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온돌에 대한 자긍심과 문화적 가치, 온돌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를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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