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기술 - 심리학자 가브리엘 뤼뱅의 미움과 용서의 올바른 사용법
가브리엘 뤼뱅 지음, 권지현 옮김 / 알마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한의학 용어로 '울화병'이라 불리는  화병(火病)은 다른 나라에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병이라고 한다.

화병은 오랜 기간 억울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내면에 쌓인 울분이 곪아 신체적 통증으로 나타나는 질병이다.

마음의 병이 결국 육체의 고통의 수반하는 것이다.

대게 우리 부모님 시대의 어머니들이 많이 화병을 앓았다.

참는 것이 미덕이고,

여자는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사상이 팽배했던 시절 많은 어머니들이 오랜 세월 억울함과 분노를 가슴에 담고 살았다.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처럼, 죄인처럼 숨죽이며 살았던 한 많은 여인들이 삶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번 겹쳐졌다.

 

마음 속에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의 가슴에 상처를 준 당사자는 대부분 멀리 있지 않다.

많은 경우 가족, 특히 부모나 배우자가 가해자일 것이다. 

그들이 준  상처는 그 어떤 타인에게 받은 상처보다 크고 깊은 흔적을 남기며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힌다.

어쩌면 평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히거나 사사건건 브레이크를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족이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미워할 수 없고,  미워해서도 안 된다.

이제껏 우리는 미워하면 안 된다고, 용서하라고, 감싸주라고 배워왔고 또 우리 자녀들에게 그렇게 가르친다.

세상의 많은 책들도 용서와 화해만 말한다.

나 자신을 위해 용서하고, 나를 위해 먼저 다가가라고.

그러나 이게 마음대로 되던가? 말처럼 쉽던가?

설령 그렇게 했다하더라도 그러한 용서는 감정의 찌끼까지, 마음의 앙금까지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증오의 기술]은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의 가슴 아픈 사연은 우리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책에 소개된 많은 사람들의 사연은 쓰리고 아픈 내용 일색이다.

이 책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미워하는 마음의 죄책감에 대한 반론이다.

미워해도 괜찮다고 당당히 미워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벌하자거나 복수를 하자는 게 아니다.

가해자에게 공격 충동을 느낀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정한 용서는 증오를 인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당하게 증오하라는 말은 결국 궁극적으로 용서에 이르기 위함이다.

 

증오는 건강한 반응이며, 정상적인 감정의 표출이다.

이것을 강제로 억누르고 잠재우려다 오히려 죄책감과 자기 파괴, 우울증, 신경증 등로 발현하는 것이다.

증오가 증오로 끝나지 않고 용서로 이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서일 것이다.

또한 증오는 증오를 없애는 방법이며 때때로 미움도 쓸모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불필요한 죄책감, 즉 가해자가 느껴야 할 죄책감까지 대신 떠안고 괴로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했으면 한다.

오래 전 받은 상처, 기억 속에 가둔 상처의 무의식을 서서히 떨구어 내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용서했다고 생각했다가도 불현듯 되살아나 자신을 괴롭히는 상처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란다.

그것을 해결해주는 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내 자신의 고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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