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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정진규 외 지음 / 작가 / 2009년 2월
평점 :
글을 쓰는 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말그대로 '창조'하는 일이다.
적절한 어휘를 선택해 알맞은 곳에 배치하여 문장을 만들고, 문장을 모아 문단을 만드는 글쓰기는
무형 예술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는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분야이며 때에 따라서는 산고의 아픔을 수반하기도 하는 고통스런 학문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말 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말은 표정과 몸짓, 목소리의 톤, 상황 등의 요소와 함께 표현되어 효과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지만,
글은 그러한 언어 외적 도움을 바라기 어렵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이러한 오해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정밀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은 짧은 시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기간 꾸준한 독서와 사고하는 능력, 부단한 습작을 통해 이루어진다.
나의 글쓰기라는 게 고작 책을 읽고 그에 대한 느낌이나 책소개로 끝나는 서평과
일상의 자잘한 일을 가끔 끄적거리는 게 전부이지만 그것도 생각대로 써지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글일 때에는 내 글이 평가받는다는 부담감 때문에 안 써질 때도 있다.
그래도 '쓰면 쓸수록 는다'는 믿음 하나로 꾸준히 쓰기를 이어오고 있으나
믿음대로 정말 작문 실력이 늘었는지 제자리 걸음인지 아직 파악이 안 된다.
솔직히 요즘은 '쓰면 쓸수록 는다'는 공식보다는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믿음이 서서히 싹트고 있다.
해서 글을 쓰는 모든 분들, 소설가나 시인, 극작가, 평론가 등 '작가'로 불리는 모든 분들을 존경한다.
특히 시를 쓰는 시인이 존경스럽다.
나에게 시는 난공불락이다.
쓰는 것은 고사하고 읽는 것 조차 어렵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시, 반복해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감도 안 잡히는 시도 더러 있다.
그럴땐 절망스럽다.
나는 이 난해한 시와 친해질 요량으로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를 열심히 스크랩했다.
스크랩한 이유는 시도 좋았지만 해설을 해준 두 시인의 친절하고 맛깔스러운 시평 때문이다.
시의 뒷이야기와 시에 얽힌 사연, 시가 쓰여진 배경, 살뜰하고 친절한 시평은 나와 시를 연결해주는 교량 역할을 해주어서
시와 조금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내친김에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도 망설임 없이 펼쳐들었다.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는 작년 한 해 동안 각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시들 가운데 좋은 작품들만 골라 실었다.
전문가들이 공정하게 엄선한 시 78편과 시조 11편, ‘좋은 시집’으로 평가되는 20권의 시집과 시집에 대한 서평을 함께 실었다.
한 권의 책으로 많은 시인과 다양한 시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풍성한 시의 세계에 흠뻑 취하고 싶어서 따스한 봄볕이 살랑이는 평상에 앉아 읽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등에 내려앉고 봄바람이 책장을 넘겨주는 행복한 야외 독서를 즐겼다.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의 장점은 시와 함께 소개되는 '시작노트'로 시인과 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시집에 대한 서평이 가장 마음에 든다.
시집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시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유익하다.
특별히 문인수 시인의 시집 [배꼽]을 소개하면서 내가 사는 곳의 정선과 증산, 구절리를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시에게로 성큼 다가가게 해준 [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는 나에게 봄날 햇살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