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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 - 중국 간신 19인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
김영수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수 지음
추수밭(청림출판) 2009.03.06
펑점
공자는 통치자로서 제거해야 할 인물에 다섯가지 유형이 있다며 이 부류에 속한 사람을 나라와 백성을 해치는
간신으로 간주했다.
공자가 꼽은 간신의 유형은 이러하다.
첫째.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
둘째.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
셋째. 행동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
넷째.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
다섯째. 비리를 저지르며 혜택만 누리는 자이다.
이 다섯 가지 유형의 자들을 보면 모두 말을 잘 하고, 지식이 많고, 총명하고, 이것저것 통달하여 유명한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진실이 없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런 자들의 행위는 속임수투성이이며, 그 지혜는 군중의 마음대로 몰고 다니기에 충분하고, 홀로 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이런 자들은 간악한 무리의 우두머리라 죽이지 않으면 큰일을 저지른다고 공자는 경고한다.
저자는 공자의 이 논리를 지금 우리 상황에 대입시킨다 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한다.
공자가 간신으로 분류한 유형을 보면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자신의 스승을 은 30냥에 팔아 넘긴 '가룟 유다'이다.
그는 예수의 12명의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열두 명 중 가장 유능하고 뛰어나며, 리더의 자질을 가장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실력자이며,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인물로 신학자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공자의 평가대로 가룟 유다는
말도 잘 하고, 지식도 출중하고, 총명하며, 통달한 것도 많은 유능한 제자였으나 그런 능력을 스승을 팔아 넘기는 데 쓰고 말았다.
유다야 말로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이었던 것이다.
그의 뛰어난 능력과 실력을 스승을 배신하는 행위가 아닌 수제자 베르로나 요한, 다른 열한 명의 제자들처럼 스승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쳐 마지막 순간까지 충성했다면 그는 '태어난 게 비극'이었다는 후세의 평가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은 중국사의 흥망성쇠를 좌우한 간신 19명의 삶과 그들이 미친 영향을 소개한다.
[난세에 답하다]로 잘 알려진 중국사에 정통한 중국사 전문가 김영수 작가는 책에 소개된 19명의 명예롭지 못한 인물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 종교, 경제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여전히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간신배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충신의 삶을 살펴보는 것 이상으로 매우 흥미롭고 새로운 주제여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들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간신을 만날 때마다 그 인물에 비교할 만한 우리나라의 간신배를 찾느라 머릿속이 부산했다.
나름 재미있는 비교여서 김영수 작가님이 다음 책에는 우리의 간신배를 다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19명의 간신배 중 가장 경악했던 인물은 권력의 욕망에 사로잡혀 어린 자식을 삶아서 권력자에게 바친 최악의 간신 역아이다.
그릇된 권력욕에 사로잡힌 간신에게는 정말 제동장치가 없나보다.
오직 목적만을 향해 질주하느라 역아는 자식도 부모도 안중에 없다.
필요하다면 부모 자식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얼마든지 희생시키며 양심에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간신들의 공통점은 권력에 대한 욕망이 과도하다는 것과 기회를 잘 포착하는 기회주의자,
자신의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목적 달성을 위해 아첨하고 질주하며,
일단 권력을 잡으면 사리사욕과 방탕함으로 인생을 소진하는 소인배라는 것이다.
권력욕에 눈이 먼 간신들이 역사를 좌지우지 하고 멸망에 이르게 한 것은 비단 중국사에 국한 될까?
우리의 먼 역사가 그러했고 가깝게는 일본에게 나라를 판 이완용이 그러했으며, 오늘날이라고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를 멸망에 이르게 한 간신의 교활한 수법과 극악무도하고 치졸한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중국이나 우리나 다를 게 없었다.
간신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이다.
중국의 장구한 역사 가운데 어디 간신이 19명 뿐이겠는가마는 엄선된 19명은 중국 간신의 최고봉의 위치에 선 간신답다는 게
이 책을 읽은 느낌이다.
중국 역사의 명예롭지 못한 인물들이지만 많은 인물과 시대를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유익한 독서였다.
우리나라의 간신으로 연산군 때 남이 장군을 죽음으로 몬 유자광,
궁지기의 신분으로 세조를 좌지우지하며 집현전 수많은 학자를 죽음으로 몬 한명회,
선조 때 이순신 장군을 중상모략한 원균,
그리고 윤두수와 윤근수에 대한 간신 논란 공방.
물론 관점에 따라 간신인지, 난신인지, 충신인지 그 평가가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책의 저작동기처럼 간신들의 삶이 주는 교훈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위정자들이라면, 리더의 위치에 있다면, 지도자와 성직자의 신분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저자의 바람처럼 우리 모두는 역사를 통해 배우고, 역사가 주는 교훈에 귀기울여야 한다.
반면교사로 삼아 저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