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 각각의 매력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매력보다는 잘생긴 사람의 외모를 부러워하고 다른 사람들의 매력에 매력을 더 느낀다.

특별히 우리의 주인공 피렐리처럼 잘생기기도 않은데다가, 눈에 띄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평면인간에다가,

주목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비교의식은 더욱 심할 것이다.

 

피펠리의 비극은 희대의 미남이자 최고의 인기스타를 형으로 두었다는 데 있다.

그것도 둘씩이나.

그러니 밤낮 잘나고 인기 좋은 쌍둥이 형들과 비교하며 서글프게 산다.

형들과 비교해볼 때 피렐리는 볼품없고, 못나고, 싱겁고, 부족한 것 투성이의 초라한 동생이다.

주목받지 못하고 관심받지 못해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번번히 실패한다.

그러다 지난 수천년 동안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성공확률 100%를 자랑하는 자살방법에 도전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엄밀히 말하자면 실패가 아니라 유보한 것이다. 24시간 동안.

 

하루 동안 자살을 유예시킨 피렐리는 프랑스에서 가장 추앙받는 예술가 제우스 페테르 라마와 계약을 맺는다.

제우스 페테르 라마는 돈 많고, 인기 좋고, 잘 생긴, 그야말로 피렐리와 정반대의 사내이다.

이 예술가에게 피렐리는 영혼과 육신을 맡긴 채 죽고 '아담 제 2호'라는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몸을 판 대가로 피렐리는 그렇게도 바라던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과 주목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이뤄 세상의 찬사를 한몸에 받는다. 

원하던 것을 성취한 피렐리는 이제 행복한 일만 남았다.

이젠 행복을 누릴일만 남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는 번역서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문장이 매끄러워 막히는 데가 없는 소설이다.

때문에 몰입해서 일을 수 있었고, 독특하고 기발한 소재와 스토리 전개도 독자를 작품에 빠지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 사랑, 예뻐지고 싶은 욕망과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 등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지난 주에도 젊은 연예인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예쁘고 유명하고 인기 좋은 그녀가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런데 요 며칠 그녀의 죽음을 두고 시끌한 인터넷과 후끈 달아오른 네티즌을 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얼굴이 아른거리며 머릿속을 멤돈 생각은 그녀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피렐리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더라면,

그가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자기 자신을 영원히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예술작품이 되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예술작품이 된 후에야 비관하고 우울해하며 삶을 낭비하던 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

 

인간이라는 것이 참 어리석다.

우리는 현재의 불행 속에서 과거의 행복을 찾고, 오늘의 불평 속에서 어제의 감사를 발견한다.

그도 아니면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며 감사할 거리를 찾던가.

피렐리 역시 자유 잃은 문화재 신세가 되고 나서야 과거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그때 자기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했던 것을 괴로워하며 통곡한다.

어디 피렐리 뿐이겠는가.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불편한 시골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과거의 편리한 생활에 감사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오늘의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끝없이 원망하고 불평했을 것이다.

오늘의 슬픔은 과거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한다.

과거의 기억은 오늘의 동력이 되어 피렐리를 끌어준다.

피렐리를 한 남자로 받아주고 인정해주고 사랑해준 피오나와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도 그는 멈출 수 없다.

 

두 사람이 평범한 사람으로 만나 서로 사랑했다면 더 좋을법도 하지만,

생명의 소중함이나 인생의 소중함을 늦게나마 발견한 것으로 위안삼는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에 자신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에게 인정받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그 시간에 자신만의 실력을 키우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를 탓하기 전에 나부터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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