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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여행에 대한 목마름은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샘물과 같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이따금 불숙불쑥 고개를 쳐들지만
아이들의 등하교를 꼼짝없이 책임진 신세라 그러지도 못한다.
그럴 땐 가까운 동강에 나가 햇볕 가득 머금고 반짝이는 강물이나, 강물위에 내려앉은 노을을 말없이 바라보다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은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홍천강 자갈위에 누워 함께 별을 헤아렸던 기억, 강화도 청령포에서 내려다본 붉은 바다,
빗속을 가르며 낙동강 굽이길을 돌았던 얼굴들이 내 마음에 파고든다.
갈 때보다 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돌아오는 여행길일지라도 여행을 동경하는 마음엔 변함 없다.
겨우내 추위와 싸우느라 동강 근처엔 얼씬도 못했다.
오늘 아침,
집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좋아 뜰앞을 거닐다 어느 틈새 올라왔는지 모를 파릇한 생명들을 만났다.
숲에도 생명의 봄기운이 스미고 있었다.
아니,
봄은, 가을은, 그리고 여름은 숲으로 가장 먼저 오는 것 같다.
다람쥐가 깨어나고 산새들이 지저귀고 돈나물이 올라오며 봄을 알린다.
봄 햇살 가득 싣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날이다.
이런 마음을 부채질하듯 [내 마음의 여행]은 봄 보다 봄이 더 먼저 시작되는 해금강의 춘삼월 봄바람으로 나를 꼬득인다.
푸르디 푸른 초록 물결의 해금강에서 비릿한 바다 내음 맡으며 온몸으로 바닷바람을 맞고 싶다.
숲을 완전히 떠나서 바다에 흠뻑 취하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사진과 여운 가득한 글이 나를 유혹한다.
젊은 날, 봄이면 마음이 병이 찾아와 어디든 나섰던 그 몹쓸 병이 도졌나보다.
이 책은 그렇게 날 오라 손짓하는 것만 같다.
[내 마음의 여행]은 테마가 있는 여행으로 독자를 초대하는 책이다.
4개의 주제를 가지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여행지를 사진과 산문시로 소개하고 있다.
계절별로 여행하기에도 안성마춤이로 구성되어 있다.
인제와 양양을 잇는 고개 한계령의 설원에서,
겨울 한낮에 약초를 캐는 부부가 사는 무주의 산골마을,
한려수도 300리 물길이 열리는 길목의 통영,
뱃길이 끊겨 곡식이 떨어졌을 때도 고구마만 있으면 견딜 수 있다는 욕지도,
가야산 두리봉 아래 첫 동네 개금마을,
야생화가 핀 가을 강가로 안내한다.
혼자라도 좋다.
자기 자신을 오롯이 만날 수 있을테니,
길동무가 되어 줄 친구와도 좋고 연인이어도 좋다.
쓸쓸하지 않을테니.
단란한 가족여행이어도 좋다.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줄테니.
음악과 시와 아름다움이 있는 곳으로 떠나보자.
그리움이 우리를 기다릴테니.
봄이 더 바싹 다가오면 이 책 한 권 들고 어디든 가볍게 떠나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