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역사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 과학과 사회 1
피에르 주아네베로니크 나움 그라프 외 13인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결혼 10년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하던 내 친구는 인공수정으로 임신에 성공했다.

그 아이는 지금 의젓하고 건강하게 자라 중학생이 되었다.

나는 친구의 가슴앓이를 들은 적이 있다.

친구는 길거리에서건 버스에서건 임신한 여자들만 보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백일과 돌집에 초대받아 가는 것이 제일 속상하고 우울했었다고 말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눈물이 제어가 안 되고 마음을 통제 할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10년이 지나자 부부 사이에 대화가 점점 없어지고, 사소한 것으로 싸움이 잦아지고,

그러면서 점점 멀어지고 급기야 우울증에 시달리다 마지막 방법으로 입양과 인공수정을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혈통을 중시하는 시댁 어른들 의견에 따라 인공수정을 택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게 되는 게 아니어서 두 번이나 실패한 뒤에 성공했단다.

만약 인공수정에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면 자신은 아마 혼자서 살았을 것이라고 쓸쓸하게 말하던 친구는

의학의 도움을 받기 전부터, 그러니까 결혼 초부터 임신복을 10벌이나 준비하며 아이를 기다린 엄마였다.

결혼 후 1년에 1벌씩 임신복을 사면서 엄마가 되기를 고대한 것이다.

 

[성의 역사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은 프랑스 학자들의 출산과 혈통, 그리고 성에 대한 담론이다.

의사, 인류학자, 정신분석학자, 법학자 등이 2003년 파리 과학사업관 컨퍼런스에서 위 주제로 발표된 내용을 묶었다.

 

의학이 출산을 제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원하면 얼마든지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친구의 경우처럼 남편의 정자를 주입하는 인공수정은 별 문제가 없지만,

제 3자의 기증을 통한 출산은 혈통의 유전적인 요소와 또 다른 측면의 분리를 낳는다.

바로 아이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이며, 그런 출산 방법을 선택한 부모와 그 아이 사이의 관계,

기증자와 아이의 관계는 어떻게 수립되어야 하는가이다.

 

거기다 이성 부부가 아닌 싱글맘이라던가 동성 부부의 제 3자의 기증을 통한 출산은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깨뜨리고,

혈통과 성, 그리고 출산을 분리시킨다.

책에서는 전통적인 방법 외에 이러한 방법으로 출산하는 아이들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 아이들에 대한 개념과 법의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솔직히 조금 혼란스럽다.

혼자 사는 여성이나 동성애자 여성들이 부모가 되기를 원한다면 경우에 따라서 사회가 그 비용을 부담한다는 사실이.

 

출생의 비밀은 한 사람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드라마에서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출생의 비밀을 단골로 다루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궁금증,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 정체성에 대한 의문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입양간 아이가 자란 후 수십년 후에 자신의 부모를 찾는 일과 비슷한 것 아닐까? 

싱글맘이나 동성 부부들이 아이의 출생에 관해 비밀로 할 것인지 공개할 건지에 상관없이,

제 3자의 기증을 통해 낳은 아이들에 대한 법의 보호와 제도 그 이전에,

과연 '아이에게' 옳은 일인가를 묻고 싶다.

 

내가 더 혼란스러웠던 것은 결론 없이 중간에 갑자기 끝나버리는 여러 편의 글 때문이다.

마무리 없이 중간에 끊겨서 매번 당혹스러웠다.

말하려는 의도를 찾기 위해 다시 읽어야 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조차 안 했던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혈통과 성, 출산에 대한 우리 학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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