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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 그들에겐 미래, 우리에겐 희망
미국히말라야재단_리처드 C. 블럼,에리카 스톤,브로튼 코번 엮음, 김영범 옮김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네팔에 이런 격언이 있다.
'산에서는 여자로 태어나면 안 되고, 테라이 지방에서는 황소로 태어나면 안 된다.'
여자와 황소가 안고 있는 무거운 멍에를 일컫는 말이다.
가난, 영양부족, 성 차별, 높은 문맹률,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의료 관리(특히 산부인과),
수세기에 걸친 중앙 정부의 방치 등올 인하여 여성의 사망률이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질병 발병률은 끔찍하게 높다.
이곳에는 산후 여성을 불결하게 보는 뿌리 깊은 관습까지 있다.
이 때문에 비참한 상황은 더욱 커진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출발하면 11일 동안 외양간에 격리시킨다.
집이나 밭에서 노동을 할 수 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영양 섭취는 물론, 특별한 산후 관리가 필요한 바로 이 시기에 산모는 녹색 채소, 우유, 유제품을 먹지 못한다.
출산 중 여성이 죽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산모가 죽지 않으면
오히려 특이한 사건으로 보고 그것을 지칭하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두 번째 생명'이라는 뜻을 잣칼(jatjal)이 그것이다,
위험 수준에 달한 이 통계 수치를 개선시키기 위해 장기적으로 취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사람들의 의식과 교육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히말라야]는 이렇게 불가능해 보이고 더디게 보이는 일들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히말라야를 직접 겪고 히말라야의 소중함을 느낀 사람들의 글과 사진이 실려 있다.
또 히말라야에서 나고 자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히말라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뉴질랜드 출신의 등산가이자 탐험가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네팔의 텐징 노르가이는
1953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등정에 성공했다.
세계적인 열광을 불러 일으킨 이 등정을 계기로 셰르파인이 세상에 알려지고
수많은 트레커와 등산 애호가들이 히말라야를 찾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른 두 사람은 등정 이후 훨씬 더 가치있는 업적을 남겼다.
에드먼드 힐러리는 마을 27곳에 학교를 세웠고, 병원과 진료소 등을 세우며 교육과 복지사업을 펼쳤다.
한편 텐징 노르가이는 산에 오르다 죽은 사람들의 유가족을 돕는 재단을 설립했고,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으며 히말라야 등정협회를 세웠다.
히말라야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 혹은 외부에서 교육을 받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히말라야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며 살아가고 있다.
히말라야는 신비롭고 매혹적이지만, 오늘날 문화와 환경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관광산업으로 인해 많은 곳이 파괴 될 위기에 처해 있고,
수많은 군사기지와 유기화학 공장들,
가스관 설치와 중국 이주자들을 위한 신도시 건설로 환경과 문화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기적인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평화롭던 곳이 그곳에 사는 소박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큼지막한 사진이 가득한 이 책은 포토 에세이를 보는 것 같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히말라야와 그곳 사람들의 삶이 담긴 사진은 가히 예술이다.
가장 인상적이며 가슴 아픈 사진은,
굽은 어깨와 휘어진 허리로 무거운 돌을 나르는 맨발의 여인들을 담은 사진이다.
그녀들의 척박하고 고단한 삶의 무게가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 사진 위로 금방이라도 산사태가 날 것 같은 가파른 기슭에서 위태롭게 나무를 하는
여인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포개져 마음이 아팠다.
나도 잠깐이지만 산에서 나무를 해보았기에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경사진 곳에서 나무를 끌어올리고 다시 아래로 굴리고 또 굴리는 일은 죽을 만큼 힘들다.
산에서 굴러 내린 나무를 길가로 운반하고 집까지 나르고 나면 겨울인데도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두 발은 힘이 없어 휘청거리고, 수저를 들 힘도 없을 정도로 힘들다.
나는 나무가 그렇게 무거운 줄 정말 몰랐다.
바윗덩이같이 무거운 나무를 자르고, 끌어올리고, 나르는 여인들,
바윗덩이를 부순 돌을 등에 지고 나르는 여인들이지만
그녀들은 차분하면서도 활기차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 지역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선 나부터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히말라야에 대해 무지했었다.
세계 많은 사람들이 히말라야와 그곳 사람들에게 지원과 관심을 보냈으면 한다.
그래서 그들이 부르는 희망 노래에 힘이 실리기를, 그들이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