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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걸인 사무엘 -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지혜에 관한 우화
브누와 쌩 지롱 지음, 이지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이든 사물이든 있어야 할 자리가 있고 걸맞는 자리가 있다.
제자리를 벗어난 물건이나 제자리를 못찾는 사람은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주방에 있어야 할 도마와 칼이 침실에 있거나
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이 유흥업소에 있거나
근무시간에 회사가 아닌 커피숖에서 노닥거리는 직원이 있다면 이 얼마나 불안하고 꼴불견인가.
스스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물은 물건의 주인에 의해 제자리를 찾아가야 하고,
제자리를 벗어나 서성이는 사람들은 브누와 쌩 지롱이 말하는 '걸인'에 의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걸인은 우리 삶에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어떤 이에게는 친구로, 어떤 이에게는 가족으로, 어떤 이에게는 책으로. 어떤 이에게는 종교로,
또 다른 이에게는 철학으로 찾아와 우리의 길을 밝혀준다.
[행복한 걸인 사무엘]은 걸인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과 파란색 문고본이 전하는 가르침을 철학적인 내용에 담은 책이다.
두 주인공 사무엘과 장-자끄는 마치 철학자같은 걸인에 의해 자기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거의 읽다시피 한 사무엘,
그러나 그는 번번히 입사시험에 실패하는 가난한 실업자다.
그와 대조적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거부 장-자끄,
그러나 목적도 행복도 없는 무미건조한 인생이다.
책은 사무엘과 장-자끄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들려준다.
이 책은 우화의 틀에 철학적 담론과 자기계발서적인 내용을 소설 형식으로 표현한 독특한, 장르가 애매한(?) 책이다.
저자는 작품에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에 인생의 가치를 두고 있으며,
행복의 척도로 삼고 있다.
방관자나 구경꾼이 아닌 자기만의 삶을 찾아 역동적으로 사는 삶이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행복한 삶이라고,
의미있는 삶이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모든 것이 풍요롭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장-자끄의 경우가 이를 잘 대변해준다.
오히려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 가능성이 더 높다.
의미있는 삶을 살고 풍요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은 정신적 부자들이다.
정신적 부를 살찌우려면,
우선 자신이 있는 자리가 제자리인지,
혹시 궤도를 이탈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자기다운, 자기만의, 주체적인 삶을 역동적으로 살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내면을 성숙시켜야 되지 않을까.
그런 후에 누군가의 걸인이 되어주기 위해서 거리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