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 - 하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과 그리 친하지 않은 탓에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밀레니엄의 폭발적인 인기는 가공할 만한 것으로 독서가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었다.

밀레니엄에 대한 찬사는 연일 끊이지 않았다.

장르소설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최고의 소설, [다빈치 코드]와 [해리포터]를 향후 10년간 잠재울 유일한 책,

불세출의 걸작,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 심지어 일요일 저녁에 읽으면 절대로 안 되는 책이라는 평가가

호사가들에 의해 그럴듯하게 꾸민 이야기인지, 홍보 문구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 어떤지 그 진의를 파악하고 싶었다.

이런 불온한 생각으로 나는 800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밀레니엄]을 만났다.

 

 

스티그 라르손은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프롤로그에서부터 긴장으로 몰고간다.

기자 출신의 작가, 더구나 기성 작가가 아닌 무명작가, 그것도 데뷔작이며 유작인 이 작품은 걸작이라할 만하다.

거대한 스케일과 빈틈 없이 짜여진 독립적인 플롯, 정교하고 치밀한 스토리, 새로운 인물들이 주는 긴장감,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의문 등은 독자에게 스릴을 주어 책을 쉽사리 놓을 수 없게끔 한다.

 

 
밀레니엄은 가정과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차별을 저자의 기자 정신으로 고발하고 있다.
가정 안에서 은밀히 아루어지는 성적인 학대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드러낼 수 없는 수치이다.
여성에게도 최대의 치부일진대 어린 아이라면 그 상처가 어떠할지 짐작만으로도 고통스럽다.
일생동안 남자를 증오하며 저주하는 것은 불문가지가 아니겠는가.
복지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군사 정보를 준다는 이유로 매춘과 인신매매가 이루어지고
정부가 이를 묵과하는 부분은 기자 출신다운 사회 풍자이며 고발이다.
 
 
다른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고 불신하며 냉담한 표정과 잔인함, 거르지 않고 내뱉는 직설적인 리스베트.
이러한 모습은 어린 시절 배신과 거짓으로 얼룩진 가정환경과 아버지에 대한 증오, 사회의 처절한 버림 등에 기인한다.
가정폭력과 사회로부터의 버림은 그녀를 폭력성과 분노로 무장하게 한다.
너무도 당연한 결과지만, 그래서 더욱 슬프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잔인하기로, 냉담하기로, 불신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이런 리스베트에게 미카엘만은 예외. 그녀가 사랑을 느낀 유일한 남자이다.
하지만 미카엘로 부터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그녀는 미카엘을 밀어낸다.
 
 

동구권 여성의 인신매매 이야기에서 작년 봄 마을 입구에 붙었던 현수막이 떠올랐다.
'태국 처녀와 결혼하세요. 결혼 안 하면 환불해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이다.
이 얼마나 여성을 차별하고 짓밟는 행위인가.
이곳에 거주하는 태국 여성들은 이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현수막 철회와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현수막은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일주일만에 철거 되었다.
힘 없는 외국 여성들이 힘을 모아 자국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한 승리였다.
하지만 그 여성들이 어디로 갈지, 어떤 형태로 살아갈지를 생각하면 진정한 승리라 말하기 어렵다.
동남아 여성들의 공공연한 매춘,
이를 위한 여성들 수입( 적절치 않은 표현이나  가장 현실저인 표현이기도..),

북한을 탈출한 여성들의 중국 매춘과 인신매매 등은
여성의 성적 학대와 차별이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넘어 국제적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시대의 현상과 문제를 잘 반영한 소설이다.
 
이 책은 조금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두 아들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시켜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 책이며,
단지 흥미 위주로 생각하고 멀리했던 소설에 대한 편견을 가볍게 깨드려준 책이다.
이젠 소설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올해에는 소설을 다양하게 읽고 싶다.
무엇보다 밀레니엄 3부는 열 일 제치고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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