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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부의 탄생 - 미래 시장의 재편과 권력의 이동
모하메드 엘-에리언 지음, 손민중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1월
평점 :
3년 전에 미국 아틀란타로 이민간 친구와 한 달에 두어번 정도 메일을 주고받는다.
친구는 아틀란타에서 남편과 함께 한국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을 상대로 중고차 매매상을 운영한다.
매매상을 시작한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매출이 꾸준히 신장하는 탄탄한 사업체로 성장시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성실하고 정직한 부부는 '신용'을 생명처럼 여기며 생면부지의 낯선 이국 땅에 건실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
여간 기쁘고 반갑지 않다.
하지만 함께 전해온 또 다른 소식은 미국 경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었다.
친구가 사는 동네에 하루가 다르게 빈집이 속출하며 조용한 밤에는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 괴로움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기름값이 하루에도 몇 번씩 춤을 추어 불안을 가중시키는데다
이웃들의 시기와 중상모략이 그치지 않아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친구의 편지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 나라 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것이 축복이라며 끝을 맺었다.
희비가 교차하는 심란한 편지를 받고 나는 이내 답장을 쓸 수 없었다.
미국은 이미 1929년에 경제 공황을 경험했다.
오늘의 위기는 당시의 처참한 경제 공황보다 얼마나 더 심각한지, 얼마나 더 오래 갈지 아직 미지수다.
우리나라의 IMF 외환 위기 때에도 그 여파와 지속성에 대해서 엇갈린 주장이 난무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혼란은 현재 국제 금융체제의 근간마저 뒤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내부의 문제는 일련의 금융시장 붕괴 사태로 번지면서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문에 가진 사람들은 가진 사람들대로 몸을 사리며 지갑을 열지 않고, 없는 사람들은 없는대로 불안해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아직 우리나라에, 특히 나에게 이렇다할 타격을 입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 위기로 확산되어 우리나라의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은
먹구름을 알리는 전주곡이다.
나는 금융 위기를 촉발한 요인이 무엇인지, 세계 경제의 혼란 원인은 무엇이며, 왜 이런 문제가 발생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글로벌 경제 위기는 우리나라의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
세계는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암울한 경제는 언제쯤 회복될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현재의 대혼란은 시작도 긑도 아닌 변화의 단계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 혼란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풀어갈 수 있는 문제이며, 문제가 해결 된 이후를 준비하라고 당부한다.
이제까지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일극체제였지만,
앞으로는 전 세계가 함께 이끌어가는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헬로 아시아의]의 저자는 지금이 역사상 가장 유연한 시기라며 서구 지배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서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구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장 강력한 문명으로 남아 있을 테지만,
서구는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세계질서의 관리 측면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구가 신흥 경제국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21세기를 역사상 가장 행복한 세기가 된다고 그의 책에서 밝히고 있다.
이렇듯 경제 역시 미국의 일극체제에서 신흥 경제국들과 함께 이끌어가는 다극체제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통찰처럼 지금은 변화 단계이다.
개인과 기업과 정부와 세계는 이 달갑지 않은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변화를 경험한 이후의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는 어떤모습으로 변화할지,
변화로부터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부의 탄생]은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신뢰가 간다.
이 책은 위기의 진원지를 찾아가서 원인을 진단하고 위기의 과정을 추적하며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눈을 갖도록 도와준다.
저자와 함께 위기의 정체와 흐름, 위기의 대처 자세와 위기 이후까지 조명했으니
이제 세계는 중지를 모아 위기를 극복할 일을 남겨두었다.
저자의 긍정적인 결론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