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작은 새
다니엘 문두루쿠 글, 세실리아 레보라 그림, 문세원 옮김 / 푸른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큰 아이가 6살 때.

벽이나 방 문을 스케치북 삼아 온통 낙서와 그림을 그려대는 아이를 미술학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림에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 아이는 이 결정에 쾌재를 불렀다.

첫날은 내가 동행해 주었고 다음 날부터 유치원에서 돌아온 후 혼자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다음 날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 신발을 막 벗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아이가 학원에 오지 않았다는 원장님의 전화였다.

화들짝 놀란 나는 아이가 갈만한 곳을 다 찾아다녔으나 아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학원비를 가지고 나간 아이가 학원  버스도 타지 않고 사라졌으니 속이 바짝바작 타들어가고 눈 앞이 캄캄했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며 수선을 떨다가 뭔가 짚이는 게 있어서 집 안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붙박이장 안에서 미안한 듯 계면쩍은 듯 멋쩍게 웃는 아이를 발견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그만 아이를 따라 웃고 말았다.

혼자 학원 가기가 겁났던 녀석은 벽장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혼자서 한다는 것은 어른에게도 낯설고 겁이나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경우엔 어른의 그 낯섦보다 더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소년과 작은 새]는 부모의 따뜻한 품을 서서히 벗어나 또래 아이들과 세상을 향해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소년은 공원을 산책하다 엄마 잃은 아기 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정성과 사랑으로 아기 새를 돌보지만 아기 새는 점차 소년의 손길을 거부한다.

소년은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를 보며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영원히 안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먹이를 먹여주는 것을 거부하는 아기 새를 통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자신의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한 마리의 새는

소년도 엄마로부터 떠나와야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를 위한 동화이나 오히려 부모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강한 책이다.

뭐든지 엄마가 해결해야,  엄마가 대신 해야 안심하는 엄마들이 있다.

어쩌면 나도 그런 엄마 중 하나일지 모른다.

아이가 아무리 커도 부모 눈에도 아기로 보이고,

그런 아이가 하는 행동은 늘 불안하고 미덥지 않다.

그래서 '내가 해주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는 마음으로  아이의 일을 몇 번 가로챘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내가 빼앗은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는 의존적이 되고 책임감이 결여된다.

책을 덮고나자 죽비로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이제 아이들 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리라.

그러면서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리라.

얇은 동화책 한 권이 내게 준 교훈 그 어느 책보다 크고 진하다.

아이들이 외가에서 돌아오면 예쁜 동화책을 내밀며 읽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긴긴 겨울 밤 동화책을 주제로 녀석들과 이야기꽃을 피워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