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
서상훈 지음 / 지상사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좋아하는 학자 중 한 사람이 이덕무이다.

그는 풍열로 눈병에 걸려 눈을 뜰 수 없는 중에도 어렵사리 실눈을 뜨고 책을 읽었던 책벌레였다.

열 손가락이 다 동상에 걸려 손가락 끝이 밤톨만하게 부어올라 피가 터질 지경 속에서도

책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써보내던 그였다.

그는 마치 기갈 들린 사람처럼 책을 읽었다.

가난하여 책 살 돈이 없었기에 늘 남에게서 빌려 보았다.

한 권 책을 얻으면 기뻐 이를 읽고, 또 중요한 부분을 베껴 적었다.

이렇게 읽은 책이 수만 권이었고, 파리 대가리만한 작은 글씨로 베낀 책만 수백 권이었다.

어머니와 누이를 영양실조로 떠나보내는 처절한 가난과 열 손가락이 퉁퉁 붓는 동상의 고통에서도

책을 읽고 필사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이덕무였기에 당대에는 정조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고,

후대에는 사표가 되는 학자로 지식인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나를 천재로 만드는 독서법]은 제목 그대로 천재가 되는 독서 방법에 관한 내용이다.

책에는 천재 독서법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존 스튜어트 밀의 독서법,

링컨의 독서와 필사,

책을 읽고 저자와 상상 속에서 토론을 나눈 최한기,

같은 책을 만 번 이상 읽고 그 책을 베껴 쓴 백곡 김득신이 등장한다.

한마디로 독서와 필사, 독서토론을 중요성을 역설하는 책이다.

 

 

독서와 필사, 그리고 독서토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방법이며, 그 필요성 또한 간파했을 것이다.

이 새로울 것 없는 독서의 방법을 저자는 왜 소리높여 강조하는 것일까?

독서와 필사는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보았음직하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얼마나 꾸준히 지속적으로 실행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꾸준한 지속성이 실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뚜렷한 목표 없이 독서와 필사를 지속하기란 어렵다.

때문에 저자는 지속해야 될 이유와 지속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며 자신감을 준다.

 

 

 

작년 봄 학부모 총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총회의 모임 장소는 학교 도서관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인사와 선생님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인 총회가 진행되었다.

도시 학교 도서관에 비견될 만한 많은 도서와 신간 도서를 갖춘 최신의 도서관 시설에 감탄하며

나는 주 1회 독서토론 수업을 건의했다.

나의 제안에 대한 선생님들의 답변은 걸작이었다.

모든 선생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불가'판정을 내놓았다.

이유는 참여할 학생이 극소수이며, 참여하는 학생이 일부로 제한된다는,

현실과 기가막히게 들어맞는 결론을 나에게 내밀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안목을 가진 선생님들은 시도조차 안 해보고 포기했다.

같은 상황, 비슷한 수준의 다른 학교의 성공 사례를 모르는 건지, 아니면 외면하는 건지 안타까웠다.

 

 

0교시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아침자습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보충수업 시간을 독서토론으로 만든 후

학교 전체에 책 읽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수업 분위기가 활발해졌으며,

심지어 쉬는 시간까지 책을 읽는 학생들로 넘쳐나서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는 많은 기사를 증거물로 제시하고 싶었다.

독서는 개인의 경쟁력 향상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독서와 독서토론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한다.

저들을 부러워하기에 앞서 교육의 최일선을 맡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의 의식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시제도의 개선과 교육 당국의 변화, 정부의 후원 등이 그 뒤를 이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3류대에 지나지 않았던 시카고대학이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하고 명문대로 거듭난 이유는 독서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필독서를 정하고 이를 읽지 못하는 학생은 졸업하지 못하는 학사규칙이 3류대를 명문대의 반열에 세웠다.

독서는 모든 학습능력을 튼실히 다져준다.

독서를 통해 독해력과 이해력, 응용력과 창의력, 사고력과 논리력 등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매번 방학을 이용해 독서로 기본기를 다지는 학생이라면 학기 중 그 위력을 실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나타나는 효과도 있지만, 시카고의 예처럼 장기전에도 강하고 실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게 독서이다.

 

 

[태백산맥]을 10번 필사하고 등단했다는 소설가,

[토지]를 5번 필사하고 등단한 작가의 경험담은 필사의 위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쓰고 또 쓰면서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베껴 쓰기는 작문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독서와 베껴 쓰기, 독서토론과 글쓰기만한 게 없을 것 같다.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

자녀를 천재로 키우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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