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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청바지에 하얀 면티셔츠를 입은 전지현을 보라.
화려한 치마나 블라우스를 걸친 모습보다 이 심플한 복장이 더 예뻐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쌩얼처럼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때문이다."
청바지를 입었을 때 예쁜 사람은 무엇을 입어도 예쁘다.
나도 청바지 꽤나 좋아한다.
청춘도 아니면서 옷장을 열어보면 비슷비슷한 청바지가 10장이 넘게 있으니 말이다.
이런 나를 닮아서 두 아들의 청바지 사랑 역시 대단하다.
녀석들도 비슷비슷한, 그러나 분명히 다른 청바지를 여러장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용돈이 모아지면 청바지부터 사려고 안달이다.
아이들의 심리를 너무 잘 아는 나는 나무라기는 커녕 "이거 어때, 저건 어떠냐?" 하면서 옆에서 부추긴다.
저마다 자기 스타일을 권유하면서 세 모자가 옥신각신하는 게 우리집 풍경이다.
청바지는 원래 마차를 덮는 덮개나 천막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실용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천막 덮개가
광부들의 질긴 작업복으로, 살아있는 블루진으로 진화한 것이다.
천막용 천에서 광부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충족시켜주는 튼튼함으로 무장하고 청바지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이후 청바지는 150여 년 이상을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청바지의 아버지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와
청바지의 시조 리바이스Levi's의 탄생 배경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소개된다.
청바지가 유럽과 아시아 등에 소개된 계기는 청바지를 유니폼으로 입었던 미군들에 의해서다.
전쟁이 끝나고 미군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자 유럽에서 데님 유니폼을 공급하던 상점들에는 재고가 쌓였고,
이를 처분하기 위해 청바지를 팔기 시작해서 유럽 전역에 청바지가 보급되었다고 한다.
그 후 청바지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다.
청바지 붐은 반항의 아이콘 제임스 딘이 이끌어냈고,
말론 브란도,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잇따라 청바지를 입으면서 청바지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폭발하는 인기와 청바지 생산은 청바지 문화를 만들어냈고 청바지는 대중의 대명사가 된다.
저자는 "청바지는 이제 모름지기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세계인의 허리 아래를 점령해버린 제2의 피부"라고 말한다.
인구 4명 중 1명이 청바지를 입고,
50여개의 브랜드와 450여가지의 스타일로 생산되는 청바지는 만국공통복이다.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 청바지를 입고 주머니에서 아이팟을 꺼내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영화 시상식에서 정장을 한 배우보다 청바지를 입은 배우가 많다는 것도 신기하지 않다.
국가 원수들의 만나는 자리에서도 청바지는 멋스러운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청바지는 일상에서 편하게 입는 복장으로,
공식 석상에서 예의를 갖춰 입는 복장으로,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잇는 옷으로 자리 잡았다.
청바지의 질적 성장과 위상이 놀라울 뿐이다.
하지만 수십만 원대의 프리미엄급 청바지나 수백만 원대의 명품 청바지 가격은 그리 착하지 않다.
청바지 가격이 지금보다 조금 만만해졌으면 좋겠다.
산골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하이힐을 신고 갈 데가 없어서 고민이지만,
가격이 착해진다면 나중을 위해서 몇 개 더 장만하고픈 유혹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