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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余命 : 1개월의 신부
TBS 이브닝 파이브 엮음, 권남희 옮김 / 에스비에스프로덕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사람의 남은 생명이 '앞으로 1개월'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나는 이 질문에 한동안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했다.
나라면 1달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내 안에선 대답 대신 물음이 메아리쳤다.
이 책은 '허구'가 아니라 치에라는 24세 여성이 열심히 산 '현실'의 기록이다.
그녀는 23살 가을에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그 즈음 치에는 운명처럼 한 남자를 만난다.
타로라는 이름을 가진 준수한 청년이다.
치에의 인생에 유방암과 타로는 거의 동시에 불현듯 찾아온 손님이다.
불청객 암이 치에의 가슴에 자리를 잡은 뒤 점차 폐로 전이되었던 것처럼
타로 역시 치에의 가슴 깊은 곳에 찾아와 치에의 마음을 빼앗아갔다.
운명처럼 만나 숙명같은 사랑을 나눈 치에와 타로.
치에는 말기 암환자처럼 보이지 않는 밝고 통통한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드리운 발랄한 여성이다.
타로는 이제 막 시작한 사랑이 어쩌면 아픈 이별로 끝날지도 모르는데도 마음 다해 연인을 사랑하는 순수 청년이다.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다.
머리 굴리며 대차대조표를 그리지 않는 순수한 사랑이,
사랑이외의 어떠한 조건도 첨가하지 않는 순백의 사랑이,
주어도 주어도 그칠 줄 모르는 끝간데 없는 곡진한 사랑이 슬프도록 아름답다.
한창 나이에 암 선고를 받았을 때 그녀는 얼마나 참담했을까.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희망의 줄을 놓지 않았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긍정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치에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웃는 그녀를 떠올린다고 한다.
치에의 주변에는 항상 많은 친구들과 아버지가 있었고, 엄마같은 이모와 사랑하는 연인 타로가 있다.
그녀는 평범한 삶을 부러워한다.
남들처럼, 또래의 여성들이 사는 것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한다.
우리가 삶이 너무 평범하다고 불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평범한 일상은 불평거리가 아니라 감사의 조건이라는 것을 그녀를 통해 다시금 확인했다.
이제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은 1개월 뿐이다.
그녀는 모두와 함께 웃고, 주위 사람에게 감사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치에답게 살았다.
그녀는 아프기 전부터 삶을 아낄 줄 아는 여성이었으며,
부단히 노력하고 쟁취하는 의욕적인 여성이었고,
성실하고 착한 딸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치 하늘의 선물인 양 운명같은 사랑으로 다가와서 마지막 가는 길 동행한 타로를 만나고,
연일 병실을 메운 친구들과 친척들이 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 않게 지켜준 것은,
자기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최선을 다한 자에게 주는 하늘의 선물이 아닐까싶다.
이제 그녀는 떠나고 없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생을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생명에 대해, 감사에 대해,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리라.
그리고 "내일이 온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한 그녀를 떠올리며 감사와 성실로 하루를 채우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