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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슬픔 - 슬퍼하라. 그리고 아름답게 떠나보내라
그랜저 웨스트버그 지음, 고도원.키와 블란츠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세상에 슬픈 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 아픈 일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을 없을 것이다.
슬픔은 우리가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슬픔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게 인생이다.
그렇다면 슬픔에서 잘 벗어나는 길은 없을까?
[굿바이 슬픔]은 슬픔이 찾아오는 경로와 떠나는 경로, 슬픔이 지나간 자리를 들여다보는 '슬픔 여행기'를 적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많은 종류의 슬픔 가운데 상실에 대한 슬픔을 다루고 있다.
배우자나, 부모, 자녀, 친구, 집, 직장 등 우리의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때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특히 부지불식간에 상실의 슬픔을 경험하게 되면 상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나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울함과 외로움에 시달리게 되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보면 몸과 마음도 쇠잔해지기 쉬우며,
끝내 공황 상태에 이르러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싫어하며 삶을 포기해 버리고 싶은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브라운 부인이 낯선 곳에서 경험한 슬픔에 감정이 이입되었다.
우린 둘 다 태어난 곳에서 한 번도 이주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고향을 떠났으며,
온종일 무덤같은 적막감에 시달리며 공허함과 지루함과 기다림 속에서 하루를 보냈고,
친구들과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는 곳에서 그리움을 삭히며 살았다.
브라운 부인처럼 나 역시 삶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급기야 그녀는 내면의 고통이 신체적 통증으로 이어져 저자를 찾아갔다.
의사이자 목사인 저자는 그녀에게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도록 도와준다.
결과적으로 브라운 씨 부부의 이사는, 브라운 부인의 슬픔은 보다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나는 드러내지 못하는 동질의 슬픔을 의사의 도움 없이 나 스스로 새로운 목표와 가치관을 세워
그것에 정진하는 것으로 승화시킨 내 자신을 칭찬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에는 끊임없이 나를 격려하고 응원해 준 인생 후배이자 친구인 채기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슬픔을 당하는 친구를 믿어주고 지켜보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녀와 내 경우가 아니더라도 슬픔을 어떻게 다루고, 슬픔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슬픔은 우리를 파괴하기도 하고 다시 세우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슬퍼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저자는 말한다.
"슬퍼하라, 하지만 소망이 없는 사람들처럼 슬퍼하지는 마라.
슬퍼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슬퍼하라."
어둠이 지속되는 날이 없는 것처럼 세상에 영원한 슬픔은 없다.
언젠가는 지나가고 만다.
비록 그 속도가 더디더라도 언젠가 어둠이 걷히고 찬란한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슬픔의 늪에 빠져서는 안 된다.
슬픔이 우리를 송두리째 삼키도록 방관 하고 있어서도 안 된다.
슬픔 때문에 힘들어 하면서도 익숨함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며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주저해서도 안 된다.
계속 슬픔 가운데 머물게 되면 슬픔을 이겨내는 일은 아주 멀어지게 된다.
우리는 또 슬픔 이면에 숨겨진 뜻을 발견해야 한다.
슬픔은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슬픔을 경험함으로 남의 슬픔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견고하고 강한 사람으로 변하게 한다.
슬픔에 직면했을 때 상실감을 감추려 하기보다는
진솔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슬픔을 잘 이겨내며 강인하고 깊은 사람이다.
인간은 슬픔과 고통 심지어 비극까지도 감내할 수 있도록 창조된 존재이다.
그러니 마음껏 슬퍼하라.
단, 슬픔의 주체를 파악하며 슬퍼하자.
무엇이 나를 슬프게 하는지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이 슬픔을 벗을 방법도 찾아보며 건강하게 슬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