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지막 시작 - 아버지가 30대 아들에게 남긴 진짜 인생
전용석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마지막 시작]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라’는 주제를 아버지의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하고 있다.
아버지는 민석이 어렸을 때부터 사진을 찍기 위해 집을 떠나 세계를 돌아다셨다.
때문에 민석은 동네 친구들로부터 '아빠 없는 아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아버지는 몇 달에 한 번 집에 들러 며칠 정도만 머무르다 또 다시 어디론가 떠나곤 하셨다.
아버지의 공백은 생계로 뛰어든 어머니의 부재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혼자가 된 민석은 외로웠다.
외로움은 사춘기를 거치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변했고 원망은 아버지에 대한 무관심으로 바뀌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어머니도 아버지 곁으로 떠나셨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아버지의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일곱 통의 편지를 통해 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겉으로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마음의 문을 닫고 관심 없는 듯 아버지를 대했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곱 통의 편지로 인해 가정도 가족도 팽개친 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다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독자에게 던진다.
인간은 누구나 다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세상사 어디 그런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그 속에서 보람을 찾는 인생이야말로 축복받은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가장은 직무 유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기 위하여 가족을 방임한 가장은 책임 회피를 하는 것 아닐까?
민석의 아버지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으며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여 가슴 뛰는 삶을 살았지만,
민석은 그 대가로 가슴에 상처와 원망을 키우며 살았고 민석의 어머니는 평생 외롭게 살다 갔다.
자신의 꿈도 좋고,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가족을 저버리지 않은 범위 내에서,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석의 아버지는 자신의 꿈은 이루었지만, 아내와 아들과의 관계는 실패에 가까운
반쪽 성공에 해당하다는 것이 내 견해이다.
저자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편지 형식을 빌어 전하면서
여행 속에서 얻은 깨달음과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얻은 교훈,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기울이라고 당부한다.
세상에는 가장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꿈을 접고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하는 수많은 아버지들이 있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 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
내면의 소리 보다는 현실의 소리를,
원하는 삶보다는 주어진 삶을 묵묵히 걸으며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어찌 아버지들이라고 현실에 안주하는 게 좋으며,
다람쥐 체바퀴 같은 일상이 즐겁겠는가.
그들은 가장의 굴레와 책임을 외면하지 못하고, 저버리지 않은 성실한 가장이다.
주인공이 떠난 새로운 여행에서 처럼 마지막 시작에 도전하는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먼저 응원을 보낸다.
더불어 가족의 지지와 동의도 소홀히 여기지 말라는 당부도 전하고 싶다.
가족의 지지와 동의를 얻은 아버지의 미지막 시작은 자신감으로 충만할 것이며,
자신과 가족, 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룬 균형 잡힌 시작은 반쪽 성공이 아닌 온전한 성공으로 삶으로 인도할 것이다.
또한 민석 처럼 너무 늦게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