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 세대들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일본을 평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40대 이후의 사람들에겐 우선적으로 냉정함이 요구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 나라의 국모인 명성황후를 무자비하게 난자한 사건,

일본에게 국권을 강탈당한 국치일,

36년간 나라와 국민의 주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에 유린 당한 국토와 인권,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회피,

걸핏하면 독도를 자지네 땅이라고 우기는 뻔뻔함과 역사왜곡,

이 정도만 열거해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일본이 우리나라와 민족에게 준 직접적인 피해들이다.

비단 이것 뿐만은 아니지만, 이것 만으로도 우리 국민의 반일 감정은 자명하다는 것이 주관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마냥 일본을 미워하고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그런 감정 싸움을 할 때 일본은 세계 열강의 반열에 올라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일본에 대한 반감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일전 축구 경기라도 열리면 전국민이 눈에 불을 켜고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은 아닌지.

일본은 우리 국민의 가슴에 남은 감정의 묵은 찌끼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우리 국민은 이것을 일본정부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길은 단 하나,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도 다 아는 방법이긴 하지만,

국력신장!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상대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만만하지도 않아서 쉽지 않을 줄 안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파헤쳐 자꾸 덧나게 만드는 일본정부는 우리의 성처를 목도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사과를 바라마지 않는다.

 

 

고루한 비유 같지만, 나는 손자의 유명한 말로 대안을 제시해본다.

知彼知己 百戰不殆(지피지기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일본과 우리는 숙명적인 관계이다.

때문에 우리는 일본을 보다 객관적으로, 보다 정확히 알아야 한다.

우리와 일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다.

일본을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긴 하지만,

우리가 이겨야 할, 경쟁할 수밖에는 경쟁국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상대에 대한 분석 없이 덤볐다가는 낭패보기 일쑤니 우리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젊은 세대라면 꼭 읽으라고 당부하고 싶고, 학교 차원에서 필독서로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화와 칼]의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이라는 극단적인 상징으로 일본문화의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여성으로 방대한 문헌과 연구서를 가지고 보편적인 일본인들의 행태와 사고의 틀을 탐구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저자가 일본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화와 칼'에서 국화는 일본의 황실을 상징한다.

일본인들은 국화(國花)인 벚꽃보다 국화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차가운 가을에 홀로 피어 청결하고 엄숙하며 고귀한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한다.

국화처럼 조용하고 착하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 일본인들 속에 무서운 칼이 숨겨져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은 일본 국민의 이중적·모순적 특성이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을 일본인들도 인정하고 있다.

 

 

저자는

"극도로 섬세한 미감을 지녔음과 동시에 칼의 냉혹함을 숭배하고,

최고도로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얌전하며,

군국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탐미적이며,

불손하면서도 예의 바르고,

완고하면서도 적응성이 풍부하며,

충실하면서도 불충실하며,

용감하면서도 겁쟁이이며,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 라고 적고있다.

그리고 이같은 일본인의 민족성을 ‘손에는 아름다운 국화, 허리에는 차가운 칼을 찬 일본인’으로 결론짓는다.

 

 

베네딕트 여사는 봉건사회의 위계체계와 메이지 유신의 과정, 가족제도와 조상숭배, 육아방식 및 사회화 과정,

불교와 신도라는 종교 등을 토대로 일본인의 국민성이 형성된 과정과 원인을 밝힌다. 

이 과정을 읽으면서 나는 일본인의 국민성 형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부분을 자녀교육에서 찾았다.

일본인들은 자녀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자녀에게 무안을 주고, 무시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이때 자녀는 반감과 분노의 감정을 배운다.

하지만 집에서 쫓겨나기 않기 위해 용서를 빌어야 한다.

또 일본 가정의 아들은 엄마에게 함부로 대하고 폭력을 휘둘러도 이해받는다.

그러나 딸에게는 용납되지 않는다.

딸은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받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관대하다는 것이다.

그에 관한 내용을 여기에 다 서술할 수는 없으니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일본인들의 극단적인 이중성과 양면성이 자리잡은 것은 이러한 자녀교육과 깊은 연관이 있다.

 

 

베네딕트 여사도 지적한 바 있듯,

이러이러 하면서도 저러저러한 양면성을 지닌 민족은 일찍이 없다고 한다.

보통 이렇다 아니면 저렇다로 끝나는 것이 한 나라의 국민성인데,

유독 일본인들은 예외라고 한다.

이러면서도 저런 면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국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과 문화의 틀은 일본 대대로 내려오는 그들의 가정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진다.

 

 

비록 60여년 전에 기록된 내용이지만, 오늘날에도 유효한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은 일본을 다룬 가장 객관적인 책으로 손꼽히는 고전이라 할 만하다.

일본과 일본인, 그들의 문화를 아는 데 이만한 책은 없을 것이다.

청소년들에게는 필독서로 권하고 성인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일본을 알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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