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렉스는 시각과 자폐의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좌뇌와 우뇌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서 심각한 운동장애를 가지고 있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세살이 되도록 걷지도 못했고,

언어장애도 있어서 세살까지 옹알이밖에 하지  못했다.

대신 촉각과 청각에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수돗물소리, 전화벨 소리에도 자지러지게 놀라 비명을 지르며 울었고,

자동차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에도 비명을 지르며 우는 아이였다.

 

 

렉스에게 양말 신기는 것,

스프를 먹이고,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는 것 등

사소하고 작은 일조차 렉스의 어머니에게는 모든 게 전쟁이었다.

 

 

렉스의 어머니 캐슬린 루이스는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꽤 알려진 프랑스 은행에서 12년간 근무하면서  주위로부터 인정 받던 커리어우먼이었다.

캐슬린은 어렸을 적부터 고집 세고 의지가 강했으며

자신의 성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여성이었다.

이러한 캐슬린의 성격은 훗날 렉스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한 몫을 한다.

 

 

과학에서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자폐증 등의 뇌기능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와 대조되는 천재성을 동시에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렉스가 바로 그런 아이였다.

어느 비 오는 날 우연하게 렉스의 천재성을 발견한 엄마는 렉스에게 자신의 전부를 걸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눈물과 고통이 어둡게 드리운 긴 터널을 통과하는 듯 괴롭고 막막했다.

그 과정에서 남편이 떠나는 아픔도 겪는다.

 

 

나는 렉스와 캐슬린의 전투와 같은 인생을 읽으면서

우리의 인생이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에 자주 휩싸였다.

그녀가 파리에서 승승장구하며 잘 나갔던 것은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서도 렉스 곁에 있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파리에서 12년간 전문직 여성으로 근무하면서 모아놓은 돈이 있었기에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도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렉스를 돌볼 수 있었다는 말이다.

또 어렸을 때의 강한 의지와 잘 부숴지지 않는 강인함은

렉스의 시각장애와 자폐라는 복합장애에도 무너지지 않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다.

또 처절하게 외롭고 힘겨운 순간에 신은 캐슬린의 오빠를 통해 그녀를 신께로 이끌었다.

신은 어쩌면 이러한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미리 다 아시고 렉스와 캐슬린 곁에 캐슬린의 오빠를 배치해 둔 것은 아닐까?

캐슬린의 오빠나 캐슬린이 예전에 신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내 예감이 빗나간 것은 아니리라.

신은 렉스에게 시각을 빼앗아간 대신, 천재적인 음악성을 선물했다.

신은 캐슬린에게 장애아를 주신 대신 렉스를 통해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선물했다.

또한 삶의 궁극적인 목적과 삶의 의미를 알려주셨다.

이는 과거 프랑스 파리에서 잘 나가던 시절 느꼈던 공허함과 허전함과는 잘 대비된다.

 

 

마지막으로 부러운 게 있다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자유롭고 적절한’ 교육을 가능한 ‘최소의 제한적 환경’에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공립학교체계는 장애아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는 법률이 부러웠다.

이 부러움이 부러움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의 현실 속에서 가능한 빨리 이루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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