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뿔(웅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한마디로 강렬하다.

마네킹을 닮의 표지의 오렌지빛 머리를 한 여성도 강렬하고,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는 제목도 강렬하고,

강렬한 에로티시즘과 복수를 향한 주인공의 강렬한 의지 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주인공 리 앤더슨은 완벽한 백인의 외모를 갖춘 아프리카 계 흑인이다.

리의 동생은 백인 여자를 사랑한 대가로 여자의 아버지와 오빠에게 죽임당한다.

리는 백인여성과 사귀였다는 이유로 백인에게 살해당한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벅튼의 어느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복수의 희생양을 물색하며 자신의 매력적인 몸매를 이용해 젊은 여성들을 계속해서 농락한다.

복수의 상대는 백인 여성이고, 복수의 방법은 백인 여성들을 무참히 죽이는 것이다.

주인공 리는 드디어 부르주아 출신의 자매를 목표물로 정하고 그들에게 접근한다.

 

 

반세기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보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이 책은 에로틱한 장면이 많다.

섹스와 죽음 인종차별을 주제로 간결하고 단조로운 줄거리로 긴장감있게 그리고 있다.

우리는 인종차별의 벽을 넘어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종차별은 자칫 고루하고 진부한 주제이긴 하나 어쩌면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하며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만약 동생이 백인에 의해 살해되지 않았더라면, 동생을 죽인 범인이 흑인이었다면 리는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동생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던져버린 그의 무모한 선택이 답답했다.

얼마전 방영이 끝난 드라머 타자를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보면서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말,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복수는 피해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느겼었다.

주인공 리의 복수는 자신도 죽음에 이르게 한 처참한 복수였다.

죽은 동생이 과연 그것을 원했을까?

그가 살아있다면  성적노리개가 되었던 여성들의 오빠들에게 복수 당하지 않았을까?

 

 

프랑스 작가 보리스 비앙은 단 한 번도 미국에 가본 적이 없으면서도 미국을 무대로 이 소설을 썼다.

[국화와 칼]을 쓴 베네딕트 여사도 일본에 한 번도 가지 않았으면서 가장 일본적인,

일본인을 가장 객관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낸 동기와 당시 엘리트 작가였던 샤르트르와 보부아, 카뮈와 말로 등을 제치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사건을 설명해주는 역자 후기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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