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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는다 내가 답한다
양순자 지음 / 열음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이 태어날 때 자기 먹을 건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지구촌에는 아직도 굶어 죽는 사람도 있으니 아주 맞는 말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어 보았다.
사람이 태어날 때 자기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라고.
사명이라는 것을 거창한 수준에 올려 놓고 싶진 않다.
자식이나 부모, 학생과 같은 자기 본분에 대한 사명과 택시운전이나 의사와 같은 직업적인 사명,
지구촌을 누비는 한비야씨나 교도소를 누비는 저자와 같은 봉사의 사명 등이 있다.
이처럼 세상 모든 사람에겐 한 가지 이상 사명이 부여된다.
각자 사명에 사명감을 가지고 충실하느냐 마느냐는 자신이 선택하기에 달렸고,
그 선택 여하에 따라 삶의 모습이나 질이 바뀐다.
저자는 30년 전에 죽고 싶도록 괴로워서 사형수를 만나러 교도소에 갔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형 집행을 기다릴까 궁금해서다.
사형수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거기서 많은 사형수들을 만나고 이별하며,
죽음과 이별 연습을 되풀이 하면서 그래도 인생은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문제 없는 인생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영안실이나 무덤에나 가야 문제 없는 인생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살면서 시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고.
사는 것은 '인생 숙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란다.
숙제는 좋아서 하는 게 아니고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싫어도 해야 한다. 숙제 하기 싫다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해선 안 된다.
사형수들은 매일매일이 불안하고 두렵다,
오늘이 집행날이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에 날마다 가슴 졸이다 떠난다고 한다.
우리도 결국 사형수이긴 마찬가지나 교도소 밖의 우리는 그날조차 모르고 떠난다는 지적에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얼어붙은 듯 그대로 있었다.
내일이 안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적이 한 번도 없다.
내일은 살아 있는 내가 당연히 맞이하는 오늘이라고 생각햇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전기에 감전된 듯 꼼짝하기 못하고 있었다.
희대의 살인마 신창원, 박철웅, 박한상 등을 상담하고,
18년간 타고다니던 차를 폐차하는 날 차의 안과 밖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차를 보내는(버리는 게 아니다) 모습,
하루에 한 사람 외에는 상담을 하지 않는 원칙,
초등학교 동창과 바람피는 남자를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딸의 결혼 상대자를 반대하는 엄마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고,
상담자가 있다면 어디라도 달려가 공감해서 들어주고 보듬어 안아주는 저자의 삶에 고개가 숙여졌다.
아름답고 귀하고 값진 저자의 삶을 책으로나마 만나뵐 수 있어서 영광이다.
외롭고 힘들게 마지막 길을 가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신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저자는 30년간 자신의 사명을 충실히, 열정적으로 감당했다.
나는 알고 있다.
사명을 다한 저자의 내신성적표와 그에 상응하는 면류관이 예비되어 있음을.
자랑스러운 성적과 상급은 오늘 이 순간이 생애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