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클래식'은 나와 다른 세계의 사람들, 즉 고상하고 귀족적인 사람들이 듣는 음악이거나,

있어 보이고 잘난 체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어렵고 지루한데다  길기는 왜그렇게 긴지.

게다가 제목은 뭐그리 복잡한지.

한마디로 클래식은 대중성이 떨어지는 음악, 일부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하지만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읽으면서 클래식에 대한 편견이 점점 흐릿해졌고,

책을 다 읽은 뒤에는 편견을 버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편견이었던 것이다.

 

 

현악4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인 조윤범은 나같은 클래식 문외한들을 위해 음악의 갈래부터 차근차근 짚어준다.

클래식을 독주곡, 실내악,  관현악, 오페라, 성악곡, 합창곡으로 분류한 뒤

실내악 중에서 가장 걸작이 많이 모여 있다는 현악사중주라는 길로 안내하면서.

거기서 나는 귀에 익숙한 바흐와 베토벤, 하이든과 슈베르트를 지나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 멘델스존

등의 인생과 작품들을 만났다.

그리고 조금 낯선 코른골트와 코다이의 생애를 보았고 동양의 거장 윤이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콰르텟엑스의 히스토리까지.

 

 

조윤범은 음악과 사람을 이야기 한다.

사람을 말하되 작품 중심으로, 작품을 설명하되 사람 중심으로 이야기 한다.

위대한 음악가들의 인생이야기는 바로 작품 탄생 배경과 맞닿아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 탄생되었는지 알게 되니 음악을 듣게 된다면 같은 곡이 다르게 들려질 것 같다.

작곡자의 심정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만, 최소한 작곡한 이의 심정과 배경을 알고 들을 수는 있으니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흐의 유명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들으면서는

걸작을 알아보지 못한 어느 귀족의 모습이 연상될 것이고,

브람스의 마음을 빼앗은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위해 브람스가 만든 <클라라에게>를 들으면

세 사람의 삼각구도에 묘한 기분이 들 것 같기도 하다.

 

 

영화음악<한여름밤의 꿈>이나 <왕자와 거지>, <로빈후드의 모험>의 작곡자인 코른골드와

무려 58세 연하와 재혼하고, 헝가리 교육을 개혁한 민족음악가 코다이는

음악에 대한 나의 무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클래식을 어려운 음악이라 간주하고 멀리했던 사람도 재미있고 쉽게 클래식에 다가서게 해주는 책이다.

지루하지 않은, 좀 더 가벼운 클래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군분투한 저자가 쓴 클래식 입문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클래식을 듣고 싶다는 유혹이 끈덕지게 따라다녔다.

오늘처럼 세상이 온통 새하얀 날에는 코른골드가 열한 살에 작곡한 <눈사람>이 제격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