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이야기 - 의사가 직접 쓴 생생한 의료 현장 기록
닉 에드워즈 지음, 이성현 옮김 / 새론p&b(리얼북)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응급실 의사가 지난 6년간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자신과 동료에게 일어난 사건에 기초한 책이 나왔다. 

응급실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현직 의사가 전해주는 응급실 상황은 온갖 군상들의 진풍경 모음집을 보는 듯했다.

마약 중독자, 알콜 중독자, 자살 시도자, 각종 범죄자 등 수많은 환자가 모여서 만든 진풍경이다.

저자는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정도로 솔직하게 영국인들의 모습을 노출시킨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상으로 의료를 제공하는 영국의 의료복지정책의 허점도 과감하게 폭로한다.

의료계의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현장의 문제를 몸으로 겪고 있는 의사가 쓴 [의사 이야기]는 한 마디로 재미있다.

 

 

 

사람 냄새가 나는 훈훈한 책이다.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꼬집는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문제점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절한 대안책도 제시하는 현장에 밝은 실물의료인이다.

그는 관료적인 병원 경영과 영국 국민 건강 보험(NHS)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의사로서 겪는 일반적인 문제로 인해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의사이다.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매개로 환자와 의사가 만나는 응급실은 환자에나 의사에게나 힘든 공간이다.

직업이 주는 스트레스, 특히 응급실 의사가 받는 스트레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그 이상 이었다.

거기에 NHS와 응급실 분야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까지 가세하여 저자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풍자와 유머로 의료제도를 꼬집고, 농담과 선한 거짓말로  버거운 환자에 대처하며 온갖 상황을 즐긴다.

정녕 프로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빈틈없고 철저한 완벽주의는 아니다.

그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인간적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이나, 쩔쩔매거나 가슴앓이하는 모습은 무척 인간적이다.

목에 깁스를 한 권위적이고 엄격한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평범한 한 직업인을 만나는 듯한 신선함이 있어 좋다.

 

 

 

매력적인 21살의 여성 환자가 순환기계 응급으로 찾아 온 것은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호흡에 문제가 있었던 그녀는 심장도 매우 빠르께 뛰었다.

심장을 청진해보니 심잡음이 들려서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웃옷을 벗어 달라고 말한다.

의사는 환자의 가슴 아래에 손을 대고 심잡음의 원인이 되는 혈류의 흐름을 느끼게 위해 눈을 감았다.

쉽게 지각할 수 있는 심잡음을 전문 용어로 '스릴(thrill, 진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감지가 어려워 그녀의 가슴 아래에 20여 초 이상 손을 대자 환자는 신경질적으로 의사를 쳐다본다.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의사는 "걱정 마세요. 난 단지 스릴을 느끼려는 것 뿐이니까..."

맙소사!

의도하지 않게 말이 꼬아버렸고, 의사는 심하게 더듬거리며 그 말의 이미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국소마취를 하지 않고 봉합한 실수,

오른쪽 팔뚝이 골절된 아이의 엑스레이 사진을 왼쪽 팔뚝에 찍은 실수담 등은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엄마를 잃은 아의의 복통이나, 할머니를 품에 안고 마지막 길을 떠나보내는 할아버지의 눈물겨운 이야기와

의사로서 겪는 정신적 부담과 고통을 토로하기도 한다.

친절한 저자는 책의 말미에 자신의 독자를 위해 재미있는 선물을 준비했다.

응급실에서 빨리 진료받는 법이다.

아이라면 크게 울면서 소리를 질러라.

임신 중이라면 아기가 곧 나올 것 같다고 말하라.

접수하자마자 가슴을 움켜쥐고 가슴에 통증이 있다고 말하라.

경찰이나, 소방관 또는 구급차 기사라면 당신의 직업이 드러날 수 있도록 유니폼을 입고 가라.

"우리 아버지는 지역 사회와 이 병원에 기부를 많이 하세요."라고 말하라. 등이다.

저자 답다.

다시 태어나도 의사가 되겠다는 저자다운 유머러스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환자를 가슴으로 사랑하고 환자의 입장에서 일하는 그는 진정한 의사이며 사명감 강한 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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