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다르지 않다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5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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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역사에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법은 역사 속의 인물과 그 인물에 얽힌 사건을 따라가는 일이다.
역사의 갈피갈피에 숨겨진 흥미진진한 사건과 인물을 만나는 재미는 역사서 매니아들이 누리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기쁨에 취해 인물과 사건을 따라가다보면 역사의 줄기가 잡히고 그 줄기는 다른 줄기와 만나 큰 산을 이룬다.
산은 또 다른 산으로 이어지고 연결되어 마침내 거대한 산맥을 형성하게 된다.
큰 산과 거대한 산맥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역사를 만들어 낸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은
역사서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다.
이렇게 연결된 사람들과 사건들은 암기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역사의 흐름과 시대를 따라가면서 얻게 된 결론은 결국 역사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게 있어서 역사서가 주는 묘미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학자나 사상가 혹은 정치가 등을 만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이 들게하며 묘한 쾌감마져 안겨준다.
오래전의 소현세자와 송희갑, 김영, 황상을 만났을 때가 그랬다.
그때의 감격은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습관처럼 책을 펴서 이들을 만나곤 한다.
그러면 그때의 감흥이 되살아나서 가슴 저리기도, 따뜻해지기도 한다.


[진리는 다르지 않다]는 종교사상가 24명의 삶과 사상을 모은 책이다.
제목이 주는 무게감과 표지의 분위기를 보면 딱딱한 내용을 연상하기 쉬우나
실제로 읽어보면 쉽고 평이한 문체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불교, 도교, 천주교과 기독교, 그리고 민족 종교, 이렇게 네 부류로 나누어 종교운동가들의 삶과 사상을 소개한다.


불교에서는 신라의 원효와 그의 제자였던 의상에서부터 무학과 휴정, 경허 등이 소개되고,
도교의 이지암과 남사고를 거쳐 근대의 김교신, 함석헌, 최제우, 손병희 등 24명의 종교사상가를 소개한다.
한 권의 책에 24명의 삶과 사상을 상세히 담기엔 그 한계가 있으므로
비교적 굵직한 업적이나 전반적인 삶을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많은 인원을 다루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있게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도선이나 정염, 정작, 나철 등은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어서 아쉬움이 더 컸다.


이들 스물 네명의 공통점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저 방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론 의병을 일으켜 왜적을 물리치는 공을 세우기도 하고,
임란의 전후 처리 교섭을 위해 대일외교에 많은 공을 세우기도 했으며,,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운동가로, 민족정서를 구현한 지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독립투쟁을 하며 구국운동을 펴기도 한 민중의 지도자로 나서기도 했다.
종교를 초월한 애국과 구국을 몸소 실천한 종교운동가라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오늘의 종교 지도자들은 이들의 나라사랑을 배워야 할 것이다.


요즘 역사 속에 묻힌 인물을 발굴하거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오늘의 관점에서 인물을 재평가해서 알리는 작가들이 많다.
그 중 한 사람이 이이화 선생님이다.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동일하게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제도권 안에서 행해지는 오늘날 역사교육의 방향과 방법은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는 그것이다.
제도권의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견고한 틀을 벗어버리기를 바라는 게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국사를 담당한 교사의 재량에 의해 가끔은 국정교과서 대신 이런 역사책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면 어떨까.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옛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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