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태어나면서 부모를 선택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만약 이러한 권리를 부여받았다면 나는 지금의 부모님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왕이면 부자가 좋겠고,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그러면서도 좋은 환경을 갖춘 부모를 선택했을 것이다.

부자도 아니고 우아하지도 세련미도 없는데다 환경도 그다지 좋지 않은  평범한 지금의 부모님을 제껴두고 말이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부모님에게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감사'를 고백한 적이 단 한번도 없음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그러한 류의 감사는 절대자에게만  하는 것인 줄 알았으니까.

열일곱의 도키오는 그 말 한마디를 아버지에게 전하기 위해 과거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났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독자를 거느린 추리소설 작가라는 것이 내가 아는 작가의 전부이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이나 [도키오]의 도서 소개를 보면서 나는 흥분했다.

나의 원인 모를 흥분은 책을 읽는 동안 감동으로 뒤바뀌었다.

가슴 진한 부성애와 한 여인에 대한 깊은 사랑이 주는 감동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뇌신경의 점진적 파괴로 10대를 넘기지 못하고 생명을 잃는다는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도키오와

시대의 낙오자가 되어 한탕주의를 꿈꾸는 철부지 아버지인 미야모토 다쿠미이다.

도키오는 선척적인 병으로 열일곱의 나이에 식물이 된다.

도키오가 식물인간이 되기 전까지 다쿠미는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상처를 달래기라도 하듯 도키오를 뜨겁게 사랑한다.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아버지의 보상심리가 엿보였다.

 

 

아들이 죽기전 아버지는 자신의 스물 세살의 기억을 떠올린다.

초라하고 가난하지만 뻔뻔스러운 다쿠미에게 어느 날 한 청년이 찾아온다.

청년은 자신을 도키오라고 소개한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만남을 통해 다쿠미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

다쿠미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불만만 키우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오직 당신 탓이라는 도키오의 따끔한 질책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도키오는  형편없는 아버지에게 실망하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는다.

두 달 동안의 짧은 만남은 다쿠미의 내면을, 삶을 한층 성숙하게 해준다.

도키오와의 만남이 다쿠미에게는 터닝포인트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끈끈한 사랑이 주는 감동이 너무 아름답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과 내 자식으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나를 낳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내 아이로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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