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인 슈베르트와 쇼팽, 브람스, 

이들은 근본적으로 항상 외로운 사람들이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들은 현실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환상을 끊임없이 좇았기에 외로웠고,

너무 강렬한 주관과 범용으로 가득 찬 세상 사이의 갈등 때문에 고독했다고 한다.

대중들의 외면과 냉소의 산물로 그 반대급부로 영원히 기억되는 명작들을 남기긴 했지만,

그들은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는 슈베르트와 쇼팽, 브람스 생각을 불러 왔다.

고흐는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들보다 더 외롭고 가난했으며,

그들처럼 당대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다.

화랑 위주의 화풍에서 벗어난 그의 그림은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이런 저런 유파에 속하지 않고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자기만의 화풍을 만들어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뿌리 깊은 고뇌다. 사람들이 이 화가는 깊이 고뇌하고 있다.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있고 싶다."던 그는 정말 고뇌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그리는 것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만큼 그림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고,

색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인생 후반에 미치지 않고서는 그 열정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고뇌와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다.

당대에 대중들에게 쉽게 사랑 받았던 소위 '외롭지 않고 가난하지 않았던' 화가들은 지금 사람들의 기억 저 편에 있다.

그들은 그들에게 배당된 행복을 당대에 모두 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전에 단 한 점의 유화만 팔렸다는 일화로 유명한 고흐와

그의 친구였던 가난한 화가 고갱은 외롭고 가난했던 삶을 후대의 평가가 보상해주고 있다.

비록 당대 사람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가난의 굴레를 끝내 벗어버리지 못한 채 늘 고독하게 살다가

서른일곱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지금 고흐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명작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것이 가난해도 아파도 고통스러워도 발작을 일으켰을 때에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던 그에게 주어진 

후대의 배당금이 아닐까한다.

 

 

미술방면에 그닥 아는 게 없는,

그림의 문외한인 내가 고흐와 그의 그림들을 만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 책은,

고흐의 평전이겠거니하며 속도를 내서 하루에 다 읽으려했던 나의 생각을 보기 좋게 뒤집어 놓았다.

이 책의 내용은 한번에 쭉 읽기보다는 틈틈히 읽으며 음미하고 곱씹어봐야 할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내가 만난 고흐는 그림이 전부였던 화가이자 철학자이자 독서가였다.

그는

검은 빵과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며 끊임없이 노력하며 그림을 그리는 가난한 화가였고,

자연과 예술의 본질을 깊이 통찰하는 철학자였으며,

독서를 통해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독서가였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668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중 80통의 편지와 그의 그림을 적절히 배치해 그림에 대한 이해와 그림의 탄생배경을 설명해준다.

나는 그림을 볼 줄 모른다.

왜 명작인지, 어째서 명화인지, 흔히 고흐하면 강렬한 색상을 말하는데 무엇이 강렬하다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고흐의 그림은 질리지 않고 따뜻하다는 것이다.

자연을 끔찍히 사랑했던 그가 그려낸 자연은 정말 따뜻하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깃든 다른 그림들도 마찬가지다. 

중도하차하긴 했지만 신학을 공부하고 잠시나마 전도사의 길을 걸었던 그가

자연을 향해 "신의 실패한 습작"이라고 폄하한 것은 유감이지만.

 

 

 

그의 따뜻한 그림 만큼이나 따뜻한 영혼을 소유한 고흐는

또 한명의 따뜻한 영혼을 소유한 동생의 재정적인 후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동생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떨치지 못했다.

동생에 대한 이런 부담감은 그림에 더욱 매진하게 했다.

그래야만, 아니 그것 밖에는 동생에게 해 줄 것이 없었기에.

고흐가 죽은 뒤 6개월 뒤에 건강이 갑자기 악화된 동생은 형의 뒤를 이어 죽음을 맞이하고 형 옆에 나란히 묻힌다.

동생은 형을 후원하고, 형은 동생을 격려하며 감동스런 형제애를 보여주었던 그들은

아마도 영혼의 동반자라는 소울 메이트가 아니었나싶다.

동생이 형에게 보낸 편지는 정말 가슴 뭉클하다.

마치 형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형을 걱정하는 테오의 마음 씀씀이는 가슴 찡하다.

불행한 삶을 살다간 고흐의 일생에 유일한 행운은 바로 동생 테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형이 짐스러웠을 법도 하련만 늘 형을 안심시키는 테오를 동생으로 둔 고흐는

여러명의 여인들과의 사랑은 실패했어도 단 한사람의 사랑은 확실히 얻고 간 행운아다.

정말 그를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렇게라도 그를 위로하고 싶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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