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나는 시인이다
윤지강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허난설헌은 우리 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의 누이다.

난설헌은 황진이, 신사임당과 더불어 가장 많이 알려진 조선의 여류시인이다.

이 책은 스물 일곱해를 살다간 그녀의 슬픈 삶을

역사적 사실인 씨줄과 그녀의  시상을 날줄로 한 뒤 작가의 상상력으로 매듭지어 놓은 책이다.

 

난설헌은 남성 중심의 조선에서 시를 지은 여류시인이다.

그것도 규방시가 아닌 저항시와 자유시를 노래한 천재시인이다.

중국의 문인들은 그녀의 천재적인 시재에 찬사를 보내고 난설헌의 시를 모아 문집을 만들어 암송했으나

조선의 사대부들은 입을 모아, 특히 조선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연암은 그녀의 시를 철저하게 비난했다.

그녀는 너무 앞서 태어나 빛을 보지 못하고 스러져간 불운한 여인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인정 받지 못하고, 드러내놓고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 시대적 비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린 두 자녀를 먼저 보낸 고통과 태중의 아이를 잃은 슬픔,

이로 인한 시어머니의 모진 냉대와 구박, 남편의 주색, 친정 아버지의 객사와 오빠들의 귀양 등

비극은 그녀를 비껴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억압하는 굴레를 벗어버리고자 시가를 뛰쳐나온다.

그리고 꿈에도 몾잊을 첫사랑 성현과 극적으로 해후한다.

그토록 서로가 사랑하면서도 끝내 성현을 받아들이지 않는(못한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고집스러움에 안타까움보다 진한 연민을 느꼈다.

 

그녀는 세상과 작별한 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일찍 세상과 이별할 것이었다면

성현을 받아 주고 내 마음도 보여 줄 것을 하며 후회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승의 고단한 삶을 다 잊고 저승에서 만난 아버지와 어린 아들, 딸들과 기뻐했을까.

애초에 잘못된 결혼이었다.

문제를 안고 출발한 정략결혼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녀와 집안까지 불행으로 이끌었다.

 

시대가 허락치 않았으나 긑내 시인이기를 열망한 그 정신처럼,

성현과 감격적인 해후에도 불구하고 끝내 외면한 그 고집처럼,

결혼에 맞서 강하게 저항했더라면 그녀의 삶이 지독하게 외롭지는 않았을텐데,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꿈에 젖지 않았을텐데,

억압된 삶을 살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아쉬움은,

난설헌이라는 개인의 삶을 소개한 저자에게 느낀 실망감이다.

필요 이상으로 야한 부분이 몇 대목있다.

흐름상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순전히 흥미 위주로 이런 내용을 삽입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반소설이 아닌 역사소설이라 그런지 낯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