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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별인사를 한 랜디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후 쓰여졌다.
책보다 동영상으로 먼저 유명해진 '마지막 강의'는 어릴 적 꿈을 이루는 방법과
다른 사람의 꿈을 돕는 일, 인생에서 얻은 교훈들에 관한 것들이다.
그는 세 자녀에게 인생을 사는 방법을 들려주기 위해서 강의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책으로 매듭지었다.
여섯 살, 세 살, 십팔 개월의 어린 자녀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메시지는
꿈을 성취하는 방법이 아니라 꿈을 이루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들려준다.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인생의 의미를 재대로 간파한 썩 괜찮은 사람이다.
랜디가 말하는 인생 방법이란 것은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일테면,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진실을 말하라, 은혜에 보답하라, 그저 노력하라.
이렇게 진부하고 식상한 강의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그의 당부는 절절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과학자로서 성공한 한 남자의 인생성공담이었다면 이렇듯 절절하진 않았으리라.
어린 세 자녀를 두고 떠나야만하는 아버지의 감정이 이입되어서 절절하게 다가온 것이리라.
랜디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극히 제한되어(3 개월~6 개월)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남은 시간을 원망과 괴로움으로 보내는 것은 아무에게도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그는 실제로 즐겁게 생활한다.
마지막까지 재미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택했고 그러한 삶이 30 년 더 연장되기를 원했다.
설령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원망 대신 주어진 시간을 재미로 다 채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죽음이 머지 않은 상태에서 오픈카를 새로 구입하고 정관절제술을 받은 낙관론자이다.
이런 그를 보고 주치의는 '낙관과 현실 사이의 건강한 균형'을 지닌 대표적인 환자라고 평한다.
끔찍히 사랑하는 가족의 곁을 곧 떠나게 될 것을 알면서도 두려워 하지 않고 오히려 그는 감사한다.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받은 것에 대한 감사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의 자세는 경이롭다 못해 무섭다.
이런 자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냉철한 이성과 인생에 대헤 지나치게 분석적인 그의 성격에 기인하는 것일까.
사회적 지위와 안온한 가정에서 오는 행복은 원망을 증폭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도 있으련만,
세상과 작별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될 수도 있으련만,
그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랜디도 가끔은 무너졌다.
나는, 샤워를 하면서 울음을 터드리는 한 남자를 보면서, 아내의 마지막 생일을 축하해주는 장면을 보면서,
자다가 깨어서 흐느끼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따라 울었다.
나는 그의 잛은 삶이 안타까워 울었고,
그의 아내는 남편을 보내야하는 슬픔에 흐느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 없이 자라야하는 어린 세 아이들 때문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 어떤 것도 살아서 자녀의 곁을 지켜주는 부모를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을 안 랜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책으로 [마지막 강의]를 집필했다.
이제 그는 떠나고 없지만, 그의 강의는 여전히 울려퍼지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먼훗날 어른이 될 딜런과 로건과 클로이의 가슴 깊은 곳에 울려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