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다! 날이 더워지면 양쪽 베란다 하수구에서 모락모락 냄새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날벌레! 하루살이보단 조금 탄탄해 보이는 녀석들이 하수도를 통해 슬금슬금 날아오른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 벌레를 노리고 구석에 매복 중인 새까만 녀석. 바로 방구석 호랑이인 우리 집 고양이다. 셋이 하나로 뭉쳐 삼위일체가 되면 양 끝 베란다는 뜻밖의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 된다.


후다닥. 빠~안히. 텁. 텁. 구석으로 달려간 고양이가 무언가를 지켜보더니 갑자기 솜방망이로 여기저기 두드린다. 벽, 싱크대 아래쪽, 바닥. 하지만 벌레는 만만찮다. 아니, 만만찮은 게 아니라 고양이가 하찮은 것인지도. 고양이 앞발에 솜방망이란 이름이 괜히 붙었겠나? 간혹 비리비리한 녀석이 솜방망이 질에 얻어맞아 추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고양이는 냅다 코부터 들이민다. 사냥감의 냄새를 맡으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그 순간 벌레는 갑자기 사라진다. 두리번거리는 고양이. 사라진 사냥감에 당황한 고양이는 얼른 구석으로 뛰어가 다시 경계 태세를 갖춘다. 불안하지만 날카로운 눈빛. 벌레가 다시 나타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저만치서 지켜보던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녀석의 얼굴을 살핀다. 역시나. 날벌레는 녀석의 촉촉한 코에 붙어있다. 잡긴 잡았다.


하, 이 녀석 이거 어떡하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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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 알라딘과 함께 밀리의 서재도 이용 중인데 밀리의 서재 책장에 담아놓은 책 중 하나였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기 전에 하나씩 해결할 생각이다. 알라딘에서 읽고 싶은 책으로 저장해둔 건…. 음, 생각하지 말자. 어쨌든 이 책은, 책 소개에 따르면, 반전이 가득한 서스펜스의 정석이란다. 재미는 있더라. 다 읽고 든 생각은, 미션임파서블의 미니멀한 버전 같달까.



<악의 : 죽은 자의 일기> 정해연 작가의 초기작. 질질 끌지 않고 속도감이 있어서 술술 읽히는 건 여전하다. 다만 베테랑 형사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는 터라 그 이후부턴 흥미가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소설에서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너무 직접 설명하려 드는 건 다소 부담스럽다. 예전엔 안 그랬었는데. 이것도 나이 들어 그런 건가?


'말세의 제한선이 매일같이 무너지고 있다는 거야. 주식으로 말하자면 매일같이 상한가를 치는 거지. 사람들은 그 말세 속에서 끊임없이 약해지거나 혹은 악해져.'

- 본문 인용


딱 여기까지만 했었어야 했다.



<바람의 검심> 대학교 다닐 때 만화방에서 다 읽었었는데. 요즘 보는 건 23년도에 만들어져 방영된 TV 애니메이션이다. 1기, 2기가 완성됐고 3기가 제작 예정인 모양이다. 우선 1기만 다 봤는데 두 가지 부작용 때문에 고생 중이다. 우선, 실사 영화를 꽤 인상적으로 봤다는 거. 그래서 원작 만화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실사 캐릭터가 겹쳐 떠올라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역시... 너무 낯간지러워. 설명을 너무 대놓고 자세히 해서. 아, 이건 확실히 나이 탓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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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다. 날이 더워지면 베란다 하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스멀스멀. 리모델링해도, 페인트칠해도 저 깊고 어두운 곳은 미치지 못한다. 락스를 부어도, 방향제를 두어도 소용없다. 덮개로 막을 수도 없다. 그러기엔 구조가 애매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뻔히 아는데도 두 손을 놓는다.


베란다에 작은 크기의 캣타워를 뒀다. 고양이와 함께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본다. 그러다 갑자기, 슬며시 냄새가 피어오른다. 야금야금. 캣타워에 있던 고양이가 느닷없이 고개를 뒤로 휙 돌린다. 내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고양이는 듣는다. 나도 뒤를 돌아본다. 달라진 건 없다. 아니, 달라진 건... 몸을 돌려 마루로 들어간다. 캣타워 상층에 있던 고양이가 후다닥 뛰어내려 가장 아래 숨숨집으로 쏙 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까만 고양이의 눈만 빛난다. 그 눈을 지켜보다 시선을 돌려 마루 전체를 조망한다. 그러다 고개를 옆으로 아주 살짝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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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도 더 된, 오래전에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는 중이다. 나에 대한 두려움, 무너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꽉 차 있던 시절. 위태롭게 경계에 서서 어떻게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느껴지는 글들. 예전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이젠 자연스럽게 글로 옮기지 못할 거 같다. 문장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뚝뚝 떨구던 힘이 지금 내게는 없다. 지금 나는 그 시절을 거쳐 다른 글을 쓰고 있으니까. 그립거나 부럽지는 않다. 다만, 어느 덧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에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일 뿐. 어쨌든 지금 내가 쓰는 글은 딱 저 위의 글 느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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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유별난 가풍이 하나 있다. 과보호. 어머니가 누나와 나를 그렇게 키웠다. 그 부작용은 한동안 온 집안을 뒤흔들었다. 우리 집에서 어렸을 때부터 지냈던 사촌 누나가 있다. 어머니한테 보고 배웠는지 나중에 자식들을 그렇게 키웠다. 그 부작용이 지금 사촌 누나의 집안을 흔드는 중이다. 우리 누나? 아이들이 어릴 때, 부작용에 휩쓸리던 중이라 과보호고 뭐고 없었다. 나? 결혼을 안 했다. 그런데...


이 좋은 참치 등살을 안 먹는다 이거지?


덩어리로 포장된 참치 등살을 가위로 자잘하게, 거의 가루처럼 자른다. 아니, 이 정도면 가위로 으깬다고 해야겠다. 우리 집 고양이는 어찌 된 영문인지 덩어리가 큰 음식은 먹질 않는다. 유난히 깔끔한 체하는 녀석이라 혀로 핥아서 딸려 오는 것들만 먹는다. 입 주변에 될 수 있으면 무언가를 묻히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가위로 참치 등살을 갈아버리는 중이다. 어디 그뿐인가? 혀로 간식 그릇을 핥다 보면 점점 한 방향으로 음식물이 쏠린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그릇을 돌려준다.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가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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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운동할 겸 산에 간다. 하나둘 하나둘.

...

헉헉. 씩씩. 이상하게 밖에만 나오면 걸음이 빨라진다. 앞선 사람들을 다 제치면서 산에 오른다. 누가 먼저 가나 시합하는 것도 아닌데.


드디어 꼭대기. 이곳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리고 고양이 세 마리가 있다. 한 살 남짓 된 녀석들. 등산객들에게 삥을 뜯으며 호랑이 행세 중이다. 나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갈 때마다 삥을 뜯긴다. 그래, 길에서 태어났으면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 하는 거다. 산꼭대기에서 산신령 놀음 정도는 해 줘야지. 닭가슴살을 바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




드디어 집. 이곳엔 내가 산다.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다섯 살쯤 된 녀석. 내게 삥을 뜯으며 방구석 호랑이 흉내를 낸다. 그래, 집에서 살 거면 이 정도 착각은 해야 하는 거다. 집구석에서 벌레 정도는 잡아줘야지. 간식을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앞담화를 나눈다.


고양이, 넌 벌레를 언제쯤 제대로 잡을 거냐?

(멀뚱)

... 그래, 그래, 벌레한테만 안 잡히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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