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다! 날이 더워지면 양쪽 베란다 하수구에서 모락모락 냄새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날벌레! 하루살이보단 조금 탄탄해 보이는 녀석들이 하수도를 통해 슬금슬금 날아오른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 벌레를 노리고 구석에 매복 중인 새까만 녀석. 바로 방구석 호랑이인 우리 집 고양이다. 셋이 하나로 뭉쳐 삼위일체가 되면 양 끝 베란다는 뜻밖의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 된다.
후다닥. 빠~안히. 텁. 텁. 구석으로 달려간 고양이가 무언가를 지켜보더니 갑자기 솜방망이로 여기저기 두드린다. 벽, 싱크대 아래쪽, 바닥. 하지만 벌레는 만만찮다. 아니, 만만찮은 게 아니라 고양이가 하찮은 것인지도. 고양이 앞발에 솜방망이란 이름이 괜히 붙었겠나? 간혹 비리비리한 녀석이 솜방망이 질에 얻어맞아 추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고양이는 냅다 코부터 들이민다. 사냥감의 냄새를 맡으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그 순간 벌레는 갑자기 사라진다. 두리번거리는 고양이. 사라진 사냥감에 당황한 고양이는 얼른 구석으로 뛰어가 다시 경계 태세를 갖춘다. 불안하지만 날카로운 눈빛. 벌레가 다시 나타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온다.
저만치서 지켜보던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녀석의 얼굴을 살핀다. 역시나. 날벌레는 녀석의 촉촉한 코에 붙어있다. 잡긴 잡았다.
하, 이 녀석 이거 어떡하지.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