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다. 날이 더워지면 베란다 하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스멀스멀. 리모델링해도, 페인트칠해도 저 깊고 어두운 곳은 미치지 못한다. 락스를 부어도, 방향제를 두어도 소용없다. 덮개로 막을 수도 없다. 그러기엔 구조가 애매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뻔히 아는데도 두 손을 놓는다.


베란다에 작은 크기의 캣타워를 뒀다. 고양이와 함께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본다. 그러다 갑자기, 슬며시 냄새가 피어오른다. 야금야금. 캣타워에 있던 고양이가 느닷없이 고개를 뒤로 휙 돌린다. 내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고양이는 듣는다. 나도 뒤를 돌아본다. 달라진 건 없다. 아니, 달라진 건... 몸을 돌려 마루로 들어간다. 캣타워 상층에 있던 고양이가 후다닥 뛰어내려 가장 아래 숨숨집으로 쏙 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까만 고양이의 눈만 빛난다. 그 눈을 지켜보다 시선을 돌려 마루 전체를 조망한다. 그러다 고개를 옆으로 아주 살짝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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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도 더 된, 오래전에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는 중이다. 나에 대한 두려움, 무너짐에 대한 두려움으로 꽉 차 있던 시절. 위태롭게 경계에 서서 어떻게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느껴지는 글들. 예전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이젠 자연스럽게 글로 옮기지 못할 거 같다. 문장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뚝뚝 떨구던 힘이 지금 내게는 없다. 지금 나는 그 시절을 거쳐 다른 글을 쓰고 있으니까. 그립거나 부럽지는 않다. 다만, 어느 덧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에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일 뿐. 어쨌든 지금 내가 쓰는 글은 딱 저 위의 글 느낌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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