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완결 편
이케다 가요코 지음,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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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고운 책 한권을 받았다. 작고 가벼운 책. 너무나 예쁘다. 표지가. 여러 인종의 아이들이 있다.  어쩜은 아이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내 눈에 아이같다.  그 속에 작은 마을이 있고, <마치 감동 깊은 한 편의 시를 읽는 기쁨. 행복의 발화점은 바로 당신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 책...  가벼운 책이 아니다.  무겁다.  처음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을 만난 것이다.  그것도 완결편부터.

 

책을 집에 가지고 가니, 초등학교 다니는 딸 아이가 너무 예쁘다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 읽어 내려가지를 못한다.  시처럼 짧은 글로 된 내용은 그냥 술술 넘어 가지만, 작은 글씨로 쓰여있는 우리 모두의 과제 부분이 닥치니 넘어가질 못한다. 엄마와 느끼는 부분이 다르면서도 비슷한가 보다.  첫 장부터 내게는 너무나 무거웠는데 말이다. 아이 입에서 계속에서 왜라는 질문이 터져나온다.

 

세계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거대한 담론을 어떻게 하면 일반인들도 쉽게 인식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 박사는 1990년, 세계의 인구를 1000으로 가정하여 성별과 나이, 종교, 식량과 부, 에너지와 물 배분 등의 문제를 담백하게 정리한 「마을의 현황 보고 ; 세계가 만일 1000명의 마을이라면」을 발표했다.  이에 '세계가 만일 1000명의 마을이라면 584명은 아시아 사람, 123명은 아프리카 사람, 95명은 동서 유럽 사람...' 으로 시작되는 이 짤막한 보고서는 전세계 네티즌과 e-mail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일본의 한 번역가에 의해 예쁜 그림과 함께『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으로 재편집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나왔을때는 이 글의 원 저자는 작고했다고 하는데, 그 분 덕분에 우리는 바로 앞에서 그림을 보는 것처럼 세계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책을 완결편부터 읽어서, 전 내용이 궁금했다. 그 동안 출간된 시리즈를 보면, 1편에서는  우리가 어떤 현실에서 살고있는지를, 2편에서는 1편에 대한 해설과 함께, 원본인 <1000명의 마을>을 소개 하고 있다.   그리고 3편에서는 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여러 음식들에 담긴 수많은 의미와 빈곤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단다.


지금 읽고 있는  완결 편에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방법적 모색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유엔 정상회의 개발목표 8가지라는 것이 2008년에도 공표 되었는데, 그 목표인 빈곤, 교육, 성차별, 영유아 사망률, 임산부 건강 개선, 에이즈와 말라리아 질병 퇴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국제관계 개선 등의 문제들이 얼마만큼 개선되어 왔으며, 목표량에 대한 중간평가를 이 작고 가벼운 책에서는 이야기 해주고 있다.

 

세계 68억 인구중 100명으로 계산했을때, 도시에는 51명이 도시외에 지역에 49명이 살고 있고, 그 51명중 몇명은 잘살고, 나머지는 가냔하고, 끊임없이 100명 이라면이라는 가정하에 보여주고 있는 문제들. 이 문제들은 분명 우리 아이들에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 한부분 한부분이 실행되어 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Good New World에 나와있는 것처럼 세계는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또한 그 변화에 동참해야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궁극적인 이야이기 때문에 반드시 동참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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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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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글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연휴동안 책을 읽었다.  현충일이 끼워있어서, 주일저녁에 책을 들고 현충일까지 읽어내렸다.  그리고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이틀을 고심하고 있다.  이 글을 어떻게 풀어내야할까?  모든 책들을 너무나 단순하게 읽어 내렸었나보다.  갑자기 내 앞에 놓여있는 이 책을 풀어나갈 수가 없다.  이야기가 어려운것도 아님에도,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중반 무렵까지도 내용의 감 조차도 잡지 못했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가서 <POWER ON>을 보고는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쳤다.

 

최인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몇일동안 외치고 있었더니, 지인이 책을 보냈다.  책 좋아하는 사람 이 행복한 연휴에 책 읽으면서 더 행복해지라고 말이다.  토요일과 주일은 정신이 없었고, 드디어 주일 저녁부터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내게 최인호 작가는 선생은 부인하지만, 역사소설 작가이다. 상도를 만났고, 유림과 읽어버린 제국을 만나면서 어느 순간 선생은 역사 소설 작가로 인식이 되어 버렸다.  선생의 현대 소설을 읽고, 작년엔 천국에서 온 편지를 읽으면서도 왠지 그런 류의 책이 일탈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선생이 이야기 한다. 자신은 현대 소설 작가라고.  선생의 암투병을 들으면서 가슴 졸였었다. 위대한 작가 한 분이 사라질까 두려워 가슴 아프고 졸였었는데,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로 인해, 역사소설, 장편소설을 잇는 맥을 놓아버릴 수 있었노라고. 선생은 어느 곳, 어떤 환경에 있어도 작가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손톱이 빠져가면서 두달여만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여 썼다는 선생의 글을 이렇게 황송하게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둔함이 작가가 부여한 인물과 작가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 시계의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 K는 휴일 아침에 왜 자신이 알람을 맞추어놓았는지 의문을 갖는다. 어딘지 모르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의 흐름을 느끼던 K는 지난밤의 발기 불능, 평소와는 다른 아내의 태도, 지금까지 써온 스킨의 브랜드가 달라진 것 등을 확인하면서 조작의 기미를 눈치챈다. 타인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낯설기만 한 미세한 변화에서 익숙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직감한 것이다. 그리고 삶에 엄격한 평소의 K답지 않게 간밤 정신과 전문의인 친구와 가진 술자리에서의 기억이 어느 시점부터 끊긴 것과 휴대폰을 분실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K는 기억속의 진실을 찾기위해서 H를 만나고, 그의 누이 JS를 만나기 위해, 한때는 매형이었던 올렝카를 만나면서, 그에 주변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낯익지만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JS에게 보낸 자신의 편지를 토대로 또다른 K를 찾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누가 누군지 모르는 타인들의 집합체 같았다. 잠시 시간을 내 연병장에 모인 오합지졸의 예비군 같은 모임이었다. 서로 피를 나눈 혈연관계라고는 하지만 친숙함이나 다정함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사기도박꾼 집단처럼 느껴졌다 - P.86

 

이 낯익지만 낯선 사람들 속에서 K는 레인저라 불리는 또다른 K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가 조작이라고 느꼈던 부분들이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내 잘못을 통하여, 내 잘못을 통하여, 나의 가장 중대한 잘못을 통하여 고백하나이다 / P.295)를 통해서 자신의 주변이 조작되어진것이 아니라, 자신이 조작되어진것임을 알게된다.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을때, 선생은 STOP, FF, PLAY를 사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마지막 <POWER OFF> 망각되고 유실된 기억 속의 진실을 찾아가는 K의 추적과 모험은 이렇게 끝이난다. 

 

전지전능한 작가의 의해서 K의 역활은 이렇게 끝이 났다.  선생의 말처럼 고통의 축제 속에서 완성한 최인호 문학의 결정체는 굉장히 무겁게 다가왔다.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작가의 말을 꼼꼼히 읽고, 김연수 작가의 발문까지 읽었음에도, 내 머릿속은 K의 형체가 떠나지 않고 있고,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쓸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소설가 모두를 구원한것처럼, 나는 그들의 소설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  선생이 만들어낸 K를 통해서 토탈리콜이 생각나고, 어린시절 보왔던 환상특급의 한 부분이 생각났었다.  그리고 1Q84속 주인공들이 떠오르고, 이현세 작가의 아마게돈이 생각나는건 나 뿐 이었을까?  지금 내 삶은 현실인가? 누군가의 손인형으로 살고 있는것은 아닌지 머릿속을 지끈지끈하게 만들어 버리지만, 이 또한 책을 읽은 후에 느끼 수 있는 유희이리라. 누가 이런 사치를 느끼겠는가?   이틀 동안 책을 읽고, 이틀 동안 고민하다가, 이 행복한 유희속에서 사치를 발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련다.  평론가가 아닌 독자만이 느낄 수 있고 누릴수 있는 행복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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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 투 도어 - 내가 빌 포터로부터 배운 10가지
셸리 브레이디 지음, 장인선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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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포터라는 이름을 알기 전부터 그에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을 몰랐지만, 어떤 뇌성마미 판매원의 판매왕에 대한 부분을 뉴스를 통해서 접한적이 있었다.  뉴스에서 본 내용은 가정방문으로 성경을 얼마나 많이 팔았는지 판매왕이 되었다는 내용이 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빌 포터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 난, 이 거대한 인물을 만났다.
 




DTD는 최상의 서비스를 이야기 한다.  결혼 전에 국제물류회사에 다녔었다. 십년이 넘은 이야기지만, 그 시절에는 택배가 흔하지 않았고, 국제 물류중에서도 최상의 서비를 이야기하는 DTD는 금액이 상당히 비쌌다.  그래서 지금처럼 흔하게 택배 서비스라는 단어보다, 내겐 DTD(Door to Door)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얼마나 서비스를 잘했으면 제목부터 Door to Door라고 자신하면서 글을 냈을까?  물론, 이글은 빌 포터 자신이 쓴 글은 아니다. 그의 오랜 친구인 셀리 브레이디가 빌로부터 배운 삶의 지혜를 쓴 글이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등이 약간 굽은 자세로 오른손은 등에 바짝 갖다 붙이고 왼손에는 서류가방을 들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오리건 포틀랜드의 언덕길을 부지런히 걸어 다닌 빌 포터. 빌 포터가 뇌성마비를 앓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가족이나 친구 모두 극구 말렸지만 빌의 어머니 아이린은 집에서 빌을 키우기로 결심하였고,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 택한 맹세를 지켰다.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보편적 인식에 맞서 싸워 빌을 공립학교에 다니게 했으며, 모범생이던 빌은 다른 장애학생들이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닦아주었다. 이 책에서는 빌 포터가 믿음, 신의 섭리, 개인의 가치, 지식, 선택과 책임, 선행, 정직 등 어머니의 참을성 있는 가르침의 산물인 이 일곱 가지를 삶에서 어떻게 실천했는지 이야기한다.

 

소신과 아집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빌은 매일 이 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뭔가를 시도해서 효과가 입증되면 그것을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빌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계처럼 정확하게 짜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수 없이 많은 문전박대를 당했음에도 다음에 방문할 집을 기약했다.  이번 집이 안됐으니 다음 집에서는 반드시 판매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것 뿐인가?  빌은 모든 것을 판매와 연관을 시켰다.  자신은 한번도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빌.  모든 고객들의 목록과 판매현황을 느리지만, 스스로 타자기로 기입하는 그는 진정한 사업가도 세일즈 맨이다.  비가오는 날이건 눈이 오는 날이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고객을 찾는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셸리가 처음 강연요청을 받아들였을때, 빌은 고객을 만나지 못함을 아쉬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빌은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빌과 셸리를 보면서, 사람사이의 만남의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되었다.  만남의 복 만큼 유익하고 필요한것이 있을까? 셸리는 빌을 만나서 자신의 삶이 변했다고 말하지만, 빌 또한 셸리를 통해서 그의 삶이 변했을 것이다.  셸리없는 빌의 삶은 그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가족애를 찾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만남의 축배를 든다.  그의 삶이 녹녹하지는 않을지라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는 것 또한 하나님이 빌과 빌의 어머니에게 주신 축복일 것이다. 그런 복을 가진 그들의 삶을 책을 통해서 지켜보고, 나를 좌절하게 만드는 마음의 장애를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되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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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모든 순간 1~4 세트 - 전4권 강풀 순정만화
강풀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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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평균 200만 네티즌이 선택한 웹툰.  그 200만 네티즌 속엔 나도 포함된다.  강풀님의 신작이 나올때마다 이번엔 참았다가 한꺼번에 봐야지하고 마음을 다잡지만, 결국은 웹툰이 연재되는 날이 되면 새벽부터 기웃기웃 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만다.  강풀님의 작품은 그리 일찍 올라오지 않는다. 어떤때는 그날의 마감을 알릴 무렵에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갖가지의 악풀들이 올라오다가, 작품이 올라오는 순간, 갖가지 악풀들에는 악풀이 달리기 마련이다.  이런 작품을 기다려야지 기다리지 못한다고 말이다.

 

순정만화 네번째 이야기로 찾아온다고 그가 이야기했다. 그래서 순정만화를 기대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바보, 그리고 순정 만화까지 얼마나 울리고 웃겼는지 그의 글을 읽었던 사람들은 그 잔잔함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이 시작되었다.  주선과 남자친구의 등장.  첫 신, 그러던가..  어떤 이야기로 울릴까? 울 준비는 벌써 하고 있었다.  미씸썸 시리즈도 좋아하지만, 이젠 눈물 흘리면 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다.  나는 울 준비를 하고 있는데... 허걱... 좀비물이다.  난리가 났다.  강풀님은 끊임없이 소통의 공간속에 당모순은 순정만화입니다를 외치고 있고, 웹툰을 읽는 사람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난리가 났다.  이게 어떻게 순정만화냐고 말이다. 그럼에도 강풀님은 순정만화를 외치고 있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눈물 펑펑 흘릴 순정만화를... 그리고 그의 말이 맞았다. 



 

서울의 한 낡은 아파트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주선의 집과 강욱과 정욱 형제가 사는 두 집이 있다.  새해를 맞이하는 2012년 1월 1일, 너무 순수하다 못해 바보 같기까지 한 주선의 애인, 원헌은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제야의 종이 울리는 시청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강욱은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휴일에도 힘든 몸을 이끌고 특근수당을 받으러 일을 나간다.  잠시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갑자기 확산되고 감염된 사람들 시청 앞에서 사람들을 습격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습격 받은 사람들에게서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난다.  애인을 버려둔 주선과 형을 일터로 떠나보낸 정욱은 각자의 소중한 사람을 찾으려 하지만, 전염병으로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도시 속에서 집밖으로 나갈 방법은 없다. 세상의 인간들은 서로를 물어뜯고 전염병을 옮겨 가며 서서히 변해 갔고, 아파트에 갇혀 버린 주선과 정욱은 서로에게 소통을 시도한다.

커다란 재앙 속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 달에 한 번 군인들이 와서 지급하는 구호물품이 아니었다.  정욱은 주선을 위해, 주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만화속 작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들려오기 시작한다. 정욱은 끔찍하게 생각했던 좀비들을 보게된다.  저들, 좀비들이 아닌, 같은 공간에 살고 있던 이웃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무엇을 하기 위해 저렇게 이 아파트 단지로 모여드는지..  끊임없이 공사중이던 저 공사장은 왜 지금도 공사소리가 이어지고 있는지..  물이 묻으면 썩어가고, 음식을 먹지도 못하지만, 그들이 사람이었음을 정욱을 알게 된다.  주선을 바라보는 그 시선속에서 정욱은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속에 형이 있었다. 돌아올께. 꼭 돌아올께를 외치던 형이 있었다.

 

형을 보면서, 정욱은 알게 된다.  그들이 왜 그렇게 이곳으로 모여드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 속의 좀비는 더 이상 좀비가 아니라 간절함만이 기억에 각인된 채로 헤매는 안타까운 우리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절절한 순정만화가 되어 버린다.  서로를 물어뜯으면서 전염을 하는 호러물에서 왜 강풀님이 이 만화를 순정만화라고 이야기를 하는지 우리는 알게 된다.  당신의 모든 순간이 되고자 하는 남자 정욱.  주선을 위하여 신문을 만들고, 화장품을 모으고, 그녀를 위해 먹지도 못하는 배추농사를 짓는 남자. 그녀의 변화를 바라보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그리고 그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원헌을 찾아가는 남자. 그 남자의 시야끝에 주선의 단추가 달린 옷이 있고, 그곳에 나비가 있다.  배추나비였을까? 주선의 나비였을까?

 

강품님의 만화는 어느 하나도 허투로 그려진 부분이 없다.  손을 내미는 아이의 손이 그랬고, 작은 단추 하나가 그랬다. 배추씨를 구해달라는 부분이 그랬고, 배추속대에서 꽃이 피고, 나비가 나는 장면이 그랬다. 어느것 하나,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부분이 없다. 공사장 인부들이 왜 그렇게 일을 하는지, 한회 한회 격렬한 논쟁거리를 만들어 놓고,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귀가하는 사람들, 나를 보지않는다 같은 말들로 가슴을 저미고 에이게 만든다.  모든 논쟁을 무마시키고는 펑펑울게 만드는 힘이 그에게는 있다.  순정만화라고는 하지만, 그림체가 예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그의 글은 흡입력이 있다.  4-5등신이나 될까말까하는 주선과 정욱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멋진 인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정욱 그렇게도 원하던 마지막과 주선의 마지막은 같은 방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풀작가가 말하는 <당신의 모든 순간>은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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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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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을 받았다.  낡고 허름해 보이는 책 한권어찌보면 커피를 쏟은듯도 한 그런 책 한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작고 아담하고 낡아보이는 책.  그런데, 책장을 넘기자 마자 별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나는 오성(五星)의 집결을 관측한 기록을 보고 동국(東國)이 이미 큰 나라를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 아니, 관심조차 없었던 이야기가 이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천년의 금서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유신시대에 금지곡처럼 읽히지 못한 책이 금서일텐데, 이 금서가 천년동안이나 읽히지 못했었나 보다.  흥미를 끈다. 책 제목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시대 대표 소설가, 김진명작가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들어가서 얼마 안되어 읽었던 책이 세권짜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그때 가격이 권당 5,000원 이었다.  그 책을 보면서 자랐다.  그러니, 김진명 작가의 글이 반갑지 않을수가 없었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오래전부터 우라나라의 국호인 한이 어디서 왔을까하는 의문에 사로잡혔었다고. 그래서 오래된 기록들을 찾아헤메고 그 추적의 결과는 놀라왔었다고 말이다. 이 책을 쓴 이유는 우리의 읽어버린 역사를 되찾는 데 이바지 하길 바라기 때문에 썼다고 이야기 한다.  얼마나 엄청난 이야기가 숨겨 있길때, 작가의 말에 이런 글을 썼을까?

 

사서삼경에 목을 메고 죽은 시체한구가 발견된다. 자살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살이라고 하기엔 의구심이 남는다.  어떻게, 앉아서 죽을 수가 있을까?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목반장에게 ETER의 물리학자 이정서가 나타난다. 너무나 완벽한 이 남자는 못하는게 없다. 똑똑하고 집중력 높고, 언어면에서도 천재적이다.  경찰도 찾아내지 못하는것을 혼자서 척척 찾아내더니만, 죽은 여교수, 미진과 자신의 친구인 은원의 실종에 관여를 하고 은원을 찾아 중국으로 떠난다. . 



사건의 한가운데엔 대韓민국이 있다. 대韓제국의 韓은 삼한시대의 한을 전승하여 쓰여졌다고 역사는 이야기 한단다.  그런데, 고려나 조선을 보더라도 더 넓고 웅장한 것을 따르려하지 작은 국가를 따르려고 하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이 삼한은 어디서 왔는가? 역사학자들 조차도 이야기 하기 힘든 부분.  사실 나는 별 관심도 없었던 이야기 이다.  아니,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자체의 어떤 뜻이 있는 지도 몰랐다.  한민족이라고 하니, 국호에 한이 들어갔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韓이라는 나라를 작가는 하나하나 풀어서 이야기해주고 있다.  소설은 그의 여타 소설처럼 그렇게 긴박하지는 않다.  어찌보면 대한민국의 韓을 찾기 위해서 나아가는 한편의 재미있는 다큐같다.  그럼에도,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오성이 뭔지조차 모르는 문외한을 끌고와서는 오성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왜 그것이 중요한가를 알려준다.  사서삼경중 한권에서 한후라는 왕을 친절하게 찾아내어주고, 이 한후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후한의 학자 왕부를 끌어낸다.  그뿐아니라, 오성의 행성집결과 조수의 밀려남을 기록한 저서를 증명하는 방법으로 NASA의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그렇게 우리에게 韓의 실체를 보여준다.

 

작가의 집념이 韓을 보여주고, 우리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웅녀와 환웅으로만 알고 있던 단군왕검의 이야기 보다 더 오래전 우리의 거대한 과학 문명을 가지고 있던 우리의 시조에 대해서. 말살하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우리의 뿌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알수 없었을 이야기우리의 시조. 내 아이들의 시조.  거대한 과학문명이 꽃피었던 그 곳 韓.  가슴이 싸헤진다. 소설속 주인공들이 찾아 헤메고 드리어 발견한 그곳을 위해서, 작가또한 얼마나 혼신을 다했을까?  그 혼신을 다한, 대韓민국의 韓을 나는 이 한권의 책으로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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