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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모든 순간 1~4 세트 - 전4권 ㅣ 강풀 순정만화
강풀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하루평균 200만 네티즌이 선택한 웹툰. 그 200만 네티즌 속엔 나도 포함된다. 강풀님의 신작이 나올때마다 이번엔 참았다가 한꺼번에 봐야지하고 마음을 다잡지만, 결국은 웹툰이 연재되는 날이 되면 새벽부터 기웃기웃 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만다. 강풀님의 작품은 그리 일찍 올라오지 않는다. 어떤때는 그날의 마감을 알릴 무렵에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갖가지의 악풀들이 올라오다가, 작품이 올라오는 순간, 갖가지 악풀들에는 악풀이 달리기 마련이다. 이런 작품을 기다려야지 기다리지 못한다고 말이다.
순정만화 네번째 이야기로 찾아온다고 그가 이야기했다. 그래서 순정만화를 기대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바보, 그리고 순정 만화까지 얼마나 울리고 웃겼는지 그의 글을 읽었던 사람들은 그 잔잔함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이 시작되었다. 주선과 남자친구의 등장. 첫 신, 그러던가.. 어떤 이야기로 울릴까? 울 준비는 벌써 하고 있었다. 미씸썸 시리즈도 좋아하지만, 이젠 눈물 흘리면 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다. 나는 울 준비를 하고 있는데... 허걱... 좀비물이다. 난리가 났다. 강풀님은 끊임없이 소통의 공간속에 당모순은 순정만화입니다를 외치고 있고, 웹툰을 읽는 사람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난리가 났다. 이게 어떻게 순정만화냐고 말이다. 그럼에도 강풀님은 순정만화를 외치고 있었다. 그래서 기다렸다. 눈물 펑펑 흘릴 순정만화를... 그리고 그의 말이 맞았다.

서울의 한 낡은 아파트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주선의 집과 강욱과 정욱 형제가 사는 두 집이 있다. 새해를 맞이하는 2012년 1월 1일, 너무 순수하다 못해 바보 같기까지 한 주선의 애인, 원헌은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제야의 종이 울리는 시청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강욱은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휴일에도 힘든 몸을 이끌고 특근수당을 받으러 일을 나간다. 잠시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갑자기 확산되고 감염된 사람들 시청 앞에서 사람들을 습격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습격 받은 사람들에게서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난다. 애인을 버려둔 주선과 형을 일터로 떠나보낸 정욱은 각자의 소중한 사람을 찾으려 하지만, 전염병으로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도시 속에서 집밖으로 나갈 방법은 없다. 세상의 인간들은 서로를 물어뜯고 전염병을 옮겨 가며 서서히 변해 갔고, 아파트에 갇혀 버린 주선과 정욱은 서로에게 소통을 시도한다.
커다란 재앙 속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 달에 한 번 군인들이 와서 지급하는 구호물품이 아니었다. 정욱은 주선을 위해, 주선이 원하는 것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만화속 작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들려오기 시작한다. 정욱은 끔찍하게 생각했던 좀비들을 보게된다. 저들, 좀비들이 아닌, 같은 공간에 살고 있던 이웃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무엇을 하기 위해 저렇게 이 아파트 단지로 모여드는지.. 끊임없이 공사중이던 저 공사장은 왜 지금도 공사소리가 이어지고 있는지.. 물이 묻으면 썩어가고, 음식을 먹지도 못하지만, 그들이 사람이었음을 정욱을 알게 된다. 주선을 바라보는 그 시선속에서 정욱은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속에 형이 있었다. 돌아올께. 꼭 돌아올께를 외치던 형이 있었다.
형을 보면서, 정욱은 알게 된다. 그들이 왜 그렇게 이곳으로 모여드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 속의 좀비는 더 이상 좀비가 아니라 간절함만이 기억에 각인된 채로 헤매는 안타까운 우리의 모습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절절한 순정만화가 되어 버린다. 서로를 물어뜯으면서 전염을 하는 호러물에서 왜 강풀님이 이 만화를 순정만화라고 이야기를 하는지 우리는 알게 된다. 당신의 모든 순간이 되고자 하는 남자 정욱. 주선을 위하여 신문을 만들고, 화장품을 모으고, 그녀를 위해 먹지도 못하는 배추농사를 짓는 남자. 그녀의 변화를 바라보면서도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그리고 그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원헌을 찾아가는 남자. 그 남자의 시야끝에 주선의 단추가 달린 옷이 있고, 그곳에 나비가 있다. 배추나비였을까? 주선의 나비였을까?
강품님의 만화는 어느 하나도 허투로 그려진 부분이 없다. 손을 내미는 아이의 손이 그랬고, 작은 단추 하나가 그랬다. 배추씨를 구해달라는 부분이 그랬고, 배추속대에서 꽃이 피고, 나비가 나는 장면이 그랬다. 어느것 하나,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부분이 없다. 공사장 인부들이 왜 그렇게 일을 하는지, 한회 한회 격렬한 논쟁거리를 만들어 놓고,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귀가하는 사람들, 나를 보지않는다 같은 말들로 가슴을 저미고 에이게 만든다. 모든 논쟁을 무마시키고는 펑펑울게 만드는 힘이 그에게는 있다. 순정만화라고는 하지만, 그림체가 예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그의 글은 흡입력이 있다. 4-5등신이나 될까말까하는 주선과 정욱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멋진 인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정욱 그렇게도 원하던 마지막과 주선의 마지막은 같은 방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풀작가가 말하는 <당신의 모든 순간>은 결국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