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어떻게 글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연휴동안 책을 읽었다.  현충일이 끼워있어서, 주일저녁에 책을 들고 현충일까지 읽어내렸다.  그리고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이틀을 고심하고 있다.  이 글을 어떻게 풀어내야할까?  모든 책들을 너무나 단순하게 읽어 내렸었나보다.  갑자기 내 앞에 놓여있는 이 책을 풀어나갈 수가 없다.  이야기가 어려운것도 아님에도,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중반 무렵까지도 내용의 감 조차도 잡지 못했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가서 <POWER ON>을 보고는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쳤다.

 

최인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몇일동안 외치고 있었더니, 지인이 책을 보냈다.  책 좋아하는 사람 이 행복한 연휴에 책 읽으면서 더 행복해지라고 말이다.  토요일과 주일은 정신이 없었고, 드디어 주일 저녁부터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내게 최인호 작가는 선생은 부인하지만, 역사소설 작가이다. 상도를 만났고, 유림과 읽어버린 제국을 만나면서 어느 순간 선생은 역사 소설 작가로 인식이 되어 버렸다.  선생의 현대 소설을 읽고, 작년엔 천국에서 온 편지를 읽으면서도 왠지 그런 류의 책이 일탈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선생이 이야기 한다. 자신은 현대 소설 작가라고.  선생의 암투병을 들으면서 가슴 졸였었다. 위대한 작가 한 분이 사라질까 두려워 가슴 아프고 졸였었는데,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로 인해, 역사소설, 장편소설을 잇는 맥을 놓아버릴 수 있었노라고. 선생은 어느 곳, 어떤 환경에 있어도 작가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손톱이 빠져가면서 두달여만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여 썼다는 선생의 글을 이렇게 황송하게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둔함이 작가가 부여한 인물과 작가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 시계의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 K는 휴일 아침에 왜 자신이 알람을 맞추어놓았는지 의문을 갖는다. 어딘지 모르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의 흐름을 느끼던 K는 지난밤의 발기 불능, 평소와는 다른 아내의 태도, 지금까지 써온 스킨의 브랜드가 달라진 것 등을 확인하면서 조작의 기미를 눈치챈다. 타인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낯설기만 한 미세한 변화에서 익숙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직감한 것이다. 그리고 삶에 엄격한 평소의 K답지 않게 간밤 정신과 전문의인 친구와 가진 술자리에서의 기억이 어느 시점부터 끊긴 것과 휴대폰을 분실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K는 기억속의 진실을 찾기위해서 H를 만나고, 그의 누이 JS를 만나기 위해, 한때는 매형이었던 올렝카를 만나면서, 그에 주변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낯익지만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JS에게 보낸 자신의 편지를 토대로 또다른 K를 찾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누가 누군지 모르는 타인들의 집합체 같았다. 잠시 시간을 내 연병장에 모인 오합지졸의 예비군 같은 모임이었다. 서로 피를 나눈 혈연관계라고는 하지만 친숙함이나 다정함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사기도박꾼 집단처럼 느껴졌다 - P.86

 

이 낯익지만 낯선 사람들 속에서 K는 레인저라 불리는 또다른 K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가 조작이라고 느꼈던 부분들이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내 잘못을 통하여, 내 잘못을 통하여, 나의 가장 중대한 잘못을 통하여 고백하나이다 / P.295)를 통해서 자신의 주변이 조작되어진것이 아니라, 자신이 조작되어진것임을 알게된다.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을때, 선생은 STOP, FF, PLAY를 사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마지막 <POWER OFF> 망각되고 유실된 기억 속의 진실을 찾아가는 K의 추적과 모험은 이렇게 끝이난다. 

 

전지전능한 작가의 의해서 K의 역활은 이렇게 끝이 났다.  선생의 말처럼 고통의 축제 속에서 완성한 최인호 문학의 결정체는 굉장히 무겁게 다가왔다.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작가의 말을 꼼꼼히 읽고, 김연수 작가의 발문까지 읽었음에도, 내 머릿속은 K의 형체가 떠나지 않고 있고,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쓸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소설가 모두를 구원한것처럼, 나는 그들의 소설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  선생이 만들어낸 K를 통해서 토탈리콜이 생각나고, 어린시절 보왔던 환상특급의 한 부분이 생각났었다.  그리고 1Q84속 주인공들이 떠오르고, 이현세 작가의 아마게돈이 생각나는건 나 뿐 이었을까?  지금 내 삶은 현실인가? 누군가의 손인형으로 살고 있는것은 아닌지 머릿속을 지끈지끈하게 만들어 버리지만, 이 또한 책을 읽은 후에 느끼 수 있는 유희이리라. 누가 이런 사치를 느끼겠는가?   이틀 동안 책을 읽고, 이틀 동안 고민하다가, 이 행복한 유희속에서 사치를 발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련다.  평론가가 아닌 독자만이 느낄 수 있고 누릴수 있는 행복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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