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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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government employee could participate in attempts to kill foreign leader.(Executive order 11905)

 

미국 정부의 어떤 공무원도 다른 나라 지도자의 암살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특별명령이 5년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글자 한자 고쳐지지 않고 되풀이 되었다.  그리고 1976년에서 1981년 사이에 외국의 원수가 암살된 사건은 지구상에 오직 한곳, 대한민국이었다.

 

 10.26이 무엇인가?  박정희 전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로 부터 총격을 받고 유명을 달리했던 사건을 말한다.  내 기억 속 10.26은 어른들이 울던 기억이 전부다. 초등학교 전이었던 걸로 기억이 되고, 온통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운구행렬을 보면서 울었던 것이 기억의 전부다.  그리고 지금 김진명 작가의 1026을 만났다.  아니, 1026을 만나기 훨씬 이전에 <한반도>를 만났었다.  작가의 말에도 <1026>이 <한반도>의 개정판이라고 되어있었는데, 책을 지목했을때는 그런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한반도>를 읽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첫 장을 펼쳐서 읽으면서야, 이걸 어디서 봤지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더니, 케렌스킨의 안개낀 천국에서 만나자는 유언을 읽고서야 이책을 읽었는지 알았다.  <한반도>에서는 안개낀 천국에 대한 내용이 나왔었는데, <1026>에는 스킵해버렸고, 작가의 말처럼, 실명이 그대로 거론이 된다.  두려울 정도로 실명을 거론하고 있다.  그리고 1026을 대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1026뿐 아니라, 12.12를 거쳐서 5.18까지 거론하고 있고, 케네디 암살 사건역시 건드리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서수연과 이경훈은 제럴드 현의 마지막 유언을 듣게된다.  그리고 제럴드 현이 남긴 유언 속 박대통령과 10.26, 비밀, 하우스의 단어들은 경훈의 촉을 건든다.  1979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죽었다.  그것도 자신의 심복에게 말이다.  정보부장이라는 김재규를 천하의 얼간이로 만들어 버리고, 사상 유례가 없이 재판을 받고, 광주민주화 운동이 일어나자 마자 사형돼어 버린 사건.  분명 한나라의 대통령이 죽었는데, 김재규의 절규속에 '미국이 뒤에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이 있었음에도 그냥 묻혀버린 사건.  경훈의 모든 인맥이 동원되어지고, 경훈과 수연은 서서히 10.26 역사의 현장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암살 동기를 정리하면 세계 평화와 군축을 이상으로 삼았던 케네디가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CIA와 군부, 그리고 군수산업체를 견제하고 압박하자 그들이 케네디를 제거할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군요. 여기에 쿠바에 이권을 둔 마파아, 아울러 로버트 케네디의 철저한 범죄와의 전쟁에서 생존 위기를 느낀 마피아들까지 합세했구요. p.188

 

 한국인이었음에도 미국 정부의 소속되어 있던 제럴드 현.  그가 보고자 했던 것은 미국의 이익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주국방이었다. 완벽한 미국통으로 한국의 정세를 좌지우지했었던 제럴드 현이 왜 10.26에서는 철저하게 제외되었을까? 김재규는 왜 자신의 본거지가 아닌, 용산으로 향했을까?  김형욱이라는 인물의 죽음은 정말 중앙정보부가 가입된것일까?  박대통시대의 시도를 했다는 핵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리고 무기 커넥션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건딜수 있는 이야기는, 감추어두었던 이야기는 모두다 건들고 있다.  박통시대를 거쳐, 신군부라는 전두환, 노태우 시대를 지나, 김영삼, 김대중까지의 이야기들이 풀어져 나오고 있다.  <한반도>가 햇볕정책을 논하고 있던 시대에 나왔던 작품이기에, 여전히 이 책의 주요 골격은 제럴드 현을 통한 10.26 사건과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다.  햇볕정책이 폐기된지도 오래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서거 하셨고, 그 다음대의 대통령 또한 지금은 안계신다.  누군가 이야기를 했다.  청와대로 들어갔다 나온이들 중에 행복한 사람이 있었느냐고 말이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시대가 그랬다.

 

 케네디까지도 좌지우지했던 군수산업체들.  그들에게는 전쟁이, 분단국가가 필요했다.  자주국방도, 햇볕정책도, 세계 평화도 그들의 이권을 지켜주지는 못한다는 가정하에서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나라의 국가원수가 죽었음에도 뒷짐지고있다.  박통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걸프전과 그 이전에 사항들까지, 강대국이라는 미국을 이야기 한다.  그 강대국은 여전하다. 한 예로 <도쿄의정서>에서 미국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슬쩍 빠져버렸다.  현실은 여전히 미국이라는 강대국을 건딜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에 비해서 양이 줄었는데도, 이야기의 폭은 더 깊어졌다.  실명을 거론하고, 가지치기를 하면서 역사의 현장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 똑똑한 작가와 깊이를 알수 없는 변호사가 펼치는 이야기는 여전히 in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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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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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소설을 읽은 뒤에 만난 책이다.  이 책이 왜 눈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베스트셀러였으니 책명이 익숙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묵직한 책을 읽은 후라서, 편하게 읽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던것 같고, 책을 펼치고, 두어시간만에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버렸다.  언제나 그렇다.  엄마가 된후에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내 모든것을 뒤흔들어 버린다.  분명 아가씨때 이 책을 읽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수도 있지만, 지금 나는 이 두근거림을 억누를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건 전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한 문장, 한 구절이 가슴을 때릴때가 있다.  그리고 그 한구절로 모든것을 잊고 말때가 있다.  두근 두근 내 인생은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열 일곱의 아이, 아름이.  열일곱 청소년들이 낳아버린 아이. 이 아이가 어느덧 열일곱이 되어버렸는데, 이 아이는 서른넷이 되어버린 그의 부모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보인다.  산이되어 버린 아이. 인생의 모든 나이를 가지고 있는 아이.  책을 좋아하고,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는 아이.

 

 지역 유지였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왠만큼 살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의 병은 살만한 것을 없애버렸다.  그래도 아이는 웃는다.  젊은 엄마 아빠도 웃는다.  학창시절 그렇게 많은 데시를 받았던 최미라양이 어떻게 대수군을 만났는지, 아이는 아이의 표현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가을의 물결같은 추파(秋波)를 어떻게 던졌는지,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을 아이는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일흔이된 옆집 할아버지와 친구를 하고, 어린 부모의 맘을 살피면서 이웃사랑 프로에도 나간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그 나이에 맞는 첫사랑의 느낌이 찾아온다.  알수 없지만, 알것같은, 자신처럼 아프다는 아이, 서하.  이 나이많은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음에도 남겨진 부모를 챙긴다.  그리고 그래서 맘이 아리다.

 

 아프다고 외치지 않아서 마음이 아리다.  왜 이렇게 낳았냐고 외치지 않아서 마음이 아리다.  부수고 싶을텐데, 속으로 삭이는 열일곱 인생에 마음이 아리다.  아무것도 할수 없는 부모를 보면서 마음이 아리다.  얼마나 아팠을까?  가슴이 찢겨졌을텐데, 가장 재미있는 아들이 되겠다는 아들을 보고, 함께 웃어주는 부모때문에 가슴이 아리고 아리다.  삶은 공평할까?  누구의 삶도 공평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공평하다 이야기할수도 없는 것이 삶이다.  내 눈에, 내 손톱밑에 작은 티 하나가 더 아픈 세상이니까.

 

"가끔 궁금했어요.  엄마랑 아빠랑... 내가 병들어서 무서운 게 아니라, 그런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봐 두려우시진 않았을까." p.321

그리곤 남아 있는 힘을 가까스로 짜내 말했다.  "보고 싶을 거예요." p.322

 

 펑펑 울어버렸다.  마지막 이 말 한마디에.  보고 싶을 거예요.  죽을 아이입에서 부모에게 하는 말이, 아이의 사랑도 아이의 꿈도 아이의 미래도 아닌, 엄마, 아빠에게 하는 말.  만날수 있으리라 장담도 할 수 없는 길.  그래서 아이는 말한다. 보고싶을 꺼라고 말이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에게 부모에 이야기를 남긴다.  살아있다는 건 두근거림이다.  김성려님의 일인극중 <벽속의 요정>이라는 작품이 있다. 매년 그 작품을 보는 이유가 두근거림이다. 살아있다는 것.  살아있기에 이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 <두근 두근 내 인생>은 가슴에 손을 얹게 만든다.  난 지금 두근거리고 있는거지? 매일 두근거리거 있는거지?  살아있음에, 미래를 꿈꿀수 있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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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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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랑을 멸하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이다!"  현도 출정 이후 십 년 만에 또다시 터져 나온 을불의 일성이었다. 고구려 역사상 가장 짧은 출정의 변이었지만, 십년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노심초사하여 낙랑 원정을 준비해온 왕의 외침에 장수들은 물론 병사들까지 감동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낙랑을 멸하든 신이 죽든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p.222

 

 용과 지과 합쳐진 지략가들의 싸움은 읽는 이들을 흥분시키고도 남는다.  특히, 무협지라면 사죽을 못싸는 사람들에게는 더하다.  고구려3권 미천왕 / 낙랑축출편은 사랑(愛), 지(智), 무(武), 모든것을 가지고 있다.  2권에서 조금 미흡했던 이야기들이 3권을 통해서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휘몰아치는 사랑이 있고, 비교할 수 없는 지략가들의 마법과 같은 지략들이 펼쳐진다.  그뿐인가?  전쟁의 모든것이 이 책 한권에 들어가 있다.  십수년을 기다리는 인내가 들어가 있고, 그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사람만이 할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이 들어가 있다.

 

 

 낙랑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서 처음엔 사랑을 위해 자명고를 찢던 낙랑공주를 생각했었다.  책을 읽다, 그 나라와 이곳이 같은 곳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었고, 두 개의 낙랑이 별개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책을 읽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뻔 했다.  고구려에게 예전에 멸한 낙랑과 한의 군현이었던 낙랑이 새롭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역사는 이야기한다.  미천왕 14년에 낙랑이 고구려에 멸하여 속했다고.  그리고 작가 김진명은 낙랑을 멸한 미천왕, 삼국사기를 통해서 만났던 소금장수 미천왕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어떻게 소금을 팔던 청년이 한나라의 태왕이라고 불리는 왕이 될 수 있었는지, 그 속에 감쳐진 비밀들을 역사와 상상의 줄을 아슬아슬하게 타면서 풀어내고 있다.

 

 고문에 나와있는 왕후 주씨로 화한 주아영이 어떻게 고구려에 시간을 얻게 하는지, 아영을 찾기위해 현도성으로 다리는 모용외와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음을 한탄하는 최비, 그리고 미천왕 등극후 10년이 굉장히 빠른 속도감으로 다가온다.  전쟁을 눈앞에서 보듯 이 걸출한 영웅들의 지략이 책을 빠져나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을불이 외친다. "낙랑을 멸하든 내가 죽든 둘중 하나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이다.  왕을 알고 있는 10만 대군이 "낙랑을 멸하든 신이 죽든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낙랑 축출은 시작된다.  보고싶은 모든 것들이 보여지고, 느끼고 싶은 그 감정들이 가슴속 가장 깊은 곳을 타고 쿵쿵거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미천왕이 살아난다.  원목중걸이 이야기하는 인화를 가지고 있는 왕으로 말이다.

 

왕이 밥을 지었다고!......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었구나.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라 했거는 우리는 무엇으로  저들을 대적했는가! 군사를 부림에 한참 미치지 못했음을 이제야 알겠다. p.340

 

 역사소설은 읽는 내내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이 소설이기에, 허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를 통해서 지금 이 시대가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책속 영웅들이 주군이라 믿는 사람들.  그들은 걸출한 영웅들처럼 힘이 있지도, 지혜가 대단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을 볼 줄 하고, 사람을 부릴줄 안다.  정세를 보는 눈과 사람을 부릴줄 아는 힘.  지금 이 시대가 미천왕을 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광활한 땅을 얻기위해서 노력했던 내 뿌리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허구를 제한 역사속 사실들이 그래서 필요한 때이다.  내 땅.  내 민족. 이렇게 쓰러지면 안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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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2 - 미천왕, 다가오는 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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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으로 정해진 자가 아니라 왕의 모습을 보이는 자가 왕이다. p.118

 

숙신의 족장 아달휼이 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한다. 누가 온 재산을 가지고 와 숙신에 토해내겠으며, 누가 숙신 백성들을 위해 밥을 퍼주겠으며, 누가 전식을 하는 부부에게 말을 베어 주겠느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 을불이 있었다.  무가 아닌 민으로 백성의 마음을 사로잡고 고구려의 왕이라는 자리가 자신을 위한것이 아닌, 백성을 위함이라고 외치는 사내가 있었다.  고구려 땅으로 돌아온 을불이 찾아간 곳은 숙신이었다.  숙신이 어떤 곳인가? 안국군의 땅이자 을불의 고향 숙신. 을불이 가야 될곳은 숙신밖에 없었다.  그땅. 안국군의 땅이었던 그곳에서 을불이 본것은 전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이었다.  전신이 무엇인가?  먹을 것이 없어, 아이들이 죽으면 남의 아이를 바꾸어 먹는 것이 전식이란다.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을까?  배고프고, 힘이없으니 그들이 할 수 있는 있는 굶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을불은 자신이 왜 왕이 되어야만 하는지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을불일행의 숙신행과 함께 새로운 낙랑의 모습이 보여진다.  낙랑 태수 최비와 재정을 맡는 원영.  낙랑으로 끊임없이 유입되는 인구와 세를 위해서는 식량과 재물이 필요했다. 그리고 원영의 눈에 보인 인물이, 낙랑인이 아닌, 고구려인 주대부와 주아영이었다. 그들에게서 재산을 빼앗기만 하면 될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아영을 위해서는 모든것을 바칠수 있는 남자, 모용 외.  세작으로 부터 들려오는 아영의 하옥은 모용외를 들끓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모영외는 당세의 영웅이었고, 그는 더 큰 세상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아영이 함께 하길 원했다.

 

“주공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적에 함께 써지기를 원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역사에 남을 인물임은 어떻게 아는가?” “열 명을 베는 장수를 가리켜 맹장이라 부르고, 백 명을 베는 장수를 가리켜 신장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주공은 천 명을 베는 장수기에 마땅히 부를 이름이 없습니다. 역사가 주공의 이름을 지어줄 것입니다.”p.140

 

미천왕 2권의 주는 아영이 잡고 있다.  아영을 둘러싼 인물들.  모용외를 바라보는 사람들. 모용외를 시험하는 아영.  그의 무엇을 보기 위해서 아영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3권에서 알수 있다.  하지만, 모용외는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었다.  역사속에 나오는 걸출한 인물들은 언제나 제갈량과 같은 지를 만들어 내는 인물들이 있었다.   최비같이 지를 가진 인물조차도 말이다.  모용외옆에 있는  원목중걸. 그는 모용외를 통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길 원했고, 그러면서 아영을 두려워한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인물.  여인의 몸으로 거대한 남자들을 조정하고, 정세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주군이 빠져버린 여인.  아영이 무엇을 바라고, 어디로 갈지는 알수가 없다.  아영의 위기와 함께 드디어 을불은 숙신을 얻고, 청패를 가진 인물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십여년의 세월 동안 청패를 함께할 인물들을 찾는 창조리.  오로지 자신이 믿고 있는 주군이라 생각하는 안국군의 손자를 위하여 모든 것을 건 그의 사활이 그려지는 고구려 2권.  워낙에 1권의 흐름이 빠르고 여기저기서 예측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치고 나와서 2권은 1권에 비하면 밋밋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덜 하네하는 느낌이 나긴 하지만, 2권은 주아영이라는 여인을 극대화 시키고 있고, 민을 바라보는 을불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을불이 미천왕이 될수 밖에 없었던 천명과 같은 울림을 전해준다.

 

무엇이 백성의 바람이고 무엇이 임금의 해야 할 일인지 가슴으로 보았습니다.  이 세상 어느 목숨 하나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이 을불은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저는 이제 백성은 무겁고 소중하며 임금이 오히려 가벼운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몸으로 실천하고자 합니다.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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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1 - 미천왕, 도망자 을불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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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별은 스스로는 움직이지 못해.  그 별이 무곡성으로 가려면 외부의 힘이 필요하다.  밀고 끌 힘 말이다.  그런데 마성에 잠식된 별들은 밀 힘이 없어.  방법은 오직 하나. 무곡성의 별이 내려가 끌어야 한다.  p. 17

 

 

알수 없는 말들이 오고간다.  무곡성의 별이 내려가 작은 별을 움직여라.  비밀단체의 밀령이라도 떨어진것일까?  알 수없는 이 밀명으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은 듯 하지만, 백조가 한가로이 노는 수면아래의 발짓처럼 끊임없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다.  고구려 서천왕의 죽음은 고구려땅을 들끓게 만든다.  왕제를 가지고 있는 안국군 달가, 그의 아들 돌고, 그리고 왕손 을불.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것인가?  미천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소금장수다. 미천왕에 대해서 배웠던 기억은, 소금장수밖에 없었고, 소금장수를 하면서 어느 촌부가 소금가마니에 신발을 감쳐서 곤역을 치렀던 사람이 왕이 되었다는 내용만 기억이 난다.  어렸을때는, 소금장수가 미천했기에 미천왕이라는 이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여전히, <고구려>를 만나기 전, 삼국유사나 사기를 통해서 만났던 미천왕은 소금장수일 뿐이었다.  그런 미천왕, 을불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천년의 금서>가 그리 썩 와닿지가 않아서, 예전 내가 읽으면서 느꼈던 김진명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기에, <고구려>가 진작에 출간되었음에도,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을 이를수가 없을 정도로 빠져들어서 읽어내렸다.  작가가 이야기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라고 말이다.  자신의 책을 읽으라는 말이 아니라 먼저 고구려를 알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그 거대했던 땅, 고구려.  고구려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뭉클함, 그 뭉클함을 <고구려-미천왕>편을 통해서 불씨를 당기고 있다.

 

모두의 추앙을 받던 안국군의 죽음, 아들을 살리기 위해 비굴하게 살던 돌고의 죽음, 그리고 그 덕으로 살수 있었던 을불,  소금장수의 내용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봉상왕 7년, 고구려 서쪽 낙랑에 다루라는 이름의 소금장수가 나타난다.  무예를 알듯 한데, 금도앞에서 주춤하는 젊은 소금장수.  그가 낙랑의 무예총위 양운거와 딸, 소청에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양운거에게 무예를 배우기 시작하는 소금장수 다루, 아니 을불이 보이기 시작한다.   을불은 알지 못했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안국군과 함께했던 창조리가 왜 안국군을 밀고 했으며, 고구가 어디로 향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미천왕 1권은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웃땅의 영웅들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연의 시조인 모용 외와 평주주사 최비, 그리고 재색을 겸비한 주대부의 딸, 주아영까지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천하의 제갈공명들이 다 모인듯한 착각이 들고, 그들의 해안을 읽으면서, 이 시대를 사는 나는  얼마나  나라 안밖에 정세를 알고 있나에 대해서 되돌아 보게 만든다.

 

<삼국지>를 읽다보면, 따뜻한 술이 식기도 전에라는 문구가 참 많이 나온다.  그처럼, <고구려>에서도 비슷한 문구가 나온다. 귀를 씻고 듣겠나이다.  얼마나 중요한 말이기에, 귀를 씻고 듣겠다는 걸까?  말하는 사람을 높이는 수일수도 있고, 중요한 말이기에 한마디도 놓치기 싫다는 표현일수도 있지만, 읽는 내내,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뭉클함과 함께 웃음을 띄게 만든다.  <고구려 - 미천왕1>권은 을불이 왕손임을 알고, 그를 옹위하기 위하여 모여드는 인물들과, 고구려로 돌아가는 을불, 그리고 낙랑을 중심으로 아영를 둘러싼 모용 외와 함께 평주주사 최비, 그리고 양운거의 고구려행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유비, 조조 너머에 을불과 창조리가 있었다! >라고 출판사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했었다.  을불과 창조리.  그 이름을 이제야 알게되다니, 아니, 이제라도 알게되어서 다행이다.  작가의 말처럼, 그렇게 여러번 읽었던 <삼국지>전에 <고구려>를 알기위해 노력하지 못했음에 고개숙여진다.  그리고 17년간의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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