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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낙랑을 멸하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이다!" 현도 출정 이후 십 년 만에 또다시 터져 나온 을불의 일성이었다. 고구려 역사상 가장 짧은 출정의 변이었지만, 십년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노심초사하여 낙랑 원정을 준비해온 왕의 외침에 장수들은 물론 병사들까지 감동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낙랑을 멸하든 신이 죽든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p.222
용과 지과 합쳐진 지략가들의 싸움은 읽는 이들을 흥분시키고도 남는다. 특히, 무협지라면 사죽을 못싸는 사람들에게는 더하다. 고구려3권 미천왕 / 낙랑축출편은 사랑(愛), 지(智), 무(武), 모든것을 가지고 있다. 2권에서 조금 미흡했던 이야기들이 3권을 통해서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휘몰아치는 사랑이 있고, 비교할 수 없는 지략가들의 마법과 같은 지략들이 펼쳐진다. 그뿐인가? 전쟁의 모든것이 이 책 한권에 들어가 있다. 십수년을 기다리는 인내가 들어가 있고, 그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사람만이 할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이 들어가 있다.

낙랑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서 처음엔 사랑을 위해 자명고를 찢던 낙랑공주를 생각했었다. 책을 읽다, 그 나라와 이곳이 같은 곳인가하는 의문이 들었었고, 두 개의 낙랑이 별개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책을 읽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갈 뻔 했다. 고구려에게 예전에 멸한 낙랑과 한의 군현이었던 낙랑이 새롭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역사는 이야기한다. 미천왕 14년에 낙랑이 고구려에 멸하여 속했다고. 그리고 작가 김진명은 낙랑을 멸한 미천왕, 삼국사기를 통해서 만났던 소금장수 미천왕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어떻게 소금을 팔던 청년이 한나라의 태왕이라고 불리는 왕이 될 수 있었는지, 그 속에 감쳐진 비밀들을 역사와 상상의 줄을 아슬아슬하게 타면서 풀어내고 있다.
고문에 나와있는 왕후 주씨로 화한 주아영이 어떻게 고구려에 시간을 얻게 하는지, 아영을 찾기위해 현도성으로 다리는 모용외와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음을 한탄하는 최비, 그리고 미천왕 등극후 10년이 굉장히 빠른 속도감으로 다가온다. 전쟁을 눈앞에서 보듯 이 걸출한 영웅들의 지략이 책을 빠져나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을불이 외친다. "낙랑을 멸하든 내가 죽든 둘중 하나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이다. 왕을 알고 있는 10만 대군이 "낙랑을 멸하든 신이 죽든 둘 중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낙랑 축출은 시작된다. 보고싶은 모든 것들이 보여지고, 느끼고 싶은 그 감정들이 가슴속 가장 깊은 곳을 타고 쿵쿵거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미천왕이 살아난다. 원목중걸이 이야기하는 인화를 가지고 있는 왕으로 말이다.
왕이 밥을 지었다고!......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었구나.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라 했거는 우리는 무엇으로 저들을 대적했는가! 군사를 부림에 한참 미치지 못했음을 이제야 알겠다. p.340
역사소설은 읽는 내내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이 소설이기에, 허구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를 통해서 지금 이 시대가 바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책속 영웅들이 주군이라 믿는 사람들. 그들은 걸출한 영웅들처럼 힘이 있지도, 지혜가 대단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을 볼 줄 하고, 사람을 부릴줄 안다. 정세를 보는 눈과 사람을 부릴줄 아는 힘. 지금 이 시대가 미천왕을 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광활한 땅을 얻기위해서 노력했던 내 뿌리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허구를 제한 역사속 사실들이 그래서 필요한 때이다. 내 땅. 내 민족. 이렇게 쓰러지면 안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