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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라니 눈꽃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7
원유순 지음, 구자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19년 1월
평점 :
아기 고라니 눈꽃
글_원유순, 그림_구자선
#시공주니어 / 시공주니어 문고 독서 레벌2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 권장
만화 영화 [밤비]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 고라니 눈꽃』
원유순_글 Ⅰ구자선_그림
상처받은 동화의 주인공 '준우'가
아기 고라니 '눈꽃'을 만나 돌보며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가는 모습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섬세하게 풀어 놓은
따뜻한 이야기책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을 보기 힘든 겨울인 거 같다. 그래서인지 아기 고라니 눈꽃 책을 통해 그려진 소복이 쌓여있는 하얀 눈이 유독 반갑게 다가왔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 산과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겨울이라는 계절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아기 고라니 눈꽃』은 원유순 작가님이 실제로 경험한 아기 고라니와의 사연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그땐 개에게 물린 아기 고라니가 너무 놀란 나머지 산으로 도망을 갔기 때문에 구해주지 못해 내내 마음이 아프셨다는 작가님. 그때의 아기 고라니가 무사히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쓰셨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야기 곳곳에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묻어있는 책이다.
여기에 일러스트레이터 구자선님이 포근하고 따뜻한 삽화로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했다.
아빠의 교통사고로 외갓집에서 겨울 방학을 보내게 된 준우. 할아버지와 함께 나선 산책길에서 새끼 고라니를 발견한다. 그런데 함께 있던 진돗개 머루가 고라니를 물어 버리는 바람에 고라니가 크게 다치게 되고 다친 고라니의 모습에서 아빠를 떠올려 할머니를 설득해 겨울 동안 고라니를 돌보게 되었다. 고라니의 하얀 점박이 무늬를 보고 '눈꽃'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데, 너무나도 이쁜 이름! 독자인 내 마음에도 쏙 든다는! ㅎㅎㅎㅎ 아직 키우는 애완동물이 거북이 브로콜리뿐이지만 혹 추후에 키우게 되면 눈꽃이라고 지어보고 싶다.^^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장을 보러 읍내에 간 날, 냄새나서 키우는 걸 반대했던 할머니가 떠오른 준우는 아기 고라니 눈꽃을 목욕시켜 주기로 한다. 진돗개 머루의 목욕만 떠올렸던 준우는 아기 고라니 눈꽃이 버둥거리고 소리치며 난리를 치자 당황하는데.. 그 모습이 삽화와 더해져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든다.
아기 고라니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따뜻한 시선 때문이었을까?
아기 고라니 눈꽃을 돌보며 준우가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된 글이 나를 간지럽힌다.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기쁨의 물결이 일렁였다.
젖꼭지를 빠는 아기 고라니가 기특했다.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눈꽃을 꼭 끌어안았다. 가냘픈 몸이 내 품에 쏙 들어왔다.
눈꽃의 규칙적인 심장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콩닥콩닥, 콩닥콩닥.
동시에 내 심장도 똑같이 뛰기 시작했다.
이상하고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게 자꾸 벙싯벙싯 입이 벌어졌다.
마치 눈꽃의 엄마가 된 듯 아빠가 된 듯,
내가 아니면 아무도 눈꽃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안타까움과 뿌듯함...
……
이런 기분 좋은 느낌, 정말 처음이었다.
아기고라니 p.64
랑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고라니 눈꽃과의 이별 장면
'이별'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그 먹먹함을 떠올리며 글을 읽어 나간다. 하지만 이별에 대한 슬픔과 두려움을 주위 인물인 할아버지와 아저씨의 위로와 준우의 나름의 방법대로 인정하고 해소함으로써 한걸음 성장한 준우를 만나게 된다. 작가님의 바람대로 나 또한 산으로 돌아갔던 아기 고라니 눈꽃이 가족을 만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빌어본다.
눈꽃, 너와 함께여서 이 겨울은 따뜻했어
어느 날, 갑자기 내린 첫눈처럼
내 곁에 다가온 아기 고라니 '눈꽃'
동그란 귀, 까만 눈동자에 긴 속눈썹,
촉촉한 코, 가슬가슬한 갈색 털,
눈꽃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이고,
겨우내 서늘하기만 하던 내 마음 한편에도
따뜻하고 포근한 빛이 들기 시작했어.
하지만 봄이 되면, 눈꽃은 산으로 돌아가야 해.
… 봄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머루가 눈꽃을 물었을 때의 첫 만남과 산으로 돌려볼때가 기억에 남는다는 율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