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새는 밤에 난다 반올림 48
신세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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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새는 밤에 난다>라는 책 제목을 보고 '코끼리새?! 코끼리새가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검색을 해봤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살았던 키가 3미터, 몸무게가 600킬로그램으로 지구에서 가장 큰 새이고 무거운 새로 날지 못하는 새로도 유명했다고 한다. 코끼리새의 알은 타조의 알보다 훨씬 컸으며 천적이 없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 못해 결국은 사람과의 생존경쟁에서 밀려 멸종했단다. 이렇게 독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과학탐구영역을 청소년의 외모, 이성, 성적 등의 일상적인 고민과 문제에 자연스럽게 녹인 청소년 창작 도서로, 정말 주옥같은 여섯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세은 작가의 단편집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이다. 처음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 제목이 이제는 내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이야기는 '안녕, 케플러',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로 지내다 연인이 된 남자친구 도영이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과생 문학소년 도영이는 지독히도 더웠던 여름 동네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않아 한참을 케플러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다 윤아에게 케플러의 법칙에 근거하여 별도 좋고 케플러도 좋지만 그들보다 윤아 네가 더 좋다고 사랑고백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해왔던 단짝 친구이자 지금은 남자친구였던 도영이의 죽음을 윤아가 극복해나가며 일상을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케플러에 빗대어 설명하고 위로받는 이야기 '안녕, 케플러' 나도 함께 위로받고 성장한 기분이다.

우주망원경 케플러,

임무를 다하고 잠들다.

p.30

이도영, 내 남자친구. 언제나 열일곱으로 남아 있을 아이.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를 이곳에 매어 놓지도 않을 거야. 네가 꿈꾸던 별들 속에서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p.31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의 두 번째 이야기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는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물 선생님의 잡담에서 시작된 '코끼리새'의 이야기가 커다란 몸집과 자그마한 눈을 가진 주은이에게 별명으로 붙여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끼리새'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주은이는 입맛이 점점 없어지고 먹는 양도 줄어만 간다. 그러다 인터넷 검색창에 '코끼리새'를 검색해보게 되고 하나의 짧은 글을 보게 된다.

하지만 코끼리새는 노력했을지 모른다. 어느새 커진 몸을 띄우기 위해.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티내지 않았지만. 누구도 보지 않는 어두운 밤이 되면 날기 위해 애를 썼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땅에서 아주 조금 떠올랐을지 모른다.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날을 꿈꾸었을지 모른다. 나중에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 자기를 쫓는 인간을 피해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했을지 모른다. 그 속도가 더뎌 결국 인간에게 멸종당했지만.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 나도 그렇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밤에만 자유로워진다. 하지만 이제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도 자유로워지고 싶다. 내가 나를 지킬 것이다.

p.39~40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은 신경 쓰지 않고 정말 별생각 없이, 그들에게는 큰 악의 없는 농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은이는 '코끼리새'라는 별명 때문에 고통받고 힘들었지만 '코끼리새'의 존재 덕분에 위로받고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외모에 한참 예민할 나이인 청소년들에게 신세은 작가만의 방법으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이야기이면서도, 내 기억 속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아무리 외모로 평가하지 말자고 수없이 외쳐도 아직까지 외모에 대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슈화되어 나온다. 외모에 대한 언급은 곧 남에게 본인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게 만든다. 외적인 요소보다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굳은 날개를

다시 움직여볼 생각이다.

날 수 있을 때까지

p.49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의 세 번째 이야기 '어깨걸이극락조와 함께 춤을!'은 십 대들의 고민 '이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상대방의 마음은 배려하지 않고 나의 마음에만 취해 공개 고백을 하게 된 민우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혼자의 힘으로 구애의 춤을 추고 암컷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혼자 그 슬픔을 감당해 내는 '어깨걸이극락조'에 빗대어 풀어놓았다. 고백이란 상대를 살피고 배려하면서 다른 겉치레 없이 그저 자신만의 힘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우는 자신을 돌아보며 상대에게 사과를 한다. 잘못된걸 알았다고 해서 그 누구나 사과를 할 수 있는건 아니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한 민우의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너라면 알 거야.

알 수 있을 거야.

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것이 숨어 있는지.

사람은 절대 단정 지을 수 없는

신비의 세계라는걸…….

p.82

수학천재 동생을 둔 평범한 십대가 겪는 열등감과 외로움에 대한 네 번째 이야기 "0.99와 1 사이"에서는 수학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놓은 게 인상 깊다. 잠깐의 방황인듯 한 여행길에 어린 아이를 돌보게 되며 작은 생명의 따스함에 위로를 받으며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던 나! 동생하고 너는 서로 다르니깐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응원해주고 싶다.

그러다 문득 내가 동생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그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 동생 역시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99와 1이 가까워지려면 0.99가 1로 향하는 수밖에 없다. 수학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0.99가 무한대로 이어진다면 결국 1과 만난다는 것을 누군가 증명했다. 그 증명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나의 노력은 헛되지 않은 것이다.

p.99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내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붉은 해는 이제 완전히 바다 위로 떠올랐다. 눈이 부시도록 밝고 따뜻한 빛이 세상을 비추었다. 푸른 바다는 넘실대며 그 빛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그 바다를 보며 나는 조용히 혼자말을 했다. "응. 그래도 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p.101

그리고 다섯 번째 이야기 '힘과 중력, 한밤의 드라이브'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십대의 마음을 힘과 중력에 관한 뉴턴의 법칙으로 풀어놓았다. 마지막 '고만고만한 사랑과 진로의 상관관계에 대하여'는 십 대들의 성적, 입시, 대학 서열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된다. 청소년, 어쩌면 아주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성인이라고 하기에도 어정쩡한 나이이면서도 외부환경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닐까? 부모와의 관계, 친구들과의 우정, 성적에 좌지우지되는 대학, 그리고 이성에 관한 관심과 설렘 등 자신들만의 고민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청소년들의 일상에서의 고민을 과학탐구영역에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잘 녹아 놓았다. 그리고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책을 다 읽고 둥이들에게 어떤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으니 나와 같은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코끼리새가 날기 위해 밤에 연습했을 모습이 계속 떠오르면서 해가 떠 있는 동안에도 자유로워지고 싶다던 글귀가 내 마음을 두드렸다. '내가 나를 지킬 것이다'라는 글처럼 자신만의 우주를 찾아 자신을 지킬 힘을 키워나가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따뜻함과 위로를 건네주었던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담은 <코끼리새는 밤에 난다>가 책 뒤표지에 있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청소년 과학탐구영역'이라는 글자로 인해 청소년들이 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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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 이시형 박사가 권하는 자연명상
이시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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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산이 너무 흔해서

산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지내는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은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이시형 박사가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연 속에서 '잠시 멈춤'을 권하는 자연명상치유 처방전 에세이이다. 쉼 없이 일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누구의 간섭도 압력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생각을 천천히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직 목표만을 향해 '빨리'를 외치며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의 시간을 무시한 채 지구를 못살게 굴고 있다. 우리에게도 자연에게도 '쉼'이 필요하다.



지구상엔 징그러운 놈도 있고, 범처럼 무서운 맹수도 있고, 파리처럼 귀찮은 놈도 있습니다.

……

이것들이 싫다고 '넌 안되겠어'하고 사람 마음대로 생각해도 괜찮은 건가요? 해충, 이충이란 말을 쓰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이 모두가 인간 중심에서 비롯된 논리입니다. 이 지구상엔 인간이라는 종만이 살고 있진 않은데……. 위험하고 오만방자한 인간 중심의 생각이 빚은 불행입니다.

p.64

코로나로 인해 많은 제약들이 생겨 예전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그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특히 잠깐의 외출에 보이는 꽃들과 파란 하늘을 볼 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인간인 나도 이러한데 이 지구상에 사는 다른 종들은 오죽하겠는가? 코로나로 인해 베네치아 운하가 중단되자 물고기, 백조, 돌고래 등이 출몰했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브라질의 한 해변에서는 멸종 위기의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알을 낳기 위해 돌아왔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인간 활동이 뜸해지면서 야생동물들이 다시 나타나고 위성 사진에서는 세계 곳곳의 대기오염도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오직 인간만이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하면서 자연에게 돌려주는 것이 없다.


그대는 알고 있는가?

그대와 나, 우리 모두가 같은 지구상에서

같은 숨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에 의해 우리는 서로가 하나인 것을

p.64

짐승들이 없는 곳에서 인간은 무엇이겠습니까?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에게도 일어납니다. 당신의 잠자리를 계속 오염시키면 당신은 쓰레기 더미 속에 숨이 막힐 것입니다. 역시 시애틀 추장이 남긴 경고의 한 구절입니다.

p.86




자연과 함께 사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사전엔 잡초란 이름의 풀은 없습니다. 우리가 하찮고 귀찮다고 뽑아내버리는 잡초에게도 아름다운 이름이 있습니다. 그건 우리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p.130



자연의 질서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갑니다. 겨울은 겨울스럽게, 여름은 여름스럽게. 유독 이 말이 계속 맴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더운 여름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에서 겨울처럼, 추운 겨울에는 보일러와 히터 등을 이용해 여름처럼 보내고 있다. 계절마다 계절의 특성에 따라 계절스럽게 살아야 건강은 물론 삶의 멋을 느낄 수 있다고 이시형 박사는 말한다. 여름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안에서 지내다 보면 땀샘이 할 일이 없어지고 퇴화해버린다. 땀샘이 제 기능을 못하니 나중에 열을 식힐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과학 발전으로 인해 편이, 쾌적, 효율이 늘어났지만 그로 인한 역기능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문제를 가져왔다고 한다. 한 블록조차 걷지 않고 계단은 텅 빈 채 에스컬레이터엔 긴 줄이 늘어선다. 이러한 과학문명의 폐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자 생각한 이시형 박사는 안테나가 없어 휴대 전화가 터지지 않고 TV, 비디오, 라디오 일체의 문명이 만드는 정신적인 소음까지 차단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산골에 은거지를 두고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 어디인가요? 아이들과 가보고 싶습니다. 오직 자연만 있는 그곳으로 가고 싶어요.)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는 순간 절로 차분하고 평화로워진다. 그저 누구와 경쟁하듯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아닌 그냥 보고 듣고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이 주는 치유를 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기 시작한다. 평소 무심코 지나쳐버린 소중한 것들을 새삼 느끼며 자연이 주는 기운을 받아 도심에서 지친 우리의 심신을 치유한다.

더없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던 때에 만나 더 반가웠던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읽으면서도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예전에는 그저 여기저기 체험하고 배우러 다니기 바빴다면 요즘은 탁 트인 자연 속에서 그저 멍~하니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자연이 주는 힐링을 찾고 있었나 보다. 이시형 박사가 권하는 자연명상, 천천히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면서 자연과 교감하며 산속을 걸어보자.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오르는 동안

마음은 차분하고 평화로워집니다.

산행은 명상이며,

산은 위대한 자연치유자입니다.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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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단 1~3 세트 - 전3권 (북케이스 포함)
제뉴 지음, 주영하 원작 / 다산코믹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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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로맨스 웹툰 단행본

『시간의 계단』 다산북스

만화_제뉴 Ι 원작_주영하

by. 이다랜드

2019년 리디북스 베스트 웹툰상을 수상한 『시간의 계단』은 주영하 작가의 "시간의 계단" 소설이 원작이다. 연재한 53화까지의 내용을 담고서 제뉴 작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웹툰 단행본으로 현실에 찌든 32살 은행원 이연아가 우연한 기회로 학교 계단을 오르게 되고 14년 전, 열여덟 살의 학생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절대로 그 자식과 엮이지 않을 거라던 연아는 우연히 가게 된 과거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 자식 지훈이를 만나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엮이지 않으려고 피해 다닌다.



피해 다니고 강하게 밀어내도 좋아할 거라고 환하게 웃던 지훈이는 '왜 그렇게 차갑게 돌아섰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꼬여있던 과거의 실타래가 하나하나 풀려가는 박진감 넘치는 연출이 나를 계속 다음권을 읽게 만든다. 책이 도착한 날 살짝 어떤 내용인지 볼까?!하고 열었다가 결국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리고 보았다 "4권에서 계속..."이라는 글자를...ㅠㅠ 여기서 이렇게 끝나다니 이럴 수 없다며 현실 부정을 해봐도 이게 현실이니 그저 4권이 빨리 나오길 바라본다.

과거 속에서만 머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연아가 과거와 현실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과거 주변 인물의 관계가 조금씩 변화하면 현실에서도 반영되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로맨스 웹툰인 만큼 연아와 지훈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중고등학생 때 여동생과 줄기차게 책 대여점에서 빌려보던 순정 만화가 떠오르며 잠깐이나마 그때로 돌아가 본다. 지금은 모바일로 웹툰을 편히 볼 수 있다지만 역시 만화는 내 방에서, 바로 내 옆에 쌓아두고 엎드려 한 장 한 장 넘기며 봐야 더 재미있다. 이 재미를 요즘 아이들은 알지 못하겠지?? 카페와 가미된 만화방도 있다지만 여전히 책 대여점이 그리운 나이다.

연아와 지훈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중점으로 과거에서 알지 못했던 사건들이 하나씩 밝혀지는 미스터리 로맨스 웹툰 단행본 『시간의 계단』, 과연 사건 속 죽은 지훈이는 살아돌아올 수 있을지, 그리고 지훈이가 차갑게 변한 이유는 무엇인지 너무 궁금해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정말 3권까지 박진감 넘치는 속도감으로 푹 빠져보았다. 그래서일까?! 둥이들이 왜 엄마만 재미난 거 보냐며 본인들도 보겠다고 하더니 결국 읽기 시작했다. 둥이들이 보는 시간의 계단은 어떠했는지 물어보니 율이는 고등학생의 이야기이지 않냐고?!, 랑이는 그저 만화라서 좋았다고 ㅋㅋㅋㅋㅋ

주영하 작가의 탄탄한 이야기 원작에 제뉴 작가의 매력적인 그림과 다채로운 컬러감이 더해진 『시간의 계단』 4권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과거에서 죽었던 지훈이를 연아는 현재에서도 만날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정말 지훈이와 연아의 알콩달콩함을 현재에서도 보고 싶어요. 4권 언제 나오려나요? 설마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니죠??^^ 전 4권을 기다리며 원작 소설을 읽고 있겠습니다. ㅎㅎㅎ

ps. 시간의 계단은 지금 연재중에 있어요. 리디북스, 네이버 웹툰에서 만나볼 수 있답니다. 단행본을 못기다리겠다!하시는 분들은 달리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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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짜리 가족 문학의 즐거움 58
명은숙 지음, 한아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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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짜리 가족』은 사회적 문제 세월호 사건, 성범죄, 아동학대 등을 주제로 쓰인 열 편의 작품을 담고 있는 단편 동화책이다. 평소 우리가 기사나 뉴스로 또는 누군가를 통해서 들었을 사건들이 아이들의 시선에서 쓰여 책을 읽고 있는 또래 친구들로 하여금 함께 슬퍼하고 함께 공감하며 함께 이야기해보자고 속삭이는 거 같다.

책을 받자마자 뒤표지도 보지 못한 채 귀여운 공룡 인형이 그려진 표지와 흥미를 일으키는 책 제목에 이끌려 한 아이의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겠거니 하며 책을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은석이의 감정이 클라이맥스에 달할 때 마무리가 되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첫 번째 이야기, '천 원짜리 가족' 그래서 더 강렬하게 와닿았던 이야기로 홀로 남겨진 은석이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면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강렬함을 남겨줬던, 책 제목과도 동일한 첫 작품 『천 원짜리 가족』은 세월호 사건으로 부모와 동생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은석이의 이야기이다. 할머니와 단둘이서 살아가는 은석이가 자신의 용돈을 다 사용하면서까지 뽑은 공룡 인형에게 ‘쿵’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가족을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공룡 '쿵'이가 은석이에게 말을 걸며 졸라대기 시작한다.

오늘은 꼭 내 가족을 만들어 줘.

p.16

은석아, 동생은 언제 뽑아 줄 거야?

p.17

은석이의 마음이 ‘쿵’이를 통해서 하나하나 표현되며 마지막 차도 위에 떨어진 '쿵'이 바퀴에 짓눌려 솜이 튀어나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쿵이의 몸 밖으로 솜뭉치들이 터져 나온 ‘쿵’이의 모습에 내 마음 속도 함께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시 가족을 읽은 기분을 느낀 은석이의 마음을 아이들도 느낀 걸까?! 열 편의 작품 중 『천 원짜리 가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소중한 건 말이야, 있을 땐 잘 모를 수도 있어. … 잃어버리고 나면 다시 찾을 수 없는 것도 있단다. … 그래도 이만한 게 정말 다행이구나."

아저씨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다행인지 모르겠다. 혼자 남겨진 것도 다행인 걸까. 다시 눈물이 고였다. 내 가슴속 솜들이 이리저리 튀어나오고 있었다.

천 원짜리 가족 p.22~23



날마다 숨바꼭질을 한다는 '나', 술래는 엄마이고 숨바꼭질에 관심 없는 아빠는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처음에는 ‘엄마랑 숨바꼭질을 하는구나, 귀여워라’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점점 뭔가 이상하다. 술래인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숨까지 참아가며 몸을 작게, 최대한 아주 작게 만들어 숨는 '나'는 엄마를 화나게 만들면 아무것도 먹지 못해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림으로 그리고 한여름에도 긴 셔츠에 긴 바지를 입는다.

"이게 다 엄마가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

엄마가 매를 번쩍 치켜들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줄 때마다 내 몸엔 무늬가 생긴다.

"내가 너 나쁜 아이 되지 말라고 혼낸 거야. 그러니까 말 들어야지!"

p.96

오늘처럼 엄마에게 들키면 늘 이랬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옷이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내 몸에 얼룩말처럼 알록달록한 무늬가 생겼다. 무늬는 시간이 지나면 검게 변했다. 이러다 얼룩말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p.97

아이의 시점에서 본 아동학대를 다룬 '숨바꼭질'의 내용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는 아이에게 울타리가 되어야 하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에 더 보호를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아동학대 자체가 일어나지도 않아야겠지만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야만 했던 아이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언제쯤 이 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부끄럽기만 하다.



이외에도 『천 원짜리 가족』에서는 어느 날 무엇이든 척척해내는 마네킹이 나로 되고 나는 마네킹이 되는 이야기, 무엇이든 바라는 대로 이루어준다는 알약 이야기,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늑대로 표현한 이야기, 위안부 소녀상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이의 시점으로 바라본 사회문제를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그려놓은 듯한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칫 어둡고 어려울 수 있는 소재가 동화로 만나니 아이가 재미있게 읽어 내려간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주위에서 일어났던 이야기였지만 막상 아이와 깊게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다. 이번 『천 원짜리 가족』을 통해 이야기해보고 충분히 서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매일 느끼는 생각을 놓치지 않다 보면 몸이 자라듯 생각도 점점 자란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여러 경험을 하고 충분히 생각하며 나아가길 바란다.

중간중간 글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이 있고 한 작품의 호흡이 길지 않아 글책을 읽는 친구들이라면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 책이다. 아이와 함께 읽고 아이가 보는 시선에서의 이야기와 어른인 부모 시선에서 본 이야기를 서로 나누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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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곳에서
박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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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간략 소개

『우리는 같은 곳에서』는 여덟 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 박선우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성소수자 퀴어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이 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내적 갈등과 심리적 폭력과 대립 등 소수자의 내면을 서로를 알아가며 느끼는 설렘보다 그 관계 속에서 느낀 질투, 망설임, 후회, 무력감 등 조금은 어두울 수 있는 감정을 다양하게 이야기 속에서 섬세하게 전달한다.

 

분명 서로가 이야기하는 대화체인데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장부호가 없다. 그런데도 인물이 서로 이야기하는 대화가 정확하게 그려지면서 어느 부분이 서로의 대화이고 어느 부분이 혼자만의 생각인지 물 흐르듯 읽힌다. 읽을수록 신기했다

 

 

인상 깊은 구절

 

무릇 관계란 오래될수록 견고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르고 허술해지기 마련이다. 영지는 어쩌면 우리도 이런 식으로 느슨해지다가 한순간에 툭 끊어져 버리고 말겠지, 별것 아닌 일을 계기로 영영 볼 수 없게 되겠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몰랐다.

p.61

 

 

언어라는 것이 고작 이렇구나. 16이라 말해도 27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데, 그런 줄도 모르고 16인 줄만 알다가 27에 당도해서는 왜 27이고 난리야……하면서 서로를 원망하고 갈라설 수도 있는 것이구나.

p.112

창가에 부착된 버튼을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자 'STOP'이라고 적힌 글자 아래로 연보랏빛 램프에 불이 들어왔어. 그제야 알았다. 이 세상에는 누를 수 있는 버튼들과 그 순서가 정해져 있는데, 멋대로 하나를 건너뛰어버리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 그 버튼을 누를 수 없다는 걸 말이야.

p.196

물론 나중에서야 이경은 깨달았다. 그토록 죽음과 곤궁함을 가까이에서 느끼던 시절만이 가장 사는 것처럼 살던 시절로 기억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p.203

마무리하면서...

한 편 한 편 끝이 날 때마다 여운이 길게 남았다. 닫혀있는 결말보다는 열려있는 결말이라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게 되어서 일까? 밤바다를 하염없이 보다가 나도 모르게 밤바다에 들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오묘한 소설책이었다.

이별로 인한 분노와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피스텔 보증금까지 빼 해외여행을 하다 머무를 곳조차 없어지자 성소수자 동아리에서 만난 그를 누나가 데리고 오면서 친동생과 만남이 그려졌던 '밤의 물고기들', 영문도 모른 채 버려진 강아지처럼 암담함을 기억하는 영지와 한때 사귀었지만 지금은 여자라거나 친구라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 만남을 계속해오던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 '우리는 같은 곳에서', 일상 속으로 찾아온 옛 여인이 정말 실제로 찾아온 건지 주인공의 환상이었는지 알 수 없었던 '빛과 물방울의 색' 등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그중 본인의 시점이 아닌 누나의 시점으로 본 퀴어의 내면이 크게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의 성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첫 문장을 쓰기 전까지 소재도 플롯도 아닌 주인공의 성별을 고심했다는 작가는 이 책 『우리는 같은 곳에서』를 쓴 후에는 '나'의 성별을 고민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수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그들과 어떻게 함께 나아갈 건지 생각을 해보며 또다시 한번 읽어보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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