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하루 문학의 즐거움 57
최은영 지음, 윤진경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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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간략 소개

『멀쩡한 하루』는 약 2년 전 엄마를 떠나보낸 연우에게 일찍 이차 성징과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겪게 되는 불안한 심리를 친구와 가족들의 도움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성장 동화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연아는 운동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운동하기를 좋아하고 잘하는 활동적인 소녀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조금만 스쳐도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하자 혹여나 돌아가신 엄마와 같은 병일까 봐 걱정하며 불안해한다. 가슴의 통증이 더해갈수록 연우의 짜증과 스트레스도 함께 쌓여만 가고 급기야 첫 생리를 하게 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내 몸이 달라지는 건

건강하다는 증거이고,

누구나 겪는 일이에요.

그러니 겁먹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혼자서 끙끙 속을 태우며 숨기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해요.

자연스럽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어제와 같은 오늘과 내일을

만들어가길 바라요.

내 몸이 달라진다고

내 일상이 흔들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요.

멀쩡한 하루 - 작가의 말 중에서 -




인상 깊은 구절



"슬픔도 감정이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마음이 건강한 거고."

p.42



그런데 짜증은 내면 낼수록 더 커지고 번지더라. …… 한 가지 일에 짜증을 내면 그다음 일에도 짜증이 나고 그러다 엉뚱한 사람한테 화풀이를 하지. 그러면 상대방도 짜증이 나고, 또 다른 사람도 그 영향을 받고. 그렇지 않아?

p.63



“사람마다 다른 거지. 소라는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너는 공을 차면서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잖아. 그렇게 심각해할 일 아니야. 그냥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빠른 것뿐이야.”

p.99



좋았던 점


『멀쩡한 하루』를 읽다 보면 중간중간 상황을 그려놓은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최은영 작가의 섬세한 글이 윤진경 작가의 따뜻한 그림과 만나 더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돌아가신 엄마의 노트북 배경 화면으로 되어있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웃고 있는 가족사진을 그림으로 만나는 순간 나 또한 연우처럼 가슴속이 뜨거워졌다. 막내 모필이는 매일같이 이 노트북으로 이 사진과 엄마의 블로그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가족 수다방에서의 상황 또한 정말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표현해놓아 그 상황이 더 잘 그려져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핸드폰이 아직 없는 둥이들이라 가족 수다방을 지금 당장 못 만든다는 게 너무 아쉽다.



마무리하며...



『멀쩡한 하루』는 최은영 작가가 가슴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꾸 어깨를 웅크리고 다닌다는 조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이 이야기를 쓰기 마음먹었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나이를 먹고 성장을 하면서 우리의 몸이 달라지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왜 어렸을 때는 그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걸까?


이차 성징이란 호르몬의 작용에 따라 커가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누구나 이차 성징을 겪고 이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책을 읽는 순간 연우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바로 알 수 있었던 나로서는 연우의 엄마의 부재가 너무 안타깝게 다가왔다. 이제 둥이들도 이차 성징과 사춘기가 나타날 시기라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 나조차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음에도 그 시기가 온다면 당황스러우면서도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축하하는 마음과 내 품을 떠나간다는 생각에 혼란스러울 거 같은데... 정말 연우처럼 쉽게 자신의 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아이라면 혼자 숨기려고 애쓰면서 겁먹고 있지는 않을지...


『멀쩡한 하루』에서는 혼란스러워하는 연우에게 든든한 친구 소라와 소라의 큰언니 미라언니의 도움으로 그리고 항상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의 다독임으로 차츰 극복해 나간다. 이처럼 혹여나 연우와 같은 상황에 놓인 친구가 있다면 최은영 작가의 말처럼 친구 소라와 미라언니가, 가족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이 또 다른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 같은 상황에 놓인 친구라면 더 공감하며 읽지 않을까?^^


ps. 나보다 먼저 책을 읽은 율은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여자인 나로서는 이 반응을 어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네.^^; ㅎㅎㅎ



달라진 건 없다.

오늘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멀쩡한 하루다.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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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 할 일은 끝이 없고, 삶은 복잡할 때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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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간략 소개


집안일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에린남 작가는 집안일을 하지 않을 방법을 찾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이란 걸 깨닫는다. 결국 나중에는 집안일을 싫어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다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 씨의 집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게 되면서 '물건을 줄이면 해야 할 집안일도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집안일이 하기 싫어서, 너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된 에린남의 무작정 일상 변화 도전기가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면서 집뿐만 아니라 가치관과 삶의 자세가 변화하는 과정까지 함께하다 보면 '나도 따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집안일'이라는 친구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사람을 어찌나 곤란하고 귀찮게 하는지!

집안일은 하지 않으면 안 한 티가 났지만,

열심히 해봤자 티가 나지 않았다.

……

그러니까 나는 집안일이 하기 싫어서,

너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것이다.

프롤로그 -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이유-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는 총 다섯 챕터 '물건을 비워내다, 버려지는 쓰레기도 줄이고 싶어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다시 채우는 시간, 내일을 위한 중심 잡기'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 제목에서 느껴지듯 '나는 오늘부터 미니멀리스트야!'라고 선언한 작가 에린남이 무작정 비우기부터 시작해 버려지는 쓰레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로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함께 그려진 그림과 잘 어울려져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이런 거 필요할 거야. 줄까?" 초보 주부인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덥석 물었다. 필요하다고 하니까, 정말 필요할 것 같았다. 공짜로 물건을 준다고 하면 괜히 돈이 굳은 것 같아서 거절하지 않고 집으로 들였다. 그것도 완전 냉큼. 신이 나서 가지고 온 물건들은 깨끗하게 닦은 후 우선 주방 상부 장과 구석진 곳에 잘 넣어뒀다. 언젠가는 쓰일 일이 생길 거라 믿고 기다렸지만, 안타깝게도 물건 중 대부분은 방치됐다.

p.29


▶ 순간 내 모습 보는 줄... 친 언니에게 그리고 시부모님께 주로 뭘 받아오는 나로서는 정말 받아놓고 제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창고에 고스란히 보관된 게 쉽게 떠오르는 거 보면...





심지어 2년이 넘어가도록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물건도 있는 걸 보면, 그것들은 분명 나에게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언젠가'라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놔두었으니, 어쩌면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놈의 '언젠가'일지도 모른다.

p.32


▶ 으악, 맞아요. 맞아요. 저놈의 '언제가'라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놔두고 있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이것부터 과감히 내다 버려야겠지? 특히 옷! 버리기엔 아깝고 언제 가는 입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옷걸이에 걸린 채 고대로 있는 옷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다. 옷은 많음에도 입을 옷은 없고 항상 입는 옷만 입고 다니는 아이러니함은 아마도 이 '언젠가'때문인 듯! 뭘 받아오지도 '언젠가'라는 미련도 버리자!!





끊임없이 물건을 비우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 건지,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았다. 이럴 때 누군가 나타나서 정답을 말해주면 좋겠지만,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정확한 답을 아는 것도 나뿐이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p.71


▶ 가끔 신랑에게 이야기한다. 차라리 서로 버릴 물건을 대신 정해서 버릴까?!라고... 그만큼 물건을 비울 때 정하는 게 힘들다. 그래서인지 물건을 비울 때 스스로 해보면 좋은 질문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다. 단지 미련이 남아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같은 아이템을 다시 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는지 등 작가가 알려준 질문을 하다 보면 물건을 비울 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가진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나의 취향이나 가고 싶은 방향이 뚜렷해졌다. 남들이 다 가진 물건을 갖지 않아도 되고, 잘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됐다.

p.123



돌이켜보면 나는 소비라는 굴레 안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부지런히 돈을 쓰기만 하던 사람이었다. 원하는 것을 사지 못했을 때 고통스러웠던 이유도 그게 꼭 필요해서였다기 보다는 물건을 살 능력이 없다는 패배감이었는지도 모른다.

p.142



사실 사람들은 생각만큼 내가 어떤 옷을 입는지 관심 없다. 아니,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고 해도, 이상하거나 안 좋게 보지 않는다. 나조차도 타인이 어떤 옷을 입든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까. 어떤 옷을 입든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p.210



마무리하며...





최근 집을 내놓으면서 집안 곳곳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나에게 절묘한 타이밍에 와서 읽게 된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는 나에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처음 에린남 작가가 말한 것처럼 처음부터 미니멀리스트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정 찔리면 초보 미니멀리스트로 나도 시작해보지 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 나도 비우기부터!!!


'미니멀리스트'는 최소한의 물건을 가진 채 삶을 가볍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미니멀리스트에 속하는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맥시멀리스트에 속한다. '언젠가'는 사용이 될 거야, '언젠가' 입게 되지 않을까?라는 말로 여기저기 집안 어딘가에 보이지 않게 잘 쌓아 놓고 살아왔다. 그러다 점점 불어난 살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때때로 비운다고 비우지만 그대로인 집안일을 보며 그냥 다~ 내다 버리고 싶다고 외치는 요즘이다. 분명 비웠는데 왜 그 빈자리가 안 느껴지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아마 그 빈자리만큼 나도 모르게 또 채우고 있었던 것일까? 아님 미련이 남아 과감히 버리지를 못한 것일까?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라는 작가처럼 나는 이번 이사라는 계기로 정말 최소한만 남겨두고 비워보고자 한다. 집에 쌓여있던 분리수거를 버리고 왔을 때의 그 작은 해방감이 나의 집 전체에서 일어난다면 어떤 즐거움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물건 말고도 채울 게 많은 내 인생을 위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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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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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면 알수록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가 빛나는 순간 p.19



책 간략 소개

책의 핑크색의 표지에서부터 사랑미가 느껴지는 『내가 빛나는 순간』은 '한 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에세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작가의 긍정 메시지가 윤예지 작가의 그림과 만나면서 한층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총 4장으로 '1장 나를 믿고 한 걸음 앞으로', '2장 오늘의 마음을 소중하게 돌보며, '3장 나에서 우리가 되는 연습', '4장 사소한 순간이 쌓이면 멋진 마법이 된다'처럼 각 장 제목에서 느껴지듯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지친 마음에 위로를 받고 '나'에서 '우리'로 확장되어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며 쌓여간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마법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주옥같은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인상 깊은 글귀


시작하기 전에

두렵습니까?

그럼 하지 마세요.

결심했습니까?

그럼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가 빛나는 순간』 1장 나를 믿고 한 걸음 앞으로 p.10

▶ '두렵습니까? 그럼 하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읽는 순간 "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을 정도로 당황을 했다. 거의 대부분이 두려워도 도전해봐라라는 내용이 쓰여있지 않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어서인지 유독 더 인상이 강하게 남았던 첫 문장으로 앞으로 만나게 될 뒤 내용이 설렘으로 다가왔다.



정면 돌파

운명을 비껴가는 게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잘못된 선택이죠.

고통을 회피하는 게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결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겁니다.

경험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p.23

잘 웃기

평범하면서 모진 것보다는

좀 미친듯해도 행복한 것이 낫습니다.

p.25



빛의 속도

미루지 마세요.

인생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p.82

차라리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돈을 낭비하세요.

그게 훨씬 싸게 먹힐 테니까요.

p.83




행복해지는 네 가지 방법

천천히 키스하고

미친 듯이 웃고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용서는 빨리 합시다.

p.112



시간이 없어요

어느 날 당신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구나.

더 이상 시간이 없구나,라는 것을요.

그러니 지금, 하고 싶었던 것을 하세요.

p.156

▶ 요즘 급 찾아온 무기력증으로 뭐하나 하는 거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어서인지 유독 '시간'이라는 글과 관련된 내용의 글들이 내 마음을 두드려왔다. 정말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때가 올 텐데..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면 안 되는데.. . 하면서도 진정 내가 '지금'하고 싶었던 게 뭐였나?! 고민하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거 같아 초조함 마저 느껴진다. '나를 알면 알수록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나'부터 제대로 알아가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서 말이다.


내부의 힘

달걀은 외부의 힘으로 깨지면 삶이 끝납니다. 반면 내부의 힘으로 깨지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요. 언제나 그렇듯 모든 위대함은 내부에서 비롯됩니다.

p.174

마무리하며...

너무나도 주옥같은 글들이 가득했던 『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작가가 꼭 내 옆에서 나의 고민을 알고 무심히 툭툭 던져주는 위로의 메시지 같았던 에세이었다.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마, 하지만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정면돌파해! 그리고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어! 앞으로 변하겠다고 떠벌리지만 말고 지금 바로 실천해!' 등등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오롯이 '나'만을 들여다보며 나아가라고 응원해 준다. '꿈을 죽이는 세 가지 변명'을 보며 반성도 하고 오늘의 마음을 소중하게 돌보며 '나'로부터 더 나아가 '우리'가 되어 감정을 나누는 글들을 통해 한층 생각의 깊이가 더해진 느낌이다. '사랑해'라고 대답할 만한 사람에게만 하지 말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사랑의 기운을 널리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 '사랑해'라고 말해보자. 그리고 용기 있게 내 뜻대로 내 꿈대로 살아가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긍정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림과 함께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진심 어린 글을 읽다 보면 정말 무엇인가를 해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왜 파울로 코엘료 작가가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에세이 책이었다. 두고두고 봐야지~♪

고통과 불안은

인류의 영원한 단짝이야.

그러니까 잘 데리고 살아.

놀아나지 말고

『내가 빛나는 순간』


지금을 즐기세요

누구든 죽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지는 않아요.

부디 즐기세요.

지금도 이른 건 아닙니다.

내가 빛나는 순간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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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전달자 특서 청소년문학 14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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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간략 소개

『시간 전달자』는 2018 환경부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되었던 기존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를 수정, 보안하여 나온 책으로 이상권 작가가 어린 시절 직접 겪은 산불 이야기에 '시간 전달자'라는 재미난 요소를 더한 청소년 소설이다. '신 호모테우스전'으로 만나보았던 이상권 작가의 책이라 더 반가웠다.

선생님의 장례식장에 아이들이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빈새, 교상, 주울, 항이, 이안이는 돌아가신 선생님과 함께 어린 시절을 숲에서 보내면서 지내온 제자들로 숲속 상사 할아버지 무덤 옆에 묻히길 원하는 선생님의 유언을 시행하려고 하나 숲 옆에 살고 있는 전원주택 동산마을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이 사건으로 기존 숲을 가꾸며 어릴 적부터 숲속에서 자란 문중 사람들과 외지에서 들어와 살고 있는 동산마을 사람들 간의 대립이 점점 심해져 가고 결국 문중 사람들로부터 숲을 없애고 개발을 하겠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게 된다.

이 숲은 일곱 명 아이의 장난으로 한때 몽땅 불탄 적이 있다. 이 아이들은 큰 벌을 받는 대신 책임지고 숲을 살려내기로 약속을 하고 불타버린 자리에 나무를 심고 매일같이 물을 주며 정성껏 숲을 가꾼다.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그들의 아이들 또한 어릴 적부터 숲속에서 자란다. 숲을 잘 보존해서 아이들에게 물려주겠다던 어른들은 정말 숲을 팔게 되는 걸까? 빈새, 교상, 주울, 항이, 이안이는 시간 전달자가 보여주는 부모의 젊은 시절과 현재를 오가며 숲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시간 전달자는 과연 누구일까? 의문이 꼬리 꼬리를 물고 계속 뒷장으로 나를 안내한다.





인상 깊은 구절

오직 항이만이 그 아지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이 달랐을까. 은연중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숲의 가치만 생각했을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어린 시절의 시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p.117


내가 묻지 않아도 그 아이는 학교가 좋고 행복하다고 자랑했다. 나는 그 아이의 눈빛을 별로 믿지 않았다. 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행복한 학교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p.126


▶ ㅇㅇ? 왜 그 아이의 눈빛을 믿지 못하지?!라고 의문을 가지면서 뒤에 이어지는 문장을 읽는데... '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게 '어디 어디 학교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행복한 학교'에요라는 대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거의 대부분이 성적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갈 뿐...



원래는 인간도 그랬어. 집에서 태어나고 집에서 죽었으니까, 그 집이 성스럽다고 한 거야. 근데 언제부턴지 인간은 집이 아닌 병원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죽어가지. 집이란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야. 그래선지 더 이상 집을 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 언제든지 팔아서 돈이 되는 것 1순위가 집이야. 곧 집이란 돈이야. 자본의 핵심은 돈인데, 가장 돈 번식을 잘하는 것이 집이란다.

p.131


나무들이 뇌를 버린 이유를 알 것 같다. 또한 특정한 얼굴을 포기한 이유도. 나무들은 혼자가 아니라 늘 저렇게 어우러져서 살아간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어우러졌을 때가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슬기로워지기 때문이다.

p.151

마무리하며...


처음 『시간 전달자』라는 제목을 본 둥이들이 '우리 시간 전달자'본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예전에 읽은 '기억 전달자'를 떠올린듯하다. 그 책이 아니라고 하니 왜 이렇게 전달자가 많냐고 ㅎㅎㅎㅎ

『시간 전달자』는 현재, 꿈,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초반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분명 읽을 땐 현재였는데 어느 순간 꿈으로 넘어가있고 또 어느 순간엔 시간 전달자로 인해 과거로 가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가다 보니 순간 읽다가 어리둥절하다가 순간 깨닫는다. '아 꿈이구나, 아 과거에 일어났던 현장에 가있는 거구나...'하고... 그래서인지 제일 먼저 책을 접한 율이가 이야기에 빠져들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둥이들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봐야 할듯하다.

이상권 작가는 어릴 적 실제 겪은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동산을 비질하고, 어린 나무를 심고, 여름내 물을 주고, 그 주변 풀을 베면서 수백 가지의 풀과 나무, 동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라진 숲에 대한 부끄러운 어른들의 시간을 후손들에게 사진처럼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시간 전달자』, 그래서인지 『시간 전달자』의 숲을 팔아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문중들은 지금의 어른들을, 그 어른에 맞서 자신들을 보듬어 주고 함께 성장해온 숲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을 보는 거 같다.

하나하나의 묘목들이 자라나 나무가 되고 나무가 모여 숲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이 숲이 사라지는 데에는 단 며칠이면 된다. 단지 사람들이 살기 위해 사라져가는 숲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매년 작년보다 더 더워지는 여름과 빙하는 녹아내리고 점점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있는 현재, 되돌리지는 못하겠지만 더 악화는 안되었으면 좋겠다.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코로나 등이 없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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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품은 집, 장경판전 문학의 즐거움 56
조경희 지음, 김태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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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간략 소개

바람을 품은 집, 『장경판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집 "장경판전"을 짓는 과정을 소화라는 아이의 성장과정과 함께 풀어 놓은 어린이 문학책이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소화는 아버지와 함께 둘이서 오손도손 살아간다. 방방곡곡 떠돌아다니며 집을 짓는 일을 했던 아버지였지만 소화를 위해 젖동냥을 다녀야 했기에 먼 곳까지 일을 하러 다니는 목수의 일을 접고 합천에 눌러 앉아 남의 매를 대신 맞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뱀골 영감 대신 독하게 매를 치기로 소문난 점백이 나장에게 매품을 팔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고, 뱀골 영감에게 집까지 빼앗겨 버리게 된다. 한순간에 아버지와 집을 잃어버리게 된 소화는 아버지의 절친인 대목장 아저씨를 따라나서게 되고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집 "장경판전" 짓는 일을 거들게 되는데...




인상 깊은 구절

꽃도 귀한 꽃, 천한 꽃이 따로 있나? 먹기 좋고, 살기 좋고, 입기 좋고, 듣기 좋고, 보기 좋고……. 좋은 것들은 죄다 양반들이 차지하지!

p.12

▶ 장원급제 한 사람에게 임금님이 몸소 머리에 꽂아 주는 꽃, 능소화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던 아버지, 능소화처럼 혼자 꺾이지 않고 고귀하게 소화를 키우고 싶었던 아버지는 결국 점백이 나장의 매에 세상을 떠난다. 아프면 참지 말고 손가락을 펴라고 수없이 이야기했던 소화를 혼자 남겨두고 말이다. 다섯 냥이면 점백이 나장의 매를 새의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돈이었는데... 남들이 나누어 맞는 매를 한 번에 몰아 맞고서 아픈 몸을 이끌고 다섯 냥을 쥐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ㅜㅜ



"아버지는 좋겠다. 이제 더 이상 매 맞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뱀골 영감한테 시달리지 않아도 되니까. 여기에서 있었던 일들은 다 잊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아. 거친 파도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바람처럼 마음껏 세상을 떠돌면서 살아. 꽃을 만나면 꽃바람으로 태어나고, 산과 들을 만나면 산들바람으로 태어나고, 갈대를 만나면 갈대 바람으로 태어나고, 강을 만나면 강바람으로 태어나 날마다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 그러다가 내 생각이 나거든 언제든지 찾아와.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내 귀밑머리를 스치면 아버지인 줄 알고 반갑게 맞을게."

p.34~35

▶ 이제 더 이상 매 맞지 않아도 좋겠다는 말이 어린 소화를 통해 나왔을 때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본인에게 빚이 남아 있다며 거짓말하며 집과 어린 딸 소화를 탐내던 뱀골 영감의 모습이란!! 어쩜 이렇게 자기 배속을 채우려고 하는 자들은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은 지 모르겠다.



"아저씨는 나무를 보고 기둥감인지 대들보 감인지 어떻게 아세요?"

"그것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스스로 결정하는 거란다. 그 성질과 쓰임은 나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그러니 일부러 애쓸 필요가 없다."

p.115

마무리하며...

자신의 운명을 바꿀 만한 중요한 순간이 오면,

미련 없이 자신을 버려야 해.

그래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단다.

바람을 품은 집, 『장경판전』

운명을 바꿀 만한 중요한 순간에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곱게 기른 머리를 싹둑 자르고 망설임 없이 대목장 아저씨를 따라나서는 소화의 모습을 통해 당차고 용기 있는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난과 역경에 허우적거리며 빠져 있는 것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며 성장해 나가는 소화의 모습은 장경판전이 지어지는 과정에 빗대어 함께 성장하며 나아간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바람이 장경판전 안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모습으로 지어지는 두 계절 동안 어렸던 소화도 조금씩 단단해지면서 자신의 꿈을 키우며 성장해 간 것이다.

소화 아버지의 절친이자 목수로 우직하게 살아온 대목장 아저씨, 소화를 엄마처럼 살펴주던 곡소리 전문가 함양댁 아주머니, 해인사에서 만난 또래 친구 개구쟁이 동이 등 다양한 인물 또한 바람을 품은 집, 『장경판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별하진 않지만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마다의 관계가 이어져 각자의 소망과 바램을 담아 장경판전이 완성된다.




바람을 품은 집, 『장경판전』은 소화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그림을 보는 재미 또한 있다. 때로는 두 페이지 모두 글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고 때로는 그림으로 전체를 가득 채우기도 하며 때로는 그림과 글이 함께해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긴 글을 읽기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는 쉬어 가는 페이지가 되어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게 도와준다.

처음 바람을 품은 집, 『장경판전』을 받아보고 어린이 문학책이라는 점에서 놀랬다. 무언가 표지에서 전문서적 같은 고서 느낌이랄까?! 선뜻 손이 가기에는 멀게 느껴져 아쉬웠던 책 제목과 표지... ㅠㅠ 그에 반해 안의 그림은 책 내용과 잘 어울리고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한참을 감상할 정도의 좋은 그림들이 가득했다. 아직 책 제목과 책표지에 책 읽는 우선순위가 바뀌는 둥이들이라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우리 선조들의 바람이 깃든 바람을 품은 집, 『장경판전』을 알게 해준 책이라 아쉬움보다는 고마움이 더 크다. 정말 둥이들과 장경판전 보러 가고 싶다.ㅜㅜ

긴 글도 잘 읽는 초등 중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쉽게 접하며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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