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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 할 일은 끝이 없고, 삶은 복잡할 때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5월
평점 :
책 간략 소개
집안일을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에린남 작가는 집안일을 하지 않을 방법을 찾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이란 걸 깨닫는다. 결국 나중에는 집안일을 싫어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다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 씨의 집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게 되면서 '물건을 줄이면 해야 할 집안일도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집안일이 하기 싫어서, 너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된 에린남의 무작정 일상 변화 도전기가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면서 집뿐만 아니라 가치관과 삶의 자세가 변화하는 과정까지 함께하다 보면 '나도 따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집안일'이라는 친구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사람을 어찌나 곤란하고 귀찮게 하는지!
집안일은 하지 않으면 안 한 티가 났지만,
열심히 해봤자 티가 나지 않았다.
……
그러니까 나는 집안일이 하기 싫어서,
너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것이다.
프롤로그 -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이유-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는 총 다섯 챕터 '물건을 비워내다, 버려지는 쓰레기도 줄이고 싶어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다시 채우는 시간, 내일을 위한 중심 잡기'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 제목에서 느껴지듯 '나는 오늘부터 미니멀리스트야!'라고 선언한 작가 에린남이 무작정 비우기부터 시작해 버려지는 쓰레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미니멀리스트로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함께 그려진 그림과 잘 어울려져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이런 거 필요할 거야. 줄까?" 초보 주부인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덥석 물었다. 필요하다고 하니까, 정말 필요할 것 같았다. 공짜로 물건을 준다고 하면 괜히 돈이 굳은 것 같아서 거절하지 않고 집으로 들였다. 그것도 완전 냉큼. 신이 나서 가지고 온 물건들은 깨끗하게 닦은 후 우선 주방 상부 장과 구석진 곳에 잘 넣어뒀다. 언젠가는 쓰일 일이 생길 거라 믿고 기다렸지만, 안타깝게도 물건 중 대부분은 방치됐다.
p.29
▶ 순간 내 모습 보는 줄... 친 언니에게 그리고 시부모님께 주로 뭘 받아오는 나로서는 정말 받아놓고 제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창고에 고스란히 보관된 게 쉽게 떠오르는 거 보면...
심지어 2년이 넘어가도록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물건도 있는 걸 보면, 그것들은 분명 나에게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언젠가'라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놔두었으니, 어쩌면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놈의 '언젠가'일지도 모른다.
p.32
▶ 으악, 맞아요. 맞아요. 저놈의 '언제가'라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놔두고 있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이것부터 과감히 내다 버려야겠지? 특히 옷! 버리기엔 아깝고 언제 가는 입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옷걸이에 걸린 채 고대로 있는 옷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다. 옷은 많음에도 입을 옷은 없고 항상 입는 옷만 입고 다니는 아이러니함은 아마도 이 '언젠가'때문인 듯! 뭘 받아오지도 '언젠가'라는 미련도 버리자!!
끊임없이 물건을 비우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 건지,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았다. 이럴 때 누군가 나타나서 정답을 말해주면 좋겠지만,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정확한 답을 아는 것도 나뿐이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p.71
▶ 가끔 신랑에게 이야기한다. 차라리 서로 버릴 물건을 대신 정해서 버릴까?!라고... 그만큼 물건을 비울 때 정하는 게 힘들다. 그래서인지 물건을 비울 때 스스로 해보면 좋은 질문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다. 단지 미련이 남아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같은 아이템을 다시 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는지 등 작가가 알려준 질문을 하다 보면 물건을 비울 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가진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나의 취향이나 가고 싶은 방향이 뚜렷해졌다. 남들이 다 가진 물건을 갖지 않아도 되고, 잘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게 됐다.
p.123
돌이켜보면 나는 소비라는 굴레 안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부지런히 돈을 쓰기만 하던 사람이었다. 원하는 것을 사지 못했을 때 고통스러웠던 이유도 그게 꼭 필요해서였다기 보다는 물건을 살 능력이 없다는 패배감이었는지도 모른다.
p.142
사실 사람들은 생각만큼 내가 어떤 옷을 입는지 관심 없다. 아니,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고 해도, 이상하거나 안 좋게 보지 않는다. 나조차도 타인이 어떤 옷을 입든 크게 신경 쓰지 않으니까. 어떤 옷을 입든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p.210
마무리하며...
최근 집을 내놓으면서 집안 곳곳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나에게 절묘한 타이밍에 와서 읽게 된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는 나에게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처음 에린남 작가가 말한 것처럼 처음부터 미니멀리스트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정 찔리면 초보 미니멀리스트로 나도 시작해보지 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 나도 비우기부터!!!
'미니멀리스트'는 최소한의 물건을 가진 채 삶을 가볍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미니멀리스트에 속하는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맥시멀리스트에 속한다. '언젠가'는 사용이 될 거야, '언젠가' 입게 되지 않을까?라는 말로 여기저기 집안 어딘가에 보이지 않게 잘 쌓아 놓고 살아왔다. 그러다 점점 불어난 살림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때때로 비운다고 비우지만 그대로인 집안일을 보며 그냥 다~ 내다 버리고 싶다고 외치는 요즘이다. 분명 비웠는데 왜 그 빈자리가 안 느껴지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아마 그 빈자리만큼 나도 모르게 또 채우고 있었던 것일까? 아님 미련이 남아 과감히 버리지를 못한 것일까?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라는 작가처럼 나는 이번 이사라는 계기로 정말 최소한만 남겨두고 비워보고자 한다. 집에 쌓여있던 분리수거를 버리고 왔을 때의 그 작은 해방감이 나의 집 전체에서 일어난다면 어떤 즐거움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물건 말고도 채울 게 많은 내 인생을 위해!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