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전달자 특서 청소년문학 14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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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간략 소개

『시간 전달자』는 2018 환경부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되었던 기존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를 수정, 보안하여 나온 책으로 이상권 작가가 어린 시절 직접 겪은 산불 이야기에 '시간 전달자'라는 재미난 요소를 더한 청소년 소설이다. '신 호모테우스전'으로 만나보았던 이상권 작가의 책이라 더 반가웠다.

선생님의 장례식장에 아이들이 모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빈새, 교상, 주울, 항이, 이안이는 돌아가신 선생님과 함께 어린 시절을 숲에서 보내면서 지내온 제자들로 숲속 상사 할아버지 무덤 옆에 묻히길 원하는 선생님의 유언을 시행하려고 하나 숲 옆에 살고 있는 전원주택 동산마을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이 사건으로 기존 숲을 가꾸며 어릴 적부터 숲속에서 자란 문중 사람들과 외지에서 들어와 살고 있는 동산마을 사람들 간의 대립이 점점 심해져 가고 결국 문중 사람들로부터 숲을 없애고 개발을 하겠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게 된다.

이 숲은 일곱 명 아이의 장난으로 한때 몽땅 불탄 적이 있다. 이 아이들은 큰 벌을 받는 대신 책임지고 숲을 살려내기로 약속을 하고 불타버린 자리에 나무를 심고 매일같이 물을 주며 정성껏 숲을 가꾼다.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그들의 아이들 또한 어릴 적부터 숲속에서 자란다. 숲을 잘 보존해서 아이들에게 물려주겠다던 어른들은 정말 숲을 팔게 되는 걸까? 빈새, 교상, 주울, 항이, 이안이는 시간 전달자가 보여주는 부모의 젊은 시절과 현재를 오가며 숲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그리고 시간 전달자는 과연 누구일까? 의문이 꼬리 꼬리를 물고 계속 뒷장으로 나를 안내한다.





인상 깊은 구절

오직 항이만이 그 아지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이 달랐을까. 은연중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숲의 가치만 생각했을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어린 시절의 시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p.117


내가 묻지 않아도 그 아이는 학교가 좋고 행복하다고 자랑했다. 나는 그 아이의 눈빛을 별로 믿지 않았다. 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행복한 학교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p.126


▶ ㅇㅇ? 왜 그 아이의 눈빛을 믿지 못하지?!라고 의문을 가지면서 뒤에 이어지는 문장을 읽는데... '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게 '어디 어디 학교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행복한 학교'에요라는 대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거의 대부분이 성적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갈 뿐...



원래는 인간도 그랬어. 집에서 태어나고 집에서 죽었으니까, 그 집이 성스럽다고 한 거야. 근데 언제부턴지 인간은 집이 아닌 병원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죽어가지. 집이란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야. 그래선지 더 이상 집을 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 언제든지 팔아서 돈이 되는 것 1순위가 집이야. 곧 집이란 돈이야. 자본의 핵심은 돈인데, 가장 돈 번식을 잘하는 것이 집이란다.

p.131


나무들이 뇌를 버린 이유를 알 것 같다. 또한 특정한 얼굴을 포기한 이유도. 나무들은 혼자가 아니라 늘 저렇게 어우러져서 살아간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어우러졌을 때가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슬기로워지기 때문이다.

p.151

마무리하며...


처음 『시간 전달자』라는 제목을 본 둥이들이 '우리 시간 전달자'본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예전에 읽은 '기억 전달자'를 떠올린듯하다. 그 책이 아니라고 하니 왜 이렇게 전달자가 많냐고 ㅎㅎㅎㅎ

『시간 전달자』는 현재, 꿈,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초반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분명 읽을 땐 현재였는데 어느 순간 꿈으로 넘어가있고 또 어느 순간엔 시간 전달자로 인해 과거로 가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가다 보니 순간 읽다가 어리둥절하다가 순간 깨닫는다. '아 꿈이구나, 아 과거에 일어났던 현장에 가있는 거구나...'하고... 그래서인지 제일 먼저 책을 접한 율이가 이야기에 빠져들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둥이들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다시 읽어봐야 할듯하다.

이상권 작가는 어릴 적 실제 겪은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동산을 비질하고, 어린 나무를 심고, 여름내 물을 주고, 그 주변 풀을 베면서 수백 가지의 풀과 나무, 동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라진 숲에 대한 부끄러운 어른들의 시간을 후손들에게 사진처럼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시간 전달자』, 그래서인지 『시간 전달자』의 숲을 팔아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문중들은 지금의 어른들을, 그 어른에 맞서 자신들을 보듬어 주고 함께 성장해온 숲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을 보는 거 같다.

하나하나의 묘목들이 자라나 나무가 되고 나무가 모여 숲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이 숲이 사라지는 데에는 단 며칠이면 된다. 단지 사람들이 살기 위해 사라져가는 숲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매년 작년보다 더 더워지는 여름과 빙하는 녹아내리고 점점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있는 현재, 되돌리지는 못하겠지만 더 악화는 안되었으면 좋겠다.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코로나 등이 없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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